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시하는 김승기 감독10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울산 현대모비스와 고양 캐롯의 5차전에서 캐롯 김승기 감독이 선수들에게 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KGC와 캐롯의 대결은 이른바 '김승기 더비'로 불리고 있다. KGC와 김승기 감독의 인연은 깊다. 김승기 감독은 2015년 당시 전창진 감독(현 KCC)을 보좌하는 수석코치로 KGC와 첫 인연을 맺으나 전 감독이 사임하면서 지휘봉을 물려받아 임시 대행을 거쳐 정식 감독으로 선임됐다.
김승기 감독은 'KGC 역사상 최고의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한 업적을 남겼다. 김 감독은 7시즌간 팀을 이끌며 2번의 챔프전 우승과 1번의 준우승, 2회의 4강 PO 진출을 이끌어냈다. 정규리그 통산 승률은 .575(211승 156패)에 이른다. 2016-2017시즌에는 구단 역사상 최초의 통합우승에 이어, 2020~2021시즌에는 정규리그 3위로 PO에 나서 6강전부터 챔피언결정전까지 '10전 전승'을 거둬 챔피언에 오르는 역사를 썼다.
올해 KGC가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한 원동력도 사실상 김승기 감독이 만들어놓은 선수단이 주축이었다. 물론 KGC는 이전부터 강팀이었지만, '왕조'로 불릴 정도의 확고한 위상을 구축한 것은 김승기 감독의 업적이라고 할수 있다. 김 감독에게도 뒤늦게 사령탑으로 첫발을 뗀 구단이자 '명장'의 반열까지 오르는 데 있어서 KGC에서의 추억은 각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승기 감독과 KGC간의 '뒤끝'은 그리 좋지 못했다. 김 감독은 FA가 된 슈터 전성현과 함께 지난 시즌을 끝으로 KGC를 떠나 신생팀 캐롯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감독이 사령탑 재임 시절 KGC 프런트와 갈등이 있었던 것이나 서로의 이별 과정이 매끄럽지는 않았다는 사실은 농구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였다.
김 감독은 캐롯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올해 정규시즌 동안 여러 차례 친정팀을 '저격'하는 듯한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급기야 지난 2월에는 KGC 측에서 김승기 감독의 발언을 문제삼으며 '구단 비방 행위'로 KBL 재정위원회에 회부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감독이 한 인터뷰에서 당시 논란이 되었던 캐롯의 '임금 체불' 사태에 대한 질문을 받자 "지금보다 KGC 시절이 더 힘들었다"는 발언을 한 것이 문제가 됐다. 김 감독은 KGC 시절 단장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그때 아끼면서 팀을 운영하는 것을 잘 배웠다. 고맙게 생각한다"고 덧붙였지만 KGC 구단은 김 감독의 발언이 조롱 섞인 비방이라고 판단했다. 여론의 반응이 엇갈리는 가운데 KBL 재정위는 논의 끝에 김 감독에게 '경고'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운명의 장난처럼 KGC와 김승기 감독은 플레이오프 외나무다리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KGC는 정규시즌 1위와 최초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하며 김승기 감독과 전성현의 빈자리에 대한 우려를 말끔하게 지웠다. 김상식 감독은 4강에 오른 가독들 중 나이와 경력 모두 최연장자지만, 프로무대에서 정식 사령탑으로 정규리그 우승과 봄농구 출전은 모두 올해가 처음이다.
김승기 감독은 구단의 재정난과 PO 출전자격 박탈 위기, 주축들의 부상이라는 온갖 악재 속에서도 신생구단 캐롯을 창단 첫해 4강으로 올려놓는 저력을 발휘하며, KGC에서의 성과가 '선수빨'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당당히 증명했다.
4강전은 객관적인 전력상 정규시즌 1위 KGC의 우위가 예상된다. 양팀의 정규시즌 상대 전적도 4승 2패로 KGC의 우세였다. 역대 KBL 플레이오프에서도 5위팀이 1위팀을 잡고 챔프전에 올라간 사례는 아직 전무하다. 캐롯은 돌발성 난청 증세에 시달리고 있는 주포 전성현의 컨디션 회복을 여전히 장담하기 어려운 데다, 6강전에서 울산 현대모비스와 5차전까지 가는 혈전을 치르고 오느라 체력적 부담이 상당하다.
그러나 단기전 승부의 특성상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예측이 어렵다. 무엇보다 플레이오프 감독 통산 승률 1위(66.7% 34승 17패)에 빛나는 김승기 감독이 누구보다 잘아는 친정팀과 옛 제자들을 상대로 어떤 전술을 보여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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