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를 다룬 미국 제작 다큐멘터리 <크러시>

10·29 이태원 참사를 다룬 미국 제작 다큐멘터리 <크러시> ⓒ 파라마운트 플러스

 
10·29 이태원 참사의 비극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나왔으나, 정작 한국에서는 볼 수 없다. 

미국 파라마운트사가 지난 17일(현지시각) 파라마운트 플러스를 통해 공개한 이태원 참사 다큐멘터리 <크러시>(Crush)가 외신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제작사의 배급 문제로 현재까지 미국 외 국가에서는 시청이 불가능하다. 

외신에 따르면 <크러시>는 2부작으로 구성됐다. 1편은 휴대전화 영상, 생존자와 목격자의 증언,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참사 당시의 상황을 보여준다. 2편은 참사를 막지 못한 원인을 짚어본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영국 출신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라파엘 라시드는 소셜미디어에 "몇몇 장면은 보기 끔찍하지만, 그날 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싶다면 이 다큐멘터리를 봐야 한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크러시>는 한국에서 볼 수 있어야 하는 중요한 이야기로써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마침내 나올 때가 된 것"이라며 "언제든 볼 기회가 있다면 보라"고 강조했다. 

슬픔이 분노로... "권력자들이 책임지라는 다큐"
 
 10·29 이태원 참사 다큐멘터리 <크러시>를 소개하는 미 연예매체 <롤링스톤>

10·29 이태원 참사 다큐멘터리 <크러시>를 소개하는 미 연예매체 <롤링스톤> ⓒ 롤링스톤

 
<크러시>는 참사 당시의 영상, 구조 요청 녹취록, 생존자 인터뷰 등 1500시간 분량의 기록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또한 참사가 벌어진 이태원 골목의 상황을 그래픽으로 설명하고, 구조 당국의 미흡한 대처도 비판한다.

미 연예매체 <롤링스톤>은 "1편에서 보여주는 참사 현장은 파티를 즐기러 나온 수백 명이 모인 골목에 불과했지만, 점점 상황이 악화됐다"면서 "사람들이 선 채로 정신을 잃기 시작했고, 시신이 쌓여갔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휴대전화로 촬영한 영상을 이렇게 효과적으로 다룬 다큐멘터리는 거의 없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2편에서는 피할 수 없는 질문과 싸우며 슬픔이 분노로 바뀔 것"이라며 "2022년 대도시 중심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경찰은 왜 늦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크러시>는 현장 보도와 사후 조사뿐 아니라 사회 문제도 끈질기게 분석했다면 더 길게 만들 수 있었던 다큐 시리즈"라며 "가족과 친구를 잃은 사람들에게 진상 규명의 플랫폼을 제공하려는 가치 있는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디사이더>도 "시청하기가 (감정적으로) 매우 힘들겠지만, <크러시>는 다른 저널리즘처럼 유익하고 경각심을 주는 이야기"라며 "권력을 가진 이들이 재난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요구한다"라고 전했다.

또한 "사람들이 질식하면서 얼굴이 파랗게 변해가고, 길을 가던 사람들이 쓰러진 이들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끔찍한 영상을 보여준다"면서 "1년 전 참사에 대한 값진 회고적 논평을 제공하면서, 현장 상황이 주는 감정을 흐트러뜨리지 않는다"라고 평가했다.

이태원 참사 간접 경험... "그날 밤 기억하길"
 
 10·29 이태원 참사 다큐멘터리 <크러시>를 소개하는 영국 <가디언>

10·29 이태원 참사 다큐멘터리 <크러시>를 소개하는 영국 <가디언> ⓒ 가디언

 
<크러시>를 만든 제작진은 영국 <가디언>을 통해 더 깊은 이야기를 전했다. 총괄 프로듀서인 스투 슈라이버리는 "폭탄이나 총기도 없고, 건물이 무너진 것도 아니고, 비행기가 추락한 것도 아닌데 서울의 공공거리에서 159명이나 숨진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라고 입을 뗐다. 

그는 "처음에 현장 영상을 봤을 때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골목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고,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사람들이 이를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있는 시각적 병치(visual juxtaposition)"라고 전했다. 

이 다큐멘터리의 제작진은 이태원 참사의 원인을 한국 사회 특유의 '세대 격차'에서 찾기도 했다. 

또 다른 총괄 프로듀서 제프 짐발리스트는 "놀이보다 일을 중요하게 여기고, 한국전쟁 이후 경제 호황을 이뤄낸 한국의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도 이를 따라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러나 한국의 젊은 세대는 실업, 빈곤 등 생존 문제를 고민하면서 심리적으로도 어떻게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 비현실적인 기대를 갖고 있다"면서 "한국은 세계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 다큐멘터리를 만들며 우리가 발견하고, 많은 생존자들이 지적한 것은 한국이 매우 뛰어난 문화, 사회, 정부를 갖췄다는 것"이라며 "한국은 매주 시위가 열릴 정도로 시위 문화가 많고, 대규모 군중을 통제하는 경험이 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평소에는 이런 시스템이 잘 돌아가는데 2014년 세월호 참사와 작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는 왜 그렇게 되지 않았느냐고 묻게 된다"면서 "두 참사의 명백한 공통점은 피해자 다수가 젊은 세대였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디언>은 "이태원 참사는 최악의 재난이었으나, 빠르게 돌아가는 미디어 탓에 전 세계 헤드라인에 오래 머물지 못했다"라며 "<크러시> 제작진은 시청자들이 당시의 참사를 간접적으로 경험함으로써 그날 밤의 사건을 기억하고 교훈을 얻길 바라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태원참사 크러시 파라마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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