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자 식당엔 예약 시스템을 오픈하자마자 10만 명 이상이 몰렸다. 유튜브 등 SNS 플랫폼에선 심사위원이었던 백종원과 안성재 셰프 성대모사를 하는 영상만 수십 개가 쏟아진다. 이 정도면 가히 열풍이다.

15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제작진인 김학민, 김은지 PD, 그리고 모은설 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 시즌2 제작 확정 사실을 발표한 직후였다. 올해 1월부터 3월 말까지 2주의 텀을 두고 총 8회 녹화한 <흑백요리사>는 공개 직후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TV 시리즈 중 시청 수 1위를 기록하며 국제적 화제성을 입증했다. "처음 기획할 때 가장 듣고 싶었던 이야기가 빨리 시즌2를 만들어 달라는 거였는데 그게 현실화되어 감사한 마음"이라며 김학민 PD가 운을 뗐다.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백종원 대표(좌), 안성재 셰프.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백종원 대표(좌), 안성재 셰프.넷플릭스

10년만에 나온 요리 서바이벌, 차별성 필요했다

제작진이 공통으로 강조한 건 차별화였다. 그간 명멸했던 국내의 수많은 요리 경연 프로가 있었고, <흑백요리사>는 10여 년 만에 등장한 요리 서바이벌 프로였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100인의 셰프들처럼 제작진 또한 자신들의 경력을 건 한 방이 필요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안성재 셰프가 참가자들의 요리를 심사하며 의도가 무엇인지 매번 물었듯, 우리 또한 라운드마다 왜 이런 미션을 배치하는지 의도가 분명했다. 넷플릭스에서 제작하는 만큼 다채로움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다. 기존 요리 서바이벌 프로의 고유성도 담아냈지만, 동시에 그런 프로들이 왜 대중에게서 멀어졌는지 이유를 생각하며 새로움을 넣으려고 했다." (모은설 작가)

"전체 라운드의 기조는 기존 요리 서바이벌에서 못 본 걸 구성해 보자였다. 10년 만에 나온 요리 서바이벌이라 다양한 요소를 넣고 싶었다. 라운드별로 장르가 달라지는 재미를 드리고 싶어서 구성한 면이 있다. 예를 들어, 팀전은 실제 매장을 가상해서 합당한 가격을 정하게끔 했다. 셰프님들 입장에선 요리를 할 때 드시는 분들이 있어야 그 의미가 있거든. 무한요리 지옥 미션은 단 하나의 요리로 당락이 결정됐잖나. 출연진들이 매우 뛰어난 실력자기에 그걸 반복시켜 끝까지 밀어붙이면 어떨까 싶었다." (김은지 PD)

"인생 요리 미션 같은 경우는 제작진이 일일이 만나면서 섭외한 셰프들이 각자 다양한 사연이 있다는 데서 착안한 것이다. 가수는 목소리에, 배우는 얼굴에 사연이 드러나잖나. 셰프들 요리에 얽힌 이야기가 너무 들을만했고 꼭 담고 싶었는데 토크쇼가 아니기에 그런 미션을 준비한 것이다." (모은설 작가)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김학민 PD.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김학민 PD.넷플릭스

물론 이 과정에서 잡음도 있었다. 팀전에서 결국 팀원들의 투표로 밀려나게 된 안유성 셰프 등 일부 경쟁 과정이 과열되거나 친분 중심으로 흘렀다는 비판 등 시청자들의 반응이 격하게 올라오기도 했다. 김학민 PD는 "어떤 미션이 사랑받을지 전혀 예측 불가능했다. 일단 다 만들어놨으니 즐겨달라 던져놓는 것 외에 방법이 없었다"며 "우승자가 공개된 최근에야 각 반응들을 찾아보고 있다. 향후 시즌2에선 이를 반영하고 보완할 것"이라 답했다.

"의외였던 게 레스토랑 팀전의 경우 참가자들이 다소 쉽다는 얘길 했다. 그분들이 다 프로잖나. 본인들 생각엔 좀 더 세게 갔어도 될 미션이었는제 조금은 수월했다고 하셔서 의외였다. 다만 제작진 입장에선 최대한 있는 그대로 담으려 노력했다. 누구는 덜 조명받고 누구는 더 조명받지 않게, 그리고 화제성을 생각하면서 편집해나갔던 것 같다." (김학민 PD)

이 대목에서 모은설 작가는 기존 요리 서바이벌과 가장 큰 차이점을 '고른 주목도'라고 짚었다.

