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컬링 세계선수권에 나선 남자 시니어 대표팀.
박장식
동호인 신분으로 세계선수권 무대에 나선 한국 남자 시니어 컬링 대표팀이 심상치 않다. 선수들이 승리의 기쁨을 넘어 첫 출전 대회에서 첫 메달까지 가시권에 놓고 있다.
21일부터 강릉하키센터에서 개최되고 있는 2023 시니어 컬링 세계선수권대회. 이번 대회에 출전한 강릉솔향 팀(신만호, 천인선, 최종경, 함영우, 허정욱)이 잉글랜드와 라트비아를 꺾고 2승째를 기록했다. 선수들은 태극마크를 달고 시니어 세계선수권에 첫 출전한 데 이어 첫 승까지 기록했다.
특히 상대 국가의 선수들은 컬링이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되기 전부터 세계선수권이며, 각종 국제대회에도 출전했던 바 있었던 선수들. 그런 선수들을 누르고 2승까지 기록한 선수들은 "강릉시청 '팀 킴' 선수들이 특별훈련을 해 준 덕분"이라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완승도 하고... 막판 대역전극까지
그야말로 기적이다. 대표팀에 선발되기 전까지는 강릉 시내 곳곳에서 자신의 생업을 이어오면서, 저녁이나 휴일이면 올림픽 덕분에 생긴 좋은 경기장에서 즐겁게 브룸을 잡곤 했던 선수들이었다. 그런 선수들이 한국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을 위해 합을 맞추면서 해외 여느 팀들과 비교가 되지 않는 선전을 펼치고 있다.
한국 선수들의 첫 경기였던 잉글랜드전에서부터 선수들은 날다시피 했다. 잉글랜드의 스킵은 잉글랜드의 '컬링 원로' 존 브라운. 특히 1980년대 세계선수권에 나서기도 한 데다가, 오랜 기간동안 잉글랜드 대표팀 선수들을 지도해 왔기에 경기 감각 역시 나쁘지 않은 선수다.
대표팀 선수들은 첫 엔드부터 잉글랜드에 석 점을 내주는 등 초반에는 고전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경기 중반인 4엔드, 한국이 하우스 밖의 스톤을 투구한 스톤과 함께 하우스 안으로 끌고 와 넣는 레이즈 샷을 극적으로 성공하면서 두 점을 가져오며 경기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그러자 잉글랜드의 진영이 무너졌다. 잉글랜드는 한국에 5엔드부터 7엔드까지 연거푸 1점씩 스틸을 내줬다. 결국 경기는 6-4로 역전되었고, 잉글랜드는 8엔드에 2점 이상의 득점을 만들어 연장전으로 경기를 끌고 가려 시도했지만 한국의 전략에 결국 최종 스코어 8대 4로 한국 대표팀의 첫 승 제물이 되었다.
시니어 대표팀은 이어지는 라트비아전에서 대역전극을 펼쳤다. 한국은 3점 스틸로 상대에게 역전을 허용하며 패색이 짙어졌던 경기 후반 스틸로 극적인 균형을 맞추며 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전에서 선수들은 두 점을 더 스틸해내며 최종 스코어 10대 8로 극적인 승리까지 따내는 데 성공했다.
다만 24일 오전 열린 독일과의 경기는 4대 5로 아쉽게 석패했지만, '한두 번 승리를 하는 것이 최선'이라던 선수들이 다른 국가의 엘리트 출신 선수들을 누르고 승리를 따낸 것은 놀라웠다. 선수들의 목표 역시 플레이오프와 메달권으로 더욱 높아진다.
특히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게 된 계기는 진천선수촌 입소였다. 특히 대한컬링연맹은 선수들의 진천 훈련 지원과 더불어 실업팀과의 연습 경기를 주선하고, 강릉시는 소속 선수인 '팀 킴'과의 특별 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도왔다. 모두가 도운 덕분에 이룬 2승이었다.
"'팀 킴' 선수들, '쫄지 말라'고 조언해주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