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 스틸컷<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 스틸컷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 스틸컷
정상성의 함정과 대결하기
<가오갤3>의 빌런은 하이 에볼루셔너리다. 이 빌런의 목적은 좀 독특하다. 인피니티 스톤의 힘으로 우주를 마음대로 하거나 멀티버스를 파괴하려는 게 아니라 (이름대로) 높은 수준의 진화를 추구한다. 하이 에볼루셔너리는 수천 년 전 지구에서 불린 음악을 수집해 틀어놓는다. 그는 불협화음이 하나의 화음이 되는 과정을 찬양한다.
높은 수준의 진화를 쉽게 풀어쓰면 '완벽한 세상'이다. 하이 에볼루셔너리가 꿈꾸는 세상에는 어떤 악도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 로켓을 개조하는 등 수많은 동물진화 실험을 하고 급기야 지구를 본뜬 '카운터어스'라는 행성을 만들기에 이른다. 물론 이런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카운터어스'에도 잘 구획된 주택가를 벗어나면 빈민가가 펼쳐진다. 카운터어스의 작은 폭력은 하이 에볼루셔너리가 구축한 더 큰 폭력으로 진압된다.
일찍이 하이 에볼루셔너리의 본질을 간파한 로켓의 말에 따르면 '완벽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원래대로가 싫을 뿐'이며,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원리를 깨닫고 창조성을 갖게 된 피조물에 대한 열등감으로 똘똘 뭉친 콤플렉스 덩어리에 불과하다. 불협화음은 불협화음대로의 조화가 있다는 원리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신이 없기 때문에 신이 되려는 자부터 이미 완벽과는 거리가 멀다. 당연한 귀결이다.
'흠이 없다'는 뜻의 완벽은 결국 정상성에 대한 강요로 이어진다. 문제는 이런 정상성의 함정에서 가오갤 멤버들도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오프닝에서 로켓이 듣는 곡은 'Radioghead의 Creep'이다. 너무 특별한(you're so very special) 사람과 달리 스스로를 별종(I'm a Wierdo)로 여기고 완벽한 신체와 영혼(I wanna perfect body, I wanna perfect soul)을 갖길 원한다는 내용이다.
로켓은 생사의 갈림길에 서고 끔찍한 개조실험을 함께 당한 동물 친구들과 만난다.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순간 릴라는 로켓과 함께 꾸던 꿈을 상기시킨다. '언젠가 하늘을 나는 멋진 기계를 만들어 친구들과 함께, 영원히 아름다운 하늘로 날겠다'는 소망을. 로켓은 '더는 도망치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자기혐오의 늪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하이 에볼루셔너리가 붙인 89P13라는 실험번호가 아니라 스스로 지은 이름인 로켓과 미국 너구리라는 본인의 정체성을 인정하며 우주에서 유일하게 특별한 '로켓 라쿤'으로 거듭난다.
자신의 판단으로 가족이 되었지만, 나머지 가오갤 사이에서도 서로를 비정상으로 인식해 교정하려 드는 일은 빈번히 일어난다. 스타로드는 다른 우주에서 온 가모라에게 일방적으로 사랑을 강요하지만, 돌아오는 건 당연한 반발과 동료들의 놀림뿐이었다. 그랬던 스타로드가 인정받게 된 건 자신과 사랑을 나누던 가모라가 지금의 가모라는 아님을 수긍하고 고백을 멈추던 순간이다. 가모라는 왜 다른 우주의 가모라가 멍청해 보이는 스타로드와 사귀었는지 알겠다고 말한다.
네뷸라는 드렉스가 쓸모없는 바보라는 편견에 갇혀있다. 이런 아수라장을 정리하고 각자의 차이를 인정해 팀을 하나로 묶는 건 뛰어난 공감 능력을 맨티스다. '우릴 웃게 하고 사랑하는 게 어떻게 골칫거리이며 유일하게 자신을 미워하지 않는다'며 말이다. 하이 에볼루셔너리의 우주선이 폭발하기 직전 절체절명의 순간. 맨티스의 통찰처럼 드렉스는 자신을 미워하지 않는 건강한 자신감에서 만든 웃음으로 수많은 아이들의 목숨을 구한다.
하이 에볼루셔너리에 맞서는 게 무모하다는 가모라에 말에 스타로드는 말한다. 함정인 줄 알고 싸우는 건 함정이 아니라 대결이라고. 사회와 시스템, 고정관념이라는 막강한 적은 인식 속에 깊게 뿌리박혀 자연스러워 보인다. 배경처럼 깔린 선입견들은 자신의 존재감을 지우는데도 능숙하다. 하지만 그것들을 인식한다면 함정에 빠지는 게 아니라 대결을 펼칠 기회를 창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