"촬영할 때는 몰랐는데 방송이 공개되면서 기뻤던 건 다른 서바이벌 프로는 우승자만 주목받고, 나머지는 주변인이 되기 십상인데 이 프로는 달랐다는 사실이다. 탈락하신 분들도 주목받아서 기쁘다. 편집본을 받아서 보는데 라운드마다 주인공이 다 다르더라. 팀전에선 최현석 셰프가, 무한지옥에선 에드워드 리가 두드러졌다. 100명의 요리사를 단지 숫자만 채우기 위해 모신 게 아니라, 각자 다양한 개성과 사연이 있고 그 다채로움이 주목받고 있는 것 같다." (모은설 작가)

섭외 지옥... "최현석 셰프 가장 힘들어"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모은설 작가.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모은설 작가.넷플릭스

프로그램 특성상 아무래도 섭외가 당락을 좌우할 수밖에 없었다. 촬영에만 약 3개월이 걸렸다지만, 그에 앞서 기획과 섭외에만 5개월이 걸렸다는 사실을 제작진들이 전했다. 백종원 유튜브 채널 등 몇몇 콘텐츠에서 여경래 명장이 거의 초반 섭외가 됐고, 이를 이유로 출연을 결심한 셰프도 있었다고 한다. 섭외 단계에서만 약 600여 명의 지원자들이 몰렸다. 김학민 PD는 "작가분들이 이 과정에서 정말 고생했다"고 전했다.

"대가들에게 무턱대고 나오라고 할 수도 없고, 진정성으로 설득하는 수밖에 없었다. 여경래 셰프를 모셔놓고도 백수저 팀이라 할 수도 없고. 프로그램 준비 단계에서 한 두달 째였나. 작가들이 힘들다고 그만둔다고 할 정도였다. 명장들을 (상대로) 팀을 나누는 것 자체가 실례고, 그게 불편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분명한 건 흑과 백 나눈 게 어떤 이슈를 끌기 위한 게 아닌 차별성을 위한 장치였다." (모은설 작가)

"본인도 밝혔지만, 최현석 셰프가 도중에 출연을 몇 번 번복했다. 그분도 출연을 결정하면서 예능처럼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었더라. 전화를 안 받고 잠수를 타기도 하셨다. 정지선 셰프도 한창 바쁠 때 저희가 섭외를 드려서 한 시간 가까이 통화하면서 설득하는 과정이 있었다." (김은지 PD)

"섭외 중 가장 기뻤을 때가 있었다. 리스트에 에드워드 리 셰프가 있었는데 <아이언 셰프> 우승자에 백악관 만찬도 경험하신 화려한 경력이잖나. 이런 분이 꼭 있었으면 싶었지만, 우리 프로에 참여할 리가 없잖나. 그래도 막내 PD에게 메일을 한 번 보내보라고 했다. 매일 확인해봤는데 전혀 연락이 없으셨다. 그러다 겨우 줌으로 미팅을 했는데 그때도 답이 없으셨다가 며칠 뒤에 참여하겠다고 답해주셨다. 그때 PD와 제작진들이 같이 박수치면서 기뻐했었다(웃음)." (모은설 작가)

공교롭게 마지막 결승전에서 에드워드 리와 나폴리 맛피아(권성준)이 맞붙으며 프로그램 명대로 흑백의 대결이 됐다. 이같은 구도를 의도했냐는 기자 질문에 김학민 PD는 "미션을 하면서 중간에 흑수저만 남거나 백수저만 남아도 이상하지 않은 구도였다"며 부인했다. 김 PD는 "그 과정이 재밌는 게 중요한 것이지 누가 올라가고 남아야 한다는 건 한 번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며 "모든 걸 심사위원에게 오롯이 맡겼다"고 덧붙였다.

"백종원 안대, 화제될 줄 알았다"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김은지 PD.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김은지 PD.넷플릭스

이밖에도 프로그램 진행 관련 여러 궁금증이 있었다. 많은 요리 프로에서 소비된 백종원의 등장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고, 다소 갈등 양상이 예상되는 출연자들이 있었다. 특히 심사위원에 안성재 셰프를 섭외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편의점 미션에 등장한 밤 티라미수는 CU에서 판매 예고하자마자 예약분이 매진되기도 했다. 그 계약 관계에서도 일부 시청자들이 궁금해하고 있다.

