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주요 OTT 업체들의 로고.
웨이브, 왓챠, CJ ENM, 넷플릭스, 애플
이러한 현상에 대한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일본 애니메이션 열풍이라기 보단, 한국 영화의 부진이라고 보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고정 팬층이 존재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관객 동원력이 보장되는 반면, 일반 관객들이 한국 영화를 외면하면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
한국 영화의 부진에 티켓값 상승이 한 몫하고 있다는 비판도 많다. 코로나 19로 인해 타격을 입었던 극장가는 지난 3년 동안 3차례에 걸쳐 티켓 가격을 인상했다. 현재 주말에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서는 1인 기준 1만 5천 원을 내야 한다. 3D 또는 IMAX 등 특별관을 이용하려면 가격은 2만 7천 원까지 뛴다.
영화 티켓값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1만 2천 원(2018년 주말 프라임존 기준)에서 2020년 1만 3천 원, 2021년 1만 4천 원, 2022년 1만 5천원으로 매년 1천 원씩 세 차례에 걸쳐 총 25%나 인상되었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전 세계에서 물류 대란이 벌어지면서 최근 3년여 간 물가가 어느 때보다 치솟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티켓값은 물가 상승률 평균에 비교하더라도 상승 폭이 매우 가파른 편이다.
단적으로 극장의 가장 큰 대체재로 꼽히는 OTT 넷플릭스의 구독료와 비교해 봐도 그렇다. 2016년 한국에서 스탠다드 요금제 기준 월 1만2천 원에 서비스를 시작한 넷플릭스는 지난 2021년 5년 만에 처음으로 가격을 1만 3500원으로 인상했다. 영화 티켓값 상승 폭의 절반인 12.5% 인상에 불과하다.
한국의 또 다른 인기 엔터테인먼트 산업인 야구 티켓값은 어떨까. 코로나 직전인 2019년 기준 서울 잠실야구장의 네이비석에서 주말 경기를 관람하려면 1만 4천 원이 필요했지만, 2020년 시즌 대부분의 경기를 무관중으로 치른 이후 2021년 1만 5천 원으로 가격을 인상했다. 영화관 못지 않은 타격을 입었지만 인상률은 7% 남짓이다. 영화 티켓의 급격한 가격 인상은 '영화나 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극장을 찾을 수 있는 관객이 감소하는 현상을 불러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서 "가격을 낮춰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까닭이다.
넷플릭스 등 OTT 강세 현상이 영화계에 미친 영향
같은 기간 넷플릭스 등 OTT 콘텐츠들이 강세를 보인 것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 한 달 구독료는 1명만 이용할 수 있는 베이직 요금제 기준 9500원이다. 만약 4명이 이용할 수 있는 프리미엄 요금제를 사용하며 나누어 부담한다면 1인당 부담금은 4250원까지 줄어든다. 극장에서 영화 한 편을 보는 가격으로 약 4개월 동안 넷플릭스의 수많은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이 오히려 더 합리적인 선택에 가깝다.
관객들이 극장 대신 집에서 OTT로 보는 것을 선호하는 현상에 따라, 영화 시나리오 역시 극장 대신 OTT로 몰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매달 발간하는 웹매거진 <한국영화> 4월호에 따르면 "감독, 프로듀서, 제작사 등 창작진들이 시리즈나 드라마로 제작을 선회"하고 있으며 "2025년 한국영화 (극장 개봉) 라인업은 없다고 보면 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13일 오후 황진미 평론가 역시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사람들은 한국 영화를 '굳이 극장에 가서 돈을 들여서 볼 정도인가'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OTT 이미 다 설치했고 매번 괜찮은 작품이 나오고 있고 볼 게 많다. 굳이 영화관까지 가서 OTT와 차별화 된다고 보기 어려운 콘텐츠를 봐야 하나. 티켓 가격도 비싼데. 집에서 <길복순>을 보나, 극장에서 다른 영화를 보나 콘텐츠 차별화가 안 된다는 점이 제일 큰 문제"라고 짚었다.
이에 대해 CGV 커뮤니케이션 황재현 실장은 최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코로나 19를 거치면서 극장보다는 OTT로 넘어간 작품들이 실제로 많고 이후 OTT로 더욱 몰리는 현상이 체감되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감독님이나 배우, 제작사도 내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히 크다고 생각한다. 다만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다는 통로가 생겼다는 점은 새로운 희망이라 (OTT를) 원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만 결국 영화의 가치, 영화가 관객들에게 줄 수 있는 경험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플랫폼은 여전히 극장이다. 제작사, 배우, 감독들이 극장을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가격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