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차별' 유럽순회상영회 기획자 유재현씨.
김지운
지난 4월 24일, 이번 독일·유럽 순회상영회를 기획한 유재현씨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독일에서 아시아, 유럽 그리고 예술과 정치 이슈를 다루는 독일 Art5 예술협회의 공동대표인 유재현이라고 합니다. 독일 바이에른의 작은 마을 바이라비즈에서 목장을 운영하는 농부로 그리고 예술문화기획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독일 남부 시골로 이사 오기 전 베를린에서 15년간 살면서 베를린 한글학교에서 교사 활동을 하다가 젊은 나이에 교장직을 맡기도 했었습니다."
- 다큐멘터리 <차별> 독일·유럽 순회상영회를 기획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베를린 한글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해외에서의 모국어 교육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전시기획자로 2014년부터 독일과 한국과 일본 그리고 타이완, 중국의 예술문화교류를 추진하면서 자연스럽게 일본 사회와 더 가까워지게 되었습니다.
이때 일본 사회에서의 조선학교의 정체성과 문제의식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조선학교 차별은 세계 시민적 관점에서 다른 인종을 탄압하는 인종차별입니다. 특히 식민지 약탈을 꿈꾸며 조선 땅을 밟고 조선인들을 이용하고 패전국이 된 이후 이 조선인들을 고장 난 기계처럼 버려버리는 전범국가의 또 하나의 죄를 짓는 것입니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면서 한일 관계가 뜨겁게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이 속에서 한국마저도 외면할 수 있는 이러한 차별을 유럽에서 우리가 영화를 통해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 현재까지 <차별>의 순회상영회 진행 상황은 어떤가요?
"4월 28일 베를린 상영을 시작으로 4월 29일 프랑크푸르트, 5월 6일 암스테르담, 6월 9일 함부르크 상영회가 진행됩니다. 이외에도 오스트리아 빈에서 조만간 상영의 구체적 내용이 나올 계획입니다. 독일 뒤쎌도로프/쾰른, 영국 런던, 아일랜드 더블린 외 다수의 도시에서 상영의 추진을 위해 많은 분들이 애쓰고 있습니다.
영화상영으로 생기는 수익 50퍼센트 이상은 조선학교 돕기 후원금으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김지운.김도희 감독님께서 규수조선초중고급학교, 후쿠오카조선초급학교, 야마구치조선초중급학교로 후원금을 직접 전달할 계획이며 학교수업과 소조(동아리)활동에 필요한 교육 기자재 구입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 각 지역에서 이번 상영회를 주최하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인가요?
"이번 유럽 상영회는 2022년 6월에 있었던 영화 <그대가 조국> 상영회를 주도한 도시들이 그 주축을 이루었습니다.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뮌헨, 암스테르담에 함부르크가 더불어 함께하고 비엔나, 뒤쎌도르프도 외 여러 도시가 상영을 추진하고 있어 훨씬 더 많은 도시들로 확장되었습니다. 예술과 문화를 통해 유럽의 교민과 유학생들뿐 아니라 더 많은 유럽 시민들과 이러한 동북아시아의 이슈를 함께 눈으로 보고 토론하는 자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상영회에는 일본 교토조선학교 출신 심향복씨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현재 독일 베를린에서 디자인 공부를 하는 유학생이라 온라인 홍보자료를 직접 만들어 주었고,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 상영회에 직접 참여해 본인의 경험담을 관객과 함께 나눌 예정입니다.
심향복씨는 일본에서 조선학교는 동포사회의 중심이기 때문에 학교가 공격을 받거나 차별이 있을 때 공동체 모두가 공격받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하여 이를 막기 위해 무슨 일이든 돕고 싶다고 합니다. 심향복씨는 일본 학생들은 2차 세계대전에 대해 배우는 것이 별로 없을 뿐만 아니라 대학입시에 그 역사에 대해 나오는 것이 전무하다며, 조선학교 학생들은 역사의식이 없는 일본 시민들로부터 일상적 언어 속 차별부터 가혹한 이유 없는 폭력까지 다양한 차별을 받게 된다고 합니다."
- <차별> 상영으로 기대되는 효과는 무엇인가요?
"심향복씨는 한국에서 그동안 다큐 영화나 언론을 통해 조선학교 문제가 많이 노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조선학교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것에 놀랐다고 합니다. 일본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독일과 유럽에서 민주화운동을 하시는 분들과 소통을 하면서 일본의 식민 지배 역사와 전후보상에 대해 많은 배움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유럽이라는 외국에서 자녀들에게 한국어 교육을 하면서 이와 비슷한 조선학교의 상황에 대해 많은 동포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더 많은 유럽의 도시에서 <차별> 영화 상영에 동참해 주었으면 합니다. 이번 상영이 한·일관계뿐 아니라 조선 즉 분단되지 않은 하나의 땅을 꿈꾸는 많은 분들에게 한반도 평화의 상징이 되고 더불어 인종차별이 없는 평등하게 살아가는 세계인의 터를 만드는 작은 디딤돌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가 함께 조선학교와 조선유치원의 무상교육 그리고 일본에서의 조선인 차별을 막기 위해 아래와 같은 미래를 위한 참여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변화를 위한 외부의 로비와 압력입니다. 이 외부적 압력은 한국과 해외에서 일본에 조직적으로 압력을 넣는 것입니다. 이런 압력이 강하게 있었다면 일본 기시다 총리가 독일 숄츠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베를린 소녀상 철수를 요구했을 때, 숄츠 총리가 침묵으로 답하지 않고 절대 철수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이야기를 했으리라 확신합니다.
두 번째는 변화를 위한 내부의 로비와 압력입니다. 일본이 변하기 위해서는 외국인들이 변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인들이 변해야 합니다. 즉, 이들이 스스로 일본 정치와 사회를 변화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주어야 합니다. 영화 <차별>을 보면 아시겠지만 수많은 양심적인 일본인들이 재일동포사회와 조선학교를 돕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들과 좀 더 굳건히 연대한다면 일본 전체가 변화하는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흔히 '좋은 영화 한 편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어떤 영화가 좋은 영화인지는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의 영역이기 때문에 여전히 의문이다. 결국 다큐멘터리 영화는 '본다', '봤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단 한 사람에게라도 '행동한다', '연대한다'라는 마음을 이끌어낼 수 있을 때 그 가치를 더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한국, 일본, 유럽,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큐멘터리 <차별>의 상영운동이 일본의 조선학교와 재일동포사회의 차별에 어떤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