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킬링 로맨스>를 연출한 이원석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도무지 다음에 이어질 장면을 쉽게 예상할 수 없는 영화다. 어른을 위한 동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감독의 다짐처럼 시종일관 발랄하고 코믹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폭력적으로 구속하는 남편을 제거하기 위한 톱스타의 분투라는 이야기가 섬뜩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15일 개봉하는 영화 <킬링 로맨스>는 분명 올해 등장한 한국영화 중 문제작임은 분명해 보인다. 개봉에 앞서 13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이원석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자신의 꿈이 아닌 강요된 길을 걸어온 배우 황여래(이하늬)가 동남아시아 휴양지에서 부동산업자 조나단(이선균)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이윽고 불행한 결혼 생활이 이어지다 이웃집에 사는 대입 4수생 범우(공명)와 함께 모종의 살인 계획을 세우는 설정이다. 다분히 스릴러 장르 요소 같지만, 영화는 밝은 색감에 뮤지컬 영화를 방불케 하는 뜬금없는 노래 장면 등이 어우러지며 문화적 충격을 안긴다.
괴랄한 영화가 탄생하다
언론 시사회 이후 극단의 반응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다. 도무지 정서를 따라갈 수 없다며 혹평하는 쪽과 감독의 개성과 모험 같은 시도에 응원을 보내는 쪽으로 나뉜다. 이원석 감독 또한 "예상했다"는 반응이었다. 감독의 상업 영화 데뷔작인 <남자 사용 설명서>를 떠올리면 그리 어렵지 않게 이번 영화의 톤과 매너를 이해할 수 있을 법하다.
"대본 작업 때부터 우리끼리 호불호가 확실히 갈릴 거라 얘기했다. 배우들도 그렇게 받아들이고 작품을 선택했다. 박정혜 작가님에게 대본을 받자마자 이하늬씨에게 드렸고 심각하게 고민하셨다고 들었다. 이선균씨도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가기 전에 드렸는데 상을 받는 바람에 당연히 선택 안 할 거라 생각했는데 두 분 모두 결정해주셔서 놀랐지. 촬영할 때도 어쩌면 우리 이민 가야할 수도 있다고 농담처럼 말하기도 했다.
정말 호불호인 게 영화를 본 아내와 딸이 서로 싸웠다. 딸은 재밌다고 했고 이해 못 하겠다는 아내에게 꼰대라고 했다가 다투더라. '아 우리 영화가 뭔가 하긴 했구나' 싶었다. 영화라는 게 사실 그런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고 난 뒤 서로 논쟁하고 토론하는 재미가 있는데 어느 순간 그런 작품이 점점 사라졌거든. 물론 저도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길 원하지만, 모두가 다 좋아할 수는 없잖나. 그래도 사랑받으려 노력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