"백종원 선생님이 요리 프로에 많이 출연한 건 사실이지만 심사는 오랜만이기도 하다. 그분만큼 다양한 식재료를 체험한 분이 없기에 걱정보단 기대가 훨씬 컸다. 특히 안대를 씌운 건 제작진 사이에선 확실한 그림을 만들자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 프로에서 가장 에너지가 센 회차라는 생각이었다." (김학민 PD)

"(14일) 비하인드 영상이 공개됐는데 안성재 셰프의 경우 제작진이 만나러 갔을 때부터 아우라가 있었다. 모수에서 미팅을 허락해주셔서 찾아갔는데 생각보다 덩치가 있더라. 대한민국의 실력자들을 다 모을 건데 셰프들이 누가 심사를 할지 걱정한다는 말을 하니, 안성재 셰프가 본인이 심사하면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셨다. 그 말에 설득당했다. 참고로 안대 장면은 분명 밈이 탄생할 거라 예상했다. 현장에서 모든 스태프들이 다 놀랄 정도로 아기처럼 받아 먹는 모습이 재밌었거든. 근데 섹시하다는 반응은 예상 못 했다(웃음)." (김은지 PD)

"사람이란 게 누구 옆에 있느냐에 따라 새로운 모습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백종원 선생님 옆에 전형적이지 않은 사람을 배치하면 다를 거라 생각했다. 누가 옆에서 긴장하게 하고, 견제할 거냐 그 한 자리 심사위원을 놓고 제작진이 심사숙고했다." (모은설 작가)

식재료에 대해서 제작진은 최대한 버리는 양을 줄이기 위해 남는 식재료는 현장에서 소분해 제작진이 나눠 가곤 했다고 밝혔다. 편의점의 경우는 협찬이라기 보단 세트 구성을 도와준 경우라고. 미션 직후 남는 물품은 CU 측이 다 수거해갔다고 한다.
특히 3라운드 재료의 방 미션에선 축산 가공업자, 수산업자들이 현장에 대기해 남은 재료를 직접 소분해주기도 했다고.

모은설 작가는 "100인 평가단 미션도 그렇고 어떤 재료를 어떻게 배치해야 남지 않을지, 그리고 1라운드 때도 동시에 녹화가 진행될 때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사전에 전문가 자문을 구하거나 미리 시뮬레이션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시즌2는 대체 언제? 누가 참여하나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의 한 장면.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의 한 장면.넷플릭스

현 상황에서 가장 궁금할 법한 건 시즌2 출연진 및 제작 시기다. 이에 대해 제작진들은 말을 아꼈다. 김학민 PD는 "회사 메일로 지원하겠다는 문의들이 오고 있어서 신기할 따름"이라 말했고, 김은지 PD는 "대한민국에 정말 잘하는 분이 많다. 시즌2 준비는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취재진이 혹시 고든 램지가 나오는지 묻자 모은설 작가는 "사실 섭외 1순위"라며 말을 이었다.

"심사위원으로선 지겹고, 참가자로 섭외하고 싶다. 시즌1 공개 직후 고든 램지 측에 정식 공문을 보냈다. 다른 서바이벌에 비해 우리 프로가 힘들진 않을 것이다. 다들 자기 업을 걸고 참여하는 것이기에 오디션 일정으로 업장에 피해가 가면 안 된다. 그래서 준비 기간이 길 수밖에 없다. 키친 상태 때문에 요리에 방해받지 않도록 화구나 수압까지도 체크해왔다. 이제 한번 해봤으니 더 개선해서 환경을 제공해드리겠다." (모은설 작가)

제작진 찬스로 우승자나 다른 출연자 식당에 우선 예약할 수 있는 자격이 있을 법했지만, 이들은 "지금은 시청자분들을 만날 때기에 제작진이 식당을 방문하는 건 자제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만큼 진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시즌2를 앞두고 제작진은 잠시 정비의 시간을 갖는다. 김학민 PD는 "(방출 과정에서 시청자들에게 상대적 피해자로 지목된) 안유성 셰프님은 오늘 아침에도 연락왔다. 이 프로에 출연하신 게 영광이고, 젊은분들이 많이 좋아해줘서 고맙다고 하셨다"며 "안 셰프님이 장호준 셰프와 종종 만나셔서 술한잔 하신다더라. 프로가 끝나고 제작진을 한번 초대해주겠다고 하셨는데 다들 바쁘셔서 미루고 있다"는 상황을 전했다.

"기존 요리 경연과 달라야 한다는 생각에 흑백 구도를 만들었는데 시청자분들은 그것보단 요리에 미친 사람들, 그 진심에 열광하시는 것 같다. 계급 나눔에 불편함을 느끼실 수도 있는데, 흑은 백에 대한 존경이, 백은 흑에 대한 응원이 가득한 모습에 감흥을 느끼신 것 같다. 탈락한 분들도 심사위원이나 남을 탓하지 않고,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키친을 떠나는 모습에도 시청자분들이 나름 좋게 보신 것 같다. 이런 기조는 꼭 지켜가며 다음 시즌을 만들겠다." (모은설 작가)






흑백요리사 백종원 에드워드리 안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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