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오즈 야스지로(1903-1963)'라는 이름은 영화의 역사에서 불멸의 존재이자 일본이란 영화 강국을 상징하는 대명사가 된 지 오래다. 지금도 수많은 영화인이 이미 '고전' 반열에 오른 오즈의 작품들을 언급하고 인용하며 경의를 바친다. 그래서 영화 좀 본다고 하면, 이 거장을 우회하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막상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를 구체적으로 볼 기회는 드물다. 물론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감행할 수 있다. 그의 영화 대부분은 퍼블릭 도메인(저작권 기한 말소)으로 풀려 언제든 아무 때나 볼 수 있게 된 지 오래다. 그렇지만 몇 가지 수식어로 표현하는 것 외에 오즈의 작품에 대한 실제 감상이나 소감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마치 박물관에 고이 모셔진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고전'이란 규정이 오히려 오즈 야스지로 영화에 해가 될 수도 있겠다. 그저 인용과 상찬만 있을 뿐, 현재의 관객이 다시 영화를 찾아보진 않으니 말이다. 고전 명작은 언제 어디서든 생명력을 유지하며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관객을 만날 준비 태세를 상시 갖춘 채 기다리는데 말이다. 그중 오즈의 대표작 <동경 이야기>는 '명불허전'이 어떤 의미인지 새삼 일깨운다. 동시에 전통적인 '가족'이 해체되는 풍경을 관조하는 기시감을 선사해 줄 작업으로 부동의 위치를 지닌다.
어느 노부부의 서울 나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