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명문 한음 국제중학교 학생 '김건우'가 같은 반 친구 4명의 이름이 적힌 편지를 남긴 채 의식불명 상태로 호숫가에서 발견된다. 병원 이사장의 아들 '도윤재', 전직 경찰청장의 손자 '박규범', 한음 국제중학교 교사의 아들 '정이든', 그리고 변호사 '강호창'의 아들 '강한결'.
가해자로 지목된 아이들의 아버지들은 이 사실을 한사코 거부하며 자신의 권력과 지식, 영향력과 재력을 이용해 사건을 은폐하려고 한다. 그러나 건우의 담임교사인 '송정욱(천우희)'의 양심선언으로 인해 네 아버지의 시도는 수포로 돌아가고, '건우 엄마(문소리)'는 아들의 죽음에 관한 진상을 알려달라며 수사를 의뢰한다. 이렇게 세상의 이목이 한음 국제중학교로 향하자, 자신의 아들들을 지키기 위해 대오를 이루었던 네 아버지는 추악한 민낯을 드러내며 살아남기 위한 진흙탕 싸움을 펼치기 시작한다.
학교 폭력이 한국 사회에서 심각하고 중대한 문제가 된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범죄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서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범죄 유형이기도 하고, 영화와 드라마를 비롯한 여러 콘텐츠를 통해서도 그 문제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에 대한 관심을 제고한 <인간수업>이나 근래 공개되어 큰 반향을 일으킨 <소년심판>과 같은 작품이 대표적이다. 이때 많은 경우 미디어에서 학교 폭력에 접근하는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피해자와 피해자 부모의 관점, 가해자의 시점, 혹은 사건을 바라보는 판사와 같은 완전한 제삼자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제작 후 5년 만에 개봉한 김지훈 감독의 신작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다르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호숫가에 몸을 던져야만 했던 명문 국제중학교 학생도 아니고, 그 학생의 편지에 이름이 적힌 4명의 얼굴도 아니고, 그들을 지켜봤던 교사나 판사의 얼굴도 아닌, 가해자들의 부모 얼굴에 주목한다. 자식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부모가 얼마나 뻔뻔해질 수 있고 얼마나 이기적일 수 있는가에 대한 민낯을 그려낸다. 그들이 사건의 진실을 쫓는 과정 속에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를 담으면서 명확한 사실과 진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은폐하려 하는 그 태도야말로 모든 문제점의 근원임을 날카롭게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