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전,란> 기자회견
부산국제영화제
- 영화가 어느 정도 실화에 기반했는지 궁금합니다. 또, 강동원·
박정민 배우의 경우 검술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부분이 많은데, 액션에 어떤 부분을 신경 쓰면서 연기하셨는지요.
김상만 감독 : "임진왜란이라는 시대 배경 자체에서 출발했습니다. 선조 시대를 그리고 있다는 것 외에는 전부 창조된 인물이고요. 실화 기반이라기보다는 배경 정도에서만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 있는 내용들을 많이 시각화하려고 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강동원 배우 : "제가 맡은 천영은 자유분방한 검을 쓰는 인물입니다. 자신이 상대했던 인물의 검을 바로 흉내 낼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을 갖춘 천재 검사죠. 여러 인물과 검을 나누는 장면이 많았기에 그때마다 상대방에 대한 다양한 감정에 대해 무술팀, 감독님과 이야기 나눴던 것 같습니다. 감정을 잘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열심히 찍어봤습니다."
박정민 배우: "저도 천영과 헤어지기 전에는 비슷한 검술을 쓰는데요. 헤어지고 나서 7년 정도의 시간 동안 왕을 호위하고 군대 안에서 갈고닦은 실력으로 조금 다른 느낌의 검술을 구현하고자 감독님, 액션팀과 많은 상의를 했습니다. 그 결과로 천영보다 조금 더 굵고 큰 검을 쓰고, 세로 형식의 검술이 아닌 머리 위에서 가로의 형식으로 가져가는 검술로 고민해서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 최근에 한국 극장가가 힘들다고 하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상만 감독: "영화가 어렵다는 이야기 있는데요. 어느 시대마다 그런 고비가 항상 한 번씩은 다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떤 시대가 변하는 과정에서의 통과의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봅니다. 영화 자체가 없어지거나 그럴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요. 조금 오만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영화는 계속해서 생명을 유지해 나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신록 배우 : "일단 저희 영화가 넷플릭스 영화로 공개가 되는데요. 전 세계 190개 국가에 공개가 된다고 들었습니다. 여러 나라에서 저희 영화를 사랑해 주시면 이게 스크린으로도 이어지고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들도 함께 활력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정민 배우 : "아시다시피 저희는 항상 영화 현장에서 스태프들과 함께 치열하게 영화를 만들고 있으니까요. 그 노력을 계속해서 해나갈 것이라 믿고 있고요. 그 노력을 놓지 않는 한, 한국 영화가 많은 분들께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후반부의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통상적으로 클라이맥스에서 검무를 할 때 보통은 2명이 합을 맞추는데, 이 영화는 3명이 겨루는 게 큰 특징이었습니다. 캐릭터 구축에서 어떤 주안점을 두셨는지 궁금합니다. 또, 주연이 아닌 다른 인물들이 당시의 집단, 사회적 입장을 정교하게 대표하고, 통념을 벗어나는 인식과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캐릭터 구축에 배우들의 어떤 의도가 담겼는지요.
김상만 감독 : "일단 말씀하신 장면에서 세 명의 인물이 싸우는 부분은, 시나리오에는 '3인이 싸운다'라고 적혀 있었지만 실제로 설계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과 같은 작품을 레퍼런스 삼아 보기는 했지만, 검술로는 이게 또 다른 부분이 있어서 고민하다가 생각한 아이디어 중 하나가 안개였습니다. 서로의 상대가 계속 바뀌면서 오리무중의 느낌으로 표현하고 싶기도 했고. 또 어떤 순간에는 싸움으로부터 격리돼 어디서부터 칼이 날아올지 모르는 그런 고독감도 같이 표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어요.
캐릭터에 대해서 이야기해 드리자면, 어쨌든 이 영화는 시대가 가지고 있는 사회·계급 시스템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를 대표하는 인물이 시대마다 분명히 있기 마련이고, 그들이 사고하는 각자의 틀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을 대표하는 느낌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각자 캐릭터 설정은 어떻게 하셨는지 저도 듣고 싶네요."
정성일 배우 : "겐신이라는 인물 같은 경우는 대본을 기반으로 해서 만든 캐릭터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겐신이 무를 중요시하는 일본의 사무라이 역이긴 하지만 무사도 정신이 아닌 살인이 살육으로 변해가는 인물로 만들고 싶었던 생각이 있었습니다. 전쟁이라는 것을 통해서 대결하고 실력을 쌓아가는 모습보다는 말이죠. 마지막에는 결국 자만하고 오만해서 스스로 무너지는 그런 인물로 저는 생각하고 연기했던 것 같습니다."
진선규 배우 : "김자령은 의병장입니다. 양반 출신으로 의병을 모아서 전란에서 많은 사람들을 구하고자 했던 인물이죠. 사실 어떻게 보면 이상만을 꿈꾸고 있는 사람인 것 같기도 했어요. 왕인 선조가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면서 행동하는데도 왕권에 대한 충성심을 끝까지 잃지 않았던 양반이기도 했고. 양쪽 모두를 지키고자 했던 인물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의병을 통해서 어떤 모습이 서민을 위해 더 나은 선택이었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 같기도 해요."
김신록 배우 : "범동 같은 경우에는 의병인데요. 의병장인 김자령 장군을 무척 좋아하고 따르는 사람입니다. 김자령 장군이 유교적 신념을 지키고자 하는 인물이었다면 범동이 믿는 것은 생각이나 관념 같은 것이 아니고 자기 몸과 마음으로 깨우친 삶의 순리 같은 것을 중요시하는 인물이죠. 국가를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산천초목과 내 가족들,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 나라를 위해 싸우는 사람인 것 같아요.
처음 대본을 쓰셨을 때는 남자 캐릭터였다고 알고 있는데요. 저한테 캐스팅 제안을 주셨을 때 함께 이야기를 나눈 것은 그 시절에 여자가 의병에 합류하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 이런 참혹한 시기를 겪으면서 그냥 발을 동동 구르는 일밖에 할 수가 없어서 되려 나서게 되는, 굉장히 선하고 용감한 사람을 그리고자 했어요. 이 사람의 원동력이 신념이나 체제에 있는 것이 아니고 삶의 경험을 통해서 소중하다고 믿게 되는 것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이야기를 감독님과 나눴습니다."
차승원 배우 : "선조라는 인물은 그동안 수많은 작품 속에서 워낙 손을 많이 탔던 캐릭터라 표현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별로 많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고민을 되게 많이 했던 부분이었고요. 두 가지 정도만 생각하고 연기를 했었던 것 같습니다.
아주 고약한 맛. 그리고 왕으로서의 위엄있는 맛. 이 두 가지가 뱀이 똬리를 틀듯이 마음속에 딱 자리잡아서 그게 한 신 안에서 양쪽으로 파생될 수 있게 그런 캐릭터로 구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자칫하다가 저울의 기울기가 조금이라도 한쪽으로 기울면 약간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 있을 것 같아서 그 경계를 잘 타야 했던 인물이었죠. 다행히 감독님께서 여지를 많이 열어주셔서 캐릭터에 살을 풍성하게 입히는 데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습니다."
"박찬욱 감독 제안으로 연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