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방영된 tvN '장사천재 백사장'의 한 장면.
지난 30일 방영된 tvN '장사천재 백사장'의 한 장면.CJ ENM
 
이탈리아 나폴리 최초 백반집을 개업한 백종원 사장과 알바생들에게 위기가 닥친걸까. 지난 30일 방영된 tvN <장사천재 백사장>에선 나폴리에서의 영업 첫날을 맞이한 백사장의 고군분투기가 그려졌다. 모로코를 떠나 두번째로 찾아간 곳은 미식, 문화의 고장인 이탈리아 나폴리였다. 피자로 대표되는 이곳에서 한식당은 낯선 존재 그 이상이었다.  

​8천여개 이상의 피자집 틈 사이에 한식당은 단 한번도 개업한 적이 없는 한국 요리의 불모지에 과연 백반집 영업이 잘 될지 의문, 그리고 우려감을 안고 백종원 사장은 또 한번 맨땅에 헤딩하듯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번엔 새로운 알바생으로 가수 존박, 권유리(소녀시대), 그리고 모로코에 이어 다시 한번 합류한 배우 이장우가 이탈리아 장사에 참여하기로 했다.  

한주전 방송에서 야심차게 준비했던 불고기 피자가 현지인들의 혹평을 피하지 못하면서 백사장이 새롭게 빼든 카드는 한식 백반이었다. 한상 가득 푸짐한 반찬, 국거리 등으로 우리의 배를 든든하게 채워주는 친숙한 식단이지만 한국 요리 자체가 낯선 그곳에서 과연 이 메뉴는 통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1일차 성과는 한마디로 실패였다. 

중국-일본 식재료만 즐비한 현지 마트
 
 지난 30일 방영된 tvN '장사천재 백사장'의 한 장면.
지난 30일 방영된 tvN '장사천재 백사장'의 한 장면.CJ ENM
 
이탈리아인 알바생도 2명이나 채용한 이들은 이제 본격적인 장사 준비를 위해 현지 마트를 찾았다. 그곳에서 가능한 우리 요리에 최대한 근접한 맛을 내줄 수 있는 식재료들을 현지 조달하기로 한 것이다. 동양 요리를 위한 코너도 존재했지만 그곳에는 중국, 일본 요리를 위한 재료만 즐비했다. 간장, 된장을 비롯해서 김치 재료 조차 일본산 위주로 채워진 현실은 앞으로 백사장의 현지 식당 영업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암시했다.  

마트에서 재료 구입비로 738유로(약 109만원) 정도를 사용한 이들은 백사장의 조언대로 영수증 내역서를 토대로 파악한 개별 재료 단가를 계산해 메뉴 가격을 결정하기로 했다. 그 결과 제육 백반 정식을 15유로(약2만2천원)으로 판매가를 정해 첫날 영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점심 시간이 되어도 한식당을 찾아온 손님은 전혀 없었다. 이에 백사장은 황급히 건물 외벽을 비롯한 입구에 메뉴가 인쇄된 종이를 붙이고 이탈리아 현지 알바생들이 길가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게끔 자리를 꾸며 손님들의 이목을 끌어보기로 한다. 이에 조금씩 호기심을 느낀 손님들이 하나 둘씩 발걸음을 내딛었다.  

예상치 못했던 클레임
 
 지난 30일 방영된 tvN '장사천재 백사장'의 한 장면.
지난 30일 방영된 tvN '장사천재 백사장'의 한 장면.CJ ENM
 
​한두 명씩 문턱을 넘어 찾아온 한식당이지만 이들의 반응은 미묘하지만 조금씩 엇갈렸다. 이탈리아인 노신사는 반주로 곁들여 한잔 마실 수 있는 와인, 위스키, 맥주, 혹은 일본 사케가 있냐고 물어봤지만 이곳에 준비된 술은 막걸리, 복분자 등 한국 전통주 뿐이었다. 막걸리 특유의 달달함이 익숙치 않은 손님은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다른 종류의 술도 팔았으면 좋겠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이는 충분히 타당성 있는 의견이었다. 현지인들은 식사 때 반주를 곁들이는 문화에 익숙해 있고 그럴때마다 와인 혹은 맥주 등을 선택해 한잔 마시곤 한다. 그런데 한국 전통 식문화를 알리는 목적에서 마련된 이곳 한식당에선 이와 같은 술종류가 전무했으니 낯선 음식을 접하는 손님 입장에선 난감할 법 했다. 이에 홀서빙을 담당한 존박은 친절하게 경청한 후 클레임을 수용하고 술에 대해선 환불을 해주기로 했다.

​뒤이어 찾아온 몇몇 손님들은 친숙한 메뉴가 아니었지만 입맛에 맞는 듯 준비된 쇠고기뭇국을 시원하다는 표정으로 즐기는 등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목표로 삼았던 30인분 판매에는 턱없이 못미치는 매출 실적이 나오고 말았다. 단 7인분 판매라는 충격적인 결과 속에 다음주 방영분 예고를 통해 "장사 꼴등 백사장"이란 자막과 더불어 특단의 조치가 백사장 및 알바생들을 기다리고 있었으니 과연 나폴리 한식당은 이대로 주저 앉을 것인가? 

너무나도 다른 식문화
 
 지난 30일 방영된 tvN '장사천재 백사장'의 한 장면.
지난 30일 방영된 tvN '장사천재 백사장'의 한 장면.CJ ENM
 
​어찌보면 나폴리 한식당의 첫날 영업 실패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로 보인다. 우리가 마치 라면을 즐겨 먹는 것 마냥 이탈리아인들에겐 피자가 식생활의 일부임을 감안하면 존재조차 미미한 한식, 백반 요리가 당장 그들의 입맛을 자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일 것이다. 마트에서 조차 중국, 일본 요리 재료가 여럿 존재했지만 한식재료는 전무했던 것만 보더라도 한식은 미지의 존재 그 자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한 한식 고유의 풍미는 살리면서 이탈리아 사람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한 노력은 인상적이었다. 도저히 구할 수 없는 재료들을 대신한 대체재를 적극 활용하는 등의 임기응변은 어찌보면 한식의 현지화를 위한 가장 필요한 방법 중 하나이기도 했다. 로메인으로 상추쌈을 대신하고 크기가 우리 채소보다 크다는 점에 착안해 에스프레소 잔에 이를 담는 아이디어 등은 신박하다는 느낌을 선사했다.  

반면 술, 반주가 곁들여지는 이탈리아 특유의 식문화를 미리 파악하지 못했던 부분은 백사장으로선 곱씹어볼 만한 실수였다. 막걸리, 복분자주만 비치해둔 점은 가뜩이나 낯설기만한 한식 백반 요리를 더욱 접근하기 어렵게 만든 건 아니었나 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식당만 해도 소주, 맥주 등 다양한 주류를 갖춰 놓고 장사를 하고 있음을 생각해본다면 사소하면서도 중요한 부분을 간과한 것처럼 보일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첫날 장사를 통해 문제점을 파악한 백사장과 알바생은 두번째 날 장사를 어떻게 진행시킬지가 <장사천재 백사장>의 새로운 관전 요소로 떠올랐다. 우여곡절 많았던 모로코와는 전혀 다른 난관에 봉착한 백종원 사장의 다음 대응 방식이 무척 기다려진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장사천재백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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