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기간제 교사> 포스터
넷플릭스
중학교 영어 교과서에는 '국어'를 'Language arts'라고 표현한다고 한다. 'arts'라, 막상 배우는 학생들은 'art'가 될 수도 있는 'language'에 대해 공감할까? 여기 책 한 권을 쓴, 하지만 이제 대학 교수 임용에서 탈락한 '전직' 문학 교수가 있다. 그렇다면 그가 가르치는 'language arts'라면 다를까? 그런데 그가 학생들을 만나게 된 학교가 심상찮다.
넷플릭스 신작으로 공개된 <기간제 교사(The Substitute)>는 2022년작 아르헨티나 영화이다. 아르헨티나는 남미 대륙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가진 국가이다. 하지만 대다수 남미 국가들이 그렇듯이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위기가 반복되는 상황 속에 있다. 특히 오래전 <에비타>라는 뮤지컬에서 널리 알려진 'Don't cry for me Argentina'라는 노래로 유명해진 페론 대통령 부부의 영향력이 아직도 남아있을 정도로 민주적 정치 체제의 확립이 국가적 화두가 되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 중 25%만이 정상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할 정도로 교육의 문제가 심각하다. 바로 그런 교육 현장에 <기간제 교사>의 주인공 루시오가 '기간제 교사'로 임용되었다.
문학이 필요 없다는 교실에 선 기간제 교사
첫날 수업에 들어선 교사 루시오는 학생들에게 질문을 한다. '문학'의 의미에 대해, 그러자 학생들이 답한다. 자신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고.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그리고 문학이라는 게 살아가는 데 하등 쓸모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아니 애초에 그런 질문을 던지는 루시오를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냐'는 식으로 쳐다본다.
허긴 루시오가 간 공립학교란 곳의 분위기가 저런 답이 나오는 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이다. 뒷자리에서 자는 학생을 좀 깨우라고 했더니, 밤늦게까지 공장에서 일했다는 답이 나온다. 학교에서 마약거래 사건이 벌어지자 학부모가 학교를 믿을 수 없다며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고 한다. 정작 기간제 교사로 간 루시오도 하나 뿐인 딸을 사립 학교에 보내려고 다그치고 있는 중이다.
남의 나라 일일까? 예전 아이들이 다니는 공립학교에서 학부모 시험 감독을 들어간 적이 있었다. 시험 시작과 동시에 후다닥 답을 찍고 엎드려 자는 학생들이 과반수가 넘었다. 내로라 하는 사람들의 자식들은 다 '자사고' 행이었다. 그때가 십여 년 전, 지금은 나아졌을까? '마약'이라는 것조차 이제는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닌 우리 청소년의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니. 어쩐지 영화 속 상황이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진다. '직유법'과 '은유법'을 암기해야 하는 우리의 국어 시간, 학생들에게 문학의 의미를 질문하면 어떨까? 문학의 의미를 알려주면 '암기'하겠다고 하지 않을까? 아니 말 그대로 'language arts'가 우리 교과 과정에 존재하기는 한 걸까?
학생들의 반응에서 당연하게도 루시오는 '여기 어디? 난 누구?' 하는 자괴감을 받아들었다. 이미 체격은 교사인 루시오보다 더 좋은 학생들, 그들은 이미 저마다의 세계가 있어 좀처럼 루시오가 파고들 여지를 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