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대 그물 자르는 김상식 감독7일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7차전 안양 KGC 인삼공사와 서울 SK 나이츠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챔피언 자리에 오른 KGC 김상식 감독이 골대 그물을 자르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 KGC는 이번 시즌 구단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김승기 감독과 간판슈터 전성현(이상 고양 데이원점퍼스)이 이적하며 전력이 약화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KGC는 국가대표 감독을 역임해던 김상식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하며 빈 자리를 메웠다. 김 감독은 고려대 출신으로 실업 중소기업은행과 프로 나산과 KGC의 전신인 SBS에서 선수생활을 하다가 2003년 은퇴했다.
김상식 감독은 현역 시절 '이동미사일'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국가대표 슈터였지만, 지도자로서는 그리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2005년 SBS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2006년 안양 KT&G 감독대행, 2008년 대구 오리온스 감독, 2014년 서울 삼성 감독대행, 국가대표 감독(2019-2021) 등을 역임했지만, 모두 팀성적이 좋지 않았다. KGC를 맡기 전까지 KBL 감독 통산 성적이 39승 68패에 불과했고 봄농구 경험은 아예 전무했다. 이로 인하여 안양 KGC 감독에 선임되었을 때도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김상식 감독은 특유의 부드러운 인화 리더십과 합리적인 자율농구를 앞세워 KGC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이미 잘 구축된 우승후보급 전력을 물려받은 덕분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가진 전력을 잘 활용하는 것도 감독의 능력이라고 했을 때 김 감독의 업적이 폄하될 이유는 없었다.
김상식 감독은 지도자로서 처음 맞이하는 봄농구에서는 캐롯과의 4강전-SK와의 결승전에 걸쳐 상대의 잇단 변칙 전술과 라인업에 고전하기도 했으나, 일비일희하지 않고 팀이 가장 잘할 수 있는 플레이에 집중하는 '정공법'으로 끝내 감독 첫 우승을 차지하는 기쁨을 누렸다. 역대 챔프전에서 시리즈 5차전까지 열세를 기록하고도 시리즈를 뒤집고 역전 우승한 것은, 1998년의 대전 현대(현 KCC)와 2002년의 대구 동양(현 데이원) 이후 KGC가 역대 3번째이자 무려 21년 만이었다.
감동 선사한 SK의 투혼
우승은 아깝게 놓쳤지만 그에 못지않은 감동을 선사한 SK의 투혼 역시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2021-2022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했던 SK는 올시즌 구단 역사상 최초의 2연패에 도전했으나, 동아시아 슈퍼리그 결승에 이어 챔프전에서도 모두 KGC에게 아깝게 고배를 마셨다.
SK는 압도적이었던 지난 시즌과 달리 악재가 많았다. 안영준이 상무에 입대했고, 전년도 MVP 최준용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플레이오프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시즌 초반에는 패배가 승리보다 많아지며 6강 진출조차 불투명해보이는 위기를 맞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그 최강의 '원투펀치' 김선형과 자밀 워니를 주축으로 조직력을 재정비했다. 두 선수는 나란히 선두팀 KGC의 변준형-오마리 스팰맨을 제치고 국내 선수-외국인 MVP를 휩쓸었다. 여기에 최성원-최원혁- 오재현은 '수비 삼대장'을 형성했고, 전성기가 지났다던 베테랑 최부경과 허일영이 부활하며 플레이오프에서 힘을 보탰다. SK는 정규시즌 마지막 6라운드를 전승한 데 이어, 3위로 올라온 플레이오프에서는 6강전(6위, 전주 KCC)-4강전(2위 창원 LG)을 연이어 스윕하는 저력을 발휘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전희철 감독의 지략도 빛났다. 사령탑으로는 2년 차이지만 선수-코치-감독으로 모두 우승을 차지했을 만큼 풍부한 경험을 자랑하는 전 감독은, 올해 봄농구에서는 워니-김선형의 투맨게임에서 3-2 드롭존, 강압수비 등 다채로운 전술변화와 적재적소의 선수기용으로 전력을 극대화하며 그동안의 성과가 단지 '선수빨'이 아니었음을 증명해냈다.
결과적으로 15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 하고 4쿼터 대역전패를 당한 6차전의 경기운영이 아쉬운 옥에 티가 되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전 감독의 전술적 판단미스라기보다는 선수단의 체력고갈이 원인이었다. 전 감독은 경기 후 아쉬운 패배를 자책하며 눈물을 흘렸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은, 애초에 전 감독의 리더십과 지략이 없었다면 SK가 여기까지 올라오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