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채널A
 
"봤었어요. 아이와 동반 자살했다고. 그냥 그 엄마처럼 자는 애 보면서..." (금쪽이 엄마)

아내를 지키고 싶어서 출연을 결심했다는 아빠, 제작진과의 첫 미팅에서 눈물을 흘렸던 엄마. 11세 외동아들을 키우고 있는 부모는 절박했다. 금쪽이 문제로 부부 갈등은 심각해진 상태였고, 학교 폭력 얘기까지 나온 상황이었다. 엄마는 지칠대로 지쳐 있었다. 심지어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을 정도였다. 4주년을 맞이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분위기는 다급하고 절실했다.

아침 일찍 일어난 금쪽이는 별다른 트러블 없이 등교 준비를 마쳤다. 활짝 웃으며 집 밖으로 나선 금쪽이는 인사성도 밝았다. 수업 시간에는 손을 번쩍 들고 발표를 열심히 했다. 미술 시간에는 옆에 앉은 친구에게 자신의 증조할아버지 이야기를 꺼냈다. 뜬금없는 주제의 대화이긴 했지만, 특별히 문제 행동이라고 보는 MC는 없었다. 하지만 오은영은 생각이 다른 듯했다. 

"노인네야!" 마스크 미착용 승객에게 막말까지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채널A
 
하교를 위해 시내버스에 탑승한 금쪽이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승객을 노려보더니 화를 냈다. 엄마가 방역 기간이 지났다고 설명했지만, 금쪽이는 대뜸 환기를 하겠다며 옆 창문뿐만 아니라 뒷좌석 창문까지 열어젖혔다. 불편해진 승객이 자리를 옮겨야 할 지경이었다. 엄마가 금쪽이를 안심시키려고 마스크를 벗자 이번에는 엄마에게 폭력적인 행동을 취하며 마스크 착용을 강요했다. 

금쪽이는 마스크를 미착용한 다른 승객에게 "노인네야!"라고 막말을 하며 적대적 태도를 취했다. 감정 주체가 안 되는 듯했다. 왜 이렇게 마스크에 집착할까. 코로나19에 걸린 적이 있어서일까. 설득력 있는 가설이었지만, 오은영의 생각은 달랐다. 코로나19 때문이라면 본인만 열심히 착용하면 될 텐테, 남들에게 강요하고 폭력성까지 보이는 상황은 분명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이전에는 어땠을까. 금쪽이는 무단횡단하는 사람이나 적색 불에도 멈추지 않는 차를 보면 지금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사람들이 많은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사람들이 다가오는 것을 손사래치며 거부했다. 결국 코로나19가 문제의 본질이 아니었다. 오은영은 이런 폭력성이 지속되면 사회생활에 큰 타격이 있을 것이 분명하다며 우려했다. 

금쪽이는 집에서도 마스크를 쓴 채 생활했는데, 밥을 먹을 때만 살짝 내린 후 다시 착용하는 식이었다. 잠시 후, 버스에서의 일을 전해 들은 아빠가 분기탱천해서 들어오더니 금쪽이를 혼내기 시작했다. 금쪽이는 마스크 착용은 자유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또, 아빠의 분노에도 장난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아빠는 금쪽이의 마스크를 강제로 벗겼다.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채널A
 
아빠가 감정이 격해져 과격한 행동을 하자 금쪽이는 놀라 울음을 터뜨렸다. 이처럼 마스크 문제로 금쪽이네는 갈등이 끊이질 않았다. 오은영은 보통 사람들은 서로를 마주하는 일상에서 상대의 반응에 초점을 맞추기 마련인데, 금쪽이는 자신이 정한 기준에 모든 것을 맞춘다고 설명했다. 상대가 불편해 하는 기색이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학교에서의 소통도 마찬가지였다. 

엄마는 금쪽이가 집중 치료 병동에 입원까지 했었다고 털어놓았다. 흥분하면 길거리에 드러누워 울거나 엄마 옷을 찢기까지 하는 금쪽이를 감당하기 힘들었던 터에 주치의 권유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하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오히려 병원에 다녀온 후 부끄러움이 생겼다며 양치와 샤워를 거부했다. 바깥에서 볼 수 없는데도 환풍구로 누군가 보고 있다고 생각이 들어 트라우마가 됐다는 것이다.

씻기를 권유하던 엄마가 방에서 나가자 금쪽이는 물건을 집어던지며 소리를 질러댔다. 병동 얘기에 예민해진 걸까. 진징시키기 위해 달려온 엄마를 밀치더니 흥분해 달려들었다. 감정 조절이 전혀 되지 않았다. 엄마는 서둘러 금쪽이를 제압했다. 금쪽이는 소리치며 마스크를 찾았고, 거칠게 반항하며 엄마의 얼굴을 할퀴어 상처까지 냈다. 엄마와 금쪽이의 실랑이는 일상처럼 반복됐다.

