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의 답변
챗GPT 화면 캡처
같은 질문을 입력해도 매번 다른 가사를 출력해 준다는 점, '하지만 이젠 그대 없이도 살아갈게'처럼 이별의 슬픔에서 한 단계 더 들어가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표현했다는 점 등에서 놀라웠다. 다만, 비유 등의 문학적 표현방식까지 동원해 이별의 아픔을 표현하고 있지만 하나같이 전형적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한마디로 독창성의 부재다. 독특하고 구체적 소재 혹은 콘셉트를 설정한다든지, 특이한 비유를 쓴다든지, 파격의 미학을 선보이는 일은 없었던 것. 인간이 만든 노래와 한번 비교해보자.
"저기, 사라진 별의 자리/ 아스라이 하얀 빛/ 한동안은 꺼내 볼 수 있을 거야/ 아낌없이 반짝인 시간은/ 조금씩 옅어져 가더라도/ 너와 내 맘에 살아 숨 쉴 테니"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이란 곡의 가사다. 이 노래는 블랙홀의 경계인 사건의 지평선이란 과학적 이론을 소재로 하여, 예측되지 않는 이별 그 너머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챗GPT에 '블랙홀을 소재로 삼은 사랑 노래 작사해줘'라고 질문을 구체화하여 요청했더니 다음과 같은 답이 돌아왔다.
"어둠 속 끝없이 빠져드는 내 마음은 블랙홀 같아 너만의 중력에/ (중략)/ 우주를 넘어서는 우리의 사랑은 계속해서 번져가겠지 너 없는 세상은 블랙홀 같아"
질문을 구체적으로 했을 때 좀 더 독창적인 가사를 받을 수 있었던 것. 하나 더 살펴보자. 태연의 '11:11'는 시계에 빗대어 가사를 쓴 사랑 노래다.
"It's 11:11/ 오늘이 한 칸이 채 안 남은 그런 시간/ 우리 소원을 빌며 웃던 그 시간/ 별 게 다 널 떠오르게 하지/ (중략)/ 내 맘은 시계 속의 두 바늘처럼/ 같은 곳을 두고 맴돌기만 해"
가사를 보면 시계 속 두 바늘에 화자의 상태를 빗댄 비유가 구체적이고 참신하다. 이별 노래를 만들어달란 요청에 마치 동의어를 반복하듯 '너가 떠나 슬퍼' 투의 식상한 변주만 했던 챗GPT와 대조적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질문을 구체적으로 하기만 한다면 '11:11' 같은 가사를 챗GPT에게서 받을 수 있을까? '시간을 다루는 사랑 노래 작사해줘'라고 구체적으로 썼지만 그러나 이번엔 자꾸만 오류가 떴다. '옛 연인을 그리워하는 노래 작사해줘',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주인공인 노래 작사해줘' 등 여러 변형 질문들을 던졌지만 역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보다 구체적 질문을 던졌을 때 참신한 가사를 내놓긴 했지만 안정적이지는 않았던 것. 세부적인 질문을 시스템 자체가 버거워하는 모양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