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회 전주국제영화제 민성욱,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
전주국제영화제
파격 혹은 충격. 올해 24회째를 맞은 전주국제영화제가 민성욱·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 체제를 택하며 불거진 표현들이다. 1회 때부터 사무국장을 역임하며 전주영화제 안팎에서 꾸준히 관련 일을 해 온 민 위원장과 달리 배우 정준호의 선임을 두고 영화계, 특히 독립예술영화계에서 비판 목소리가 나왔고 일부 이사진이 사퇴하는 등 내홍도 겪었다. 대안과 독립이라는 정체성을 추구해 온 영화제와 정 위원장의 행보가 들어맞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일련의 상황을 지나며 지난 27일 영화제는 개막했고, 3일 차까지 별다른 문제 없이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관련하여 29일 오전 민성욱-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을 직접 만나 그간의 과정을 묻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절실한 예산 증액
코로나19 엔데믹 시기를 맞은 전주국제영화제는 온라인 상영은 물론이고, 모든 오프라인 행사를 정상 진행 중이다. 오는 6일까지 42개국 247편의 영화가 상영되며 행사 장소도 영화의 거리와 함께 전북대학교, 전주 시내 곳곳 주요 시설을 활용하는 등 확대된 모양새다. 올해 전주를 찾은 해외 게스트는 약 130명 수준, 2019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늘어난 수치다. '우리는 늘 선을 넘지'라는 새로운 슬로건은 대안과 실험정신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하고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풀이할 수 있다.
두 위원장은 지난 3일간 함께 혹은 따로 행사장을 다니며 영화제를 찾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었다. 개막식, 28일 전주시네마 프로젝트 파티를 비롯해 영화의 거리 곳곳에서 일정을 소화하는 두 사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기자와 만난 두 위원장은 예산 확대 부문을 강조하며 청사진을 그리는 모습이었다.
개막식에서 정준호 위원장은 "안방 살림은 민성욱 위원장이 대외협력과 홍보, 스폰서 유치는 제가 중심이 돼서 하고 있다"라고 역할 분담을 언급한 바 있다. 그 성과일까. 비공식 정보지만 정준호 위원장이 유치해 온 후원 금액이 역대 집행위원장 중 최고라고 한다. 정 위원장은 "당장 큰 금액보단 꾸준한 후원이 중요하다"고 운을 뗐다.
"전주영화제 활성화 차원에서 더 많은 창작자에게 기횔 드리기 위해 우리가 직접 지원하는 방법밖엔 없다. 그간 전주영화제가 그런 부분을 과감하게 잘 해왔다고 본다. 힘을 보태기 위해 후원회를 조직했고 100여 개 기업을 선정했다. 물론 그 중엔 제 지인도 있고, 현재까지 40여 기업이 참여했다. 전라북도 지원금이 2억 원 정도인데, 그보다는 많이 모였다. 대한민국 콘텐츠에 투자하는 마음으로 참여하시라, 여러분이 밀어주는 영화가 이런 작품이니 영화제에 오셔서 보시고, 소통도 해주시라 말하고 다녔다. 중요한 건 단기 후원이 아닌 지속성이다. 그래서 제가 금액을 좀 낮춰 말씀드리곤 했다. 당장 큰 돈을 모아올 수도 있었겠지만, 적은 돈이라도 지속적으로 후원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아직까지 한 분도 난색을 표하거나 반대하신 분은 없었다." (정준호 위원장)
정준호 위원장은 "K 콘텐츠 열풍이 부는 지금이야말로 투자의 적기다. 특히 특색 있고 사회적 메시지가 있는 작품들을 위해 지원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설득했다"며 "중소기업 박람회 등에 가보면 뛰어난 상품이 많은데 결국 투자를 못 받아 사장되는 경우가 많더라. 독립영화도 그렇다. 창작자들을 지원하기 위해선 이런 예산 확보가 필수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1회 때부터 스폰서 모집은 쉽지 않았다. 제가 사무국장으로 여러 대기업에 제안을 했는데 연락이 아무 곳에서도 안 왔다. 하지만 이 소식을 듣고 감사원장을 지냈던 고 한승원 원장께서 도와주셨다. 손수 기업에 연락해주셨고, 연락이 오더라. 그때 약 10억 원이 모였다. 역대급이었지. 물론 영화제 자부담률을 높여야 하는 건 동의하는데 이처럼 특출난 분이 노력해주시지 않으면 협찬받기가 힘든 건 사실이다.
사실 전주영화제 프로그램은 여느 영화제 이상이라 생각한다. 한 단계 도약할 때인데 그러려면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여러 아이디어가 있음에도 예산 문제로 못하는 게 있는데 올해는 좀 다른 분위기인 게 조직위원장인 우범기 시장, 김관영 전북도지사께 직접 예산 지원 증액을 요청드렸고, 긍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3년 안에 독립영화의 집이 완공될 텐데 저희 임기 내에 혹은 그 직후에 영화제가 도약할 길이 열릴 것이라 기대한다." (민성욱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