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최근 몇 년 동안은 온라인 환경의 눈부신 약진 속에 현실의 경계란 무의미하다는 판단을 순식간에 무너뜨리고 말았다. 사람들은 각기 단절되고 분리돼 극심한 당혹감과 소외에 시달려야 했다.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는 순식간에 대중적으로 통용되기 시작한다. 그렇지 않아도 변화에 따라가기 급급하던 참에 마치 세상이 뒤집히듯 발생한 일이다. 대역병의 공포에서 이제 원래 일상으로 돌아온 것 같지만, 이제 더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게 되고 말았다. 겉보기엔 다시 예전처럼 살아가는 듯 보일지 몰라도 실상은 무척 달라진 것이다.
사람들은 타인과의 접촉이 봉쇄된 가운데 어떻게든 적응해야만 했다. 산으로 들로 나가거나, 그동안은 돌아보지 못했던 집 안에서의 소소한 거리를 찾았다. 그동안은 바쁜 삶을 이유로 떨어져 있던 가족이 거의 유일하게 접할 수 있는 타인이 되면서 좋건 나쁘건 다양한 상황이 발생했다. 누군가는 가족의 재발견을 체험하고, 다른 누군가는 도망칠 수 없는 유배지에 갇힌 것처럼 힘들어했다. 그런 숱한 개별적 상황을 첫 장편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으며 차기작에 들어가려던 한 감독 역시 겪게 된다.
하필 코로나가 퍼지던 시기에 치매 판정을 받은 부친을 면회하기 위해 월 1회, 고향인 규슈 북부지방으로 당시 거주하던 도쿄에서 신칸센 고속열차를 타고 왕복해야 했다. 때가 때인지라 다른 일정을 잡기도 어렵고, 준비하던 작업도 무기한 연기되던 상황, 답답한 가운데에도 열차 좌석에서 이것저것 평소에 하지 않던 사색에 잠기던 감독의 머릿속에 '부재'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두 번째 장편 <위대한 부재>의 출발점은 그렇게 시작됐다.
노학자가 치매에 걸린 후 드러나는 비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