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랑의 고고학> 스틸컷
(주)엣나인필름
영화는 8년 동안 뒤틀린 관계를 유지하며 주인공의 과거, 현재, 미래를 살핀다. 40대에 들어선 여성의 복기이자 막연한 미래를 향한 느린 걸음걸이를 쫓는다.
처음에는 영실을 이해하지 못하겠더라. 왜 느슨한 관계를 끊어내지 못하고 이용당하고 있는 건지. 남자친구는 끊임없는 의심과 사과를 반복하는데, 모질게 떨쳐내지 못하고 매번 끌려간다. 억압적인 가정환경에서 자란 영실은 이 모든 게 사랑이라 생각했던 게 아닐까. 고지식한 성격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형태로 진화했다. 영원한 사랑을 강요당하는 게 폭력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지경까지 이른다. 결국, 사랑이란 이름의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있는 존재로 전락하고야 만다.
뜨거운 감정이 식더라도 계속 만나자는 인식의 바람대로 영실은 최선을 다해 연락을 주고받는다. 그저 약속을 지켜야 할 의무, 원리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성격을 이익 때문에 이용하는 전형적인 가스라이팅이다.
지금이라도 도망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