"아이의 감정은 부모를 닮는 법" 오은영의 진단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채널A
 
오은영의 최종 판단을 위해 금쪽이의 학교 생활을 체크했다. 급식 시간, 친구들은 순번을 지키기 위해 줄을 섰지만, 금쪽이는 순서를 기다리지 않았다. "배고파", "얼른 줘"라고 칭얼대며 어린아이처럼 떼를 썼다. 웅성거리는 소리에 갑자기 "나 때문에 그런 게 아니야"라며 변명을 했고, 친구 발을 밟은 후에도 사과를 하지 않아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피해의식이 있는 듯했다. 

금쪽이는 집에서처럼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고, 친구를 밀치는 폭력성을 보였다. 제지에 나선 선생님마저도 미는 등 공격적인 행동을 이어갔다. 결국 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엄마가 학교로 찾아와야 했다. 엄마는 금쪽이를 대신해 친구에게 사과했다. 조퇴를 시키는 과정에서도 극도의 흥분 상태라 엄마의 얼굴에 각도기를 집어던지고, 책상을 내동댕이쳤다. 교실은 공포에 사로잡혔다. 

금쪽이는 사회적 언어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어휘나 문법이 부족한 게 아니라 상대의 감정과 말의 의도를 해석하지 못했다. 금쪽이만의 독특한 언어 특징이 있었는데, ①일방적 소통 ②명령조였다. 대화를 하는 것 같지만 자기 말만 했고, 상대 말에 동의하는 법이 없었다. 또, 명령조의 말투는 상대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사회적 의사소통 장애'라고 진단했다. 

'왜 나만'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는 점도 짚어봐야 할 부분이었다. 피해의식을 잘 보여주는 언어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금쪽이의 피해 의식은 왜 생겼을까. 힌트는 '아빠'에게서 찾을 수 있었다. 고모네 가족이 집을 방문했고, 금쪽이는 자신보다 어린 동생들이 아무것도 만지지 못하게 제지했다. 방에도 출입하지 못하게 할 정도로 예민하게 굴었다. 심지어 장난감을 빼앗기까지 했다.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채널A
 
상황은 점점 더 나빠졌다. 금쪽이는 장난감이 없어졌다며 흥분했고, 엄마가 진정시키려 했으나 문을 발로 차며 난리를 쳤다. 이를 발견한 아빠는 급발진하며 금쪽이에게 손찌검을 하고 말았다. 중간에서 엄마가 말리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금쪽이는 아빠를 피해 장롱 속으로 숨었고, 아빠는 치미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었다. 급기야 촬영 중단을 선언했다. 

"우리 아빠는 무서운 사람. 근데 어떨 때는 지켜줘요. 아빠한테 매일 혼나지만 아빠가 싫지는 않아요. 지금 추억들을 다 생각해 보면 다 아빠 덕분이에요." (금쪽이)

매일 지옥에서 사는 금쪽이 가족에게 과연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 오은영은 금쪽이가 갖고 있는 불안은 ①물리적 힘에 의한 두려움 ②부모와 헤어지는 두려움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금쪽이는 때리고 소리지리는 아빠의 존재 때문에 자극에 매우 과미한 상태였다. 기본적으로 사람의 감정을 해석하기 어려운 데다 물리적 자극으로 이후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 버리는 악순환이 고착화된 것이다.

또, 아빠는 화가 날 때마다 '버린다', '포기했다' 등 부정적 언어를 사용했는데, 금쪽이 역시 이를 고스란히 배워버렸다. 오은영은 "아이의 감정은 부모를 닮는 법"이라며 부정적 소통의 대물림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금쪽이는 아빠를 옹호했다. 오히려 아빠와 엄마가 자신 때문에 고생해서 불쌍하다고 말했다. 부모를 보며 죄책감을 안고 살았던 것이다. 
 
금쪽이의 진심을 들여다보며 부모는 반성의 눈물을 흘렸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문제 정도가 매우 높은 수위라고 진단했다. 의사로서 집중 치료 병동 입원이 이해가 된다는 입장이었다. 지금으로서는 솔루션보다 금쪽이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게 우선이었다. 오은영은 부모가 사회적 의사 소통 장애에 대한 공부를 할 필요가 있으며, 약물 치료도 권장한다고 조언했다. 

또, 올바른 대화를 연습하기 위해 '말하기'와 '듣기' 팻말을 통해 말할 때와 들어야 할 때를 구분하며 쌍방 소통 방법을 익히도록 제안했다. 금쪽이는 말은 청산유수처럼 잘하지만 듣는 걸 힘들어 했는데, 엄마는 포기하지 않고 금쪽이와 매일같이 연습했다. 금쪽이가 짜증을 내고 폭력적으로 저항할 때도 있었지만, 엄마는 단호하게 대응했다. 금쪽이가 스스로 흥분을 이겨내도록 도왔다. 

아빠는 금쪽이를 위해 사과의 편지를 작성했다. 사랑하는 마음을 전달하고 변화를 약속했다. 또, 학교로 가서 급식 배식 연습을 하며 순서 지키는 법을 가르쳤다. 금쪽이가 막무가내로 굴어도 아빠는 화를 참고 차분히 설명해 금쪽이를 이해시켰다. 노력의 결과는 금세 나타났다. 금쪽이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고, 친구들과의 쌍방 소통을 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더 좋은 소식을 전해주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금쪽같은 내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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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길을 가라. 사람들이 떠들도록 내버려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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