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 윈슬렛이 조쉬 호로비츠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케이트 윈슬렛이 조쉬 호로비츠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유튜브 조쉬 호로비츠 채널
 
"여배우가 레드카펫 위를 걸어가면, 사람들은 그녀가 무슨 옷을 입었는지 눈여겨 봐요. 그리고 '(몸매가) 잘 빠졌다'는 끔찍한 소리를 하죠. 그런 말 하지 마세요. 남자에게 그렇게 말하지 않잖아요."

지난 23일(현지 시각) 배우 케이트 윈슬렛은 인스타그램에 위의 발언을 담은 영상을 게재했다. 지난해 12월 16일 방송된 팟캐스트 '해피 새드 컨퓨즈드(Happy Sad Confused)'에 출연한 영상의 일부분이었다.

영화 <타이타닉> 재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케이트 윈슬렛은 <타이타닉> 출연 이후 언론과 대중으로부터 받은 비난에 대해 언급했다. 영화 <타이타닉>에서 잭 도슨(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이 '자신의 뚱뚱한 몸매 탓에 나무판 위에 못 오른 것'이라는 악플과 여배우를 나이와 외모로 평가하는 기자들에게 입을 연 것이다.

"지금은 젊지만 나도 나이가 들면 늙는다. 그걸 알고 있고 두려움도 있다. (하지만) 기자들은 여배우(나)를 그런 식으로 대해서는 안 된다."

케이트 윈슬렛이 외모 평가에 대한 부당함을 호소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21년 공개된 미국 HBO 7부작 드라마 <메어 오브 이스트타운> 촬영 당시 그는 뱃살을 CG로 보정하거나 삭제하자는 감독의 권유에 "그러지 말라"고 만류했다고 밝혔다. 피부를 보정하고 주름을 전부 제거한 홍보 포스터도 반려했다. "내 눈가에 주름이 몇 개 있는지 잘 안다. 전부 돌려놓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이 든 여성을 어떻게든 지우려는 사회 분위기를 거부하는 뜻이었다. 그리고 노골적으로 여성에게만 들이미는 잣대에도 반대하는 의미다.

케이트 윈슬렛을 비롯한 여배우들은 기자회견이나 인터뷰 현장에서도 성차별을 수없이 겪어야 했다. 리한나, 앤 해서웨이 등 여러 여배우들이 인터뷰 도중 횡행하는 성 차별 발언에 불쾌함을 표한 바 있다.

2012년 영화 <배틀쉽> 개봉을 앞두고 호주 매체 <선라이즈>와의 인터뷰에서 영화와 관련한 질문을 이어가던 리포터는 돌연 리한나에게 "가수로서 다른 스타들과 로맨틱하게 연결된 기분이 어떤가요?"라고 질문했다. 프로페셔널 배우이자 가수로서의 리한나를 완전히 지우고, '여성'으로만 규정지은 질문이었다. 이에 리한나는 "굉장히 불쾌하다. 이런 질문을 받는 것 만큼이나. 질문의 요지가 뭐죠?"라고 응했다.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 비판한 스칼렛 요한슨
 
 스칼렛 요한슨, 마크 러팔로 인터뷰의 한 장면
스칼렛 요한슨, 마크 러팔로 인터뷰의 한 장면유튜브 코스모폴리탄UK 채널
 
2012년 미국NBC <엑스트라TV>와 진행된 인터뷰에서 리포터는 앤 해서웨이에게 캣 슈트를 입기 위해 어떻게 몸매 관리를 했는지 질문했다. 앤 해서웨이는 "완벽한 몸매가 아니라 액션을 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답했지만 이후에도 리포터는 계속 무례한 질문을 이어갔다. 결국 앤 해서웨이는 "체중 감량을 원하는 건가요? 캣 슈트를 (직접) 입고 싶은 거예요?"라고 되물었다.

스칼렛 요한슨은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를 향해 성차별이 만연하다고 직접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2012년 영화 <어벤져스> 개봉 당시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은 그에게 몸매관리는 어떻게 했는지, 캣우먼 의상 안에 속옷을 입었는지 질문했다. 그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로버트에게는 흥미로운 질문을 하면서 나에게는 토끼 풀떼기 얘기나 하라고요?"

2015년 <코스모폴리탄>과의 인터뷰에서 리포터는 이전에 스칼렛 요한슨이 지속적인 성차별적 질문을 받아왔던 것을 알고 기자들의 성차별적 관행에 경각심을 제기하기 위해 특별 인터뷰를 진행했다. 스칼렛 요한슨이 기자들에게 받았던 질문을 배우 마크 러팔로에게 그대로 물은 것.

마크 러팔로에게 오늘 시사회에서는 어떤 옷을 입는지, 어떤 포즈를 취할 것인지 등의 질문을 던졌다. 또한 다이어트 방법, 좋은 피부를 유지하는 방법 등도 물었다. 몸매와 외모 이야기도 오갔다. 반면 스칼렛 요한슨에게는 작품과 배역에 대한 질문을 했다. 마크 러팔로는 스칼렛 요한슨에게 '지금까지 그런 질문에 어떻게 대답했냐'고 말하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비단 기자회견뿐만 아니라 영화계 내부에서도 이런 일은 빈번하다. 영화 <우먼 인 할리우드>가 개봉했을 당시, 배우 클로이 모레츠는 16살 때 겪은 일을 털어놓았다. 촬영 직전에 자기 앞에 브래지어가 놓여있었다는 것. 그 옆엔 실리콘 브라 패드가 두 개 있었다. 영화 제작사에서 16살 소녀를 보고 가슴이 너무 작다는 이유로 내린 지시였다. 클로이는 그때 '본인은 그냥 배우가 아니라 여배우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여배우의 몸매와 피부, 나이와 패션에 대해서 말한다. 이 글을 쓰는 나는 최소한 케이트 윈슬렛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 

여성 간의 극적인 사랑을 다룬 영화 <암모나이트>, 나치 전범 재판에 피고로 나선 난독증 여성을 그린 영화 <더 리더: 책읽어주는 남자>, 사형 폐지론자가 사형을 당하는 영화 <데이비드 게일>, 지역 사회에서 벌어지는 연쇄 성폭행범과 살인범을 추적하는 형사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메어 오브 이스트타운> 등을 통해 배우 케이트 윈슬렛은 동성애, 사형제도, 존엄사, 성폭행, 전쟁 범죄 등 우리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의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그의 주름과 나이 그리고 몸매가 이런 영화들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이제는 할리우드가 답해야 할 때다.
케이트 윈슬렛 스칼렛 요한슨 클로이 모레츠 마크 러팔로 페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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