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의 경계선을 넓히거나 혹은 무너뜨리거나
옴니버스 영화 <여섯 개의 밤>은 얼핏 보면 요즘 한국 독립영화의 주요 관객층이 부담 없이 즐길만한 도회적 설정을 담은 작품이다. 여행 중 일어나는 낯설지만 흥미로운 사건들에 독립영화 팬이라면 낯이 익은 감독과 배우들이 영화에 대한 기본 신뢰를 보증한다. 하지만 잠깐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순간이 급작스레 찾아온다면, 그 다음부터 이 영화는 예상외로 독특한 구석이 많은 미스터리한 작품으로 돌변한다. 본 작품은 특정한 항목으로 규정되기 쉽지 않은, 꽤나 가치판단의 문제를 수반한 채 관객과 만나는 중이다.
영화는 기획부터 완성에 이르기까지 크게 3가지 요소가 어우러지며 조합되는 과정을 거쳤다. 첫 번째 요소가 가장 독특한 지점이다, 대개 별 무리 없이 <여섯 개의 밤>은 독립영화의 범주에 포함시킬 테지만, 해당 작업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그렇게 규정하는 게 맞는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해당 프로젝트는 기획 당시부터 제작사가 주도하는 프로젝트로 출발한다. 대부분의 독립영화 작업들은 '작가'로 스스로를 규정하는 감독의 머릿속에서 이야기가 출발해 제작지원을 구하고 시나리오를 정돈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게 마련이다. 상업영화와 구분되는 작가 중심의 독립영화 창작과정은 대개 그렇다. 그런데 이 영화는 제작사가 미리 영화화를 고려해 시나리오를 만들어두고 감독을 매치하는 방식을 취한다. 상업개봉영화라면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독립영화로 분류되는 작업에선 보기 드문 낯선 형태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다른 요소들에선 근래 개봉되는 드라마 장르의 독립영화들과 크게 상이한 점이 없으면서도 그 기원에서부터 결정적 차이를 가진다. 사실 '한국독립영화'의 범주와 영역이 과연 어떻게 획정되어야 하는지 쟁점은 늘 잠재해온 문제이긴 하다. 과거에 비해 극장 개봉 중심으로 장편 독립영화들의 소개 방식이 정형화되면서 상업영화와 독립영화의 구분선은 장편 분야에선 지극히 모호해진 게 사실이다.
그렇게 알 사람은 다 알고 있던 진실의 일면을 유독 본 작품이 더 민감하게 끄집어내는 셈이다. 독립영화 작가로서 정체성을 견지하는 감독과 여러 영화를 통해 독립영화의 '얼굴(들)'로 공인되어온 배우들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레이오버 Layover' 상황에서 출발하는 로드무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