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한국영화제 첫날, <왕의 남자> 관람에 앞서 관객들은 이준익 감독과의 대화 행사에 참여했다.

멜버른한국영화제 첫날, <왕의 남자> 관람에 앞서 관객들은 이준익 감독과의 대화 행사에 참여했다. ⓒ 김은경 스텔라


기대를 뛰어넘어 상당한 기간 지속되고 있는 한류.

이제는 식상한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에게는 여전히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개인들이 운영하는 사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도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지난 5일(현지시간) 오프닝 행사를 시작으로 8일까지 계속 된 멜버른 코리안 필름 페스티벌 (Korean Film Festival in Melbourne : KOFIM) 역시 이러한 지대한 관심 속에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한국 필름 페스티벌은 지난해까지 시드니 주재 한국문화원에서 주관해 왔다. 이번엔 호주의 대도시를 돌며 개최하던 기존 방식에서 시드니 근교 소도시들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따라서 주요도시 중 하나인 멜버른에서의 한국 필름 페스티벌은 열리지 못할 상황이 됐다. 이에 멜버른분관(분관장 이창훈 총영사)은 짧은 시간 안에 놀라운 추진력을 보이며 자체적으로 첫 한국 필름 페스티벌을 열었다.

"갑작스러운 변동에 이 행사는 없던 걸로 해야겠다는 의견도 나왔는데 몹시 서운하더라고요. 1년에 한 번 열리는 이 영화제를 기다리는 분들도 계시고요."

이창훈 총영사와 임직원들은 그래서 급히 영화제 준비 팀을 꾸려 한국 영화진흥위원회 등에 섭외 요청을 하는 등 힘을 합해 자체적으로는 첫번째 영화제를 준비했고, 기대보다 훨씬 큰 호응을 받으며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다.

"대단한 문화 보유한 대한민국"

 멜버른한국영화제 개막식에서 환영사를 하는 멜버른분관 이창훈 총영사

멜버른한국영화제 개막식에서 환영사를 하는 멜버른분관 이창훈 총영사 ⓒ 김은경 스텔라


5일 오후 5시 30분부터 멜버른 랜드마크인 페더레이션 스퀘어(Federation Square)의 아크미(ACMI : Australian Centre for the Moving Image) 메인 홀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약 100여 명의 내외 인사가 참석했다.

이창훈 총영사는 환영사를 통해 "처음 자체적으로 개최하는 영화제가 순조로울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신 많은 관계자들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그는 영화제 개막 전날, 멜버른 시내 한복판을 '코리아타운'으로 명명한다는 내용이 정식 발표 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축사에 나선 닉 스타이코스(Nick Staikos. MP) 총리 및 다문화 담당 국회 비서관 역시 "코리아타운 공식 발표에 맞춰 열린 이번 영화제가 더욱 빛나는 행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양국의 우호적인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고 있다"면서 "대단한 문화를 보유한 대한민국과의 지속적인 교류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팀 케인(Tim Kane) 외교통상부 빅토리아 주 총괄은 "서로 문화의 교류가 이뤄지는 이런 행사는 언제나 참 좋다"면서 "호주와 한국 사이에선 교역, 문화교류 등 다양한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ACMI 대표 브릿 롬스타드(Britt Romstad) 박사는 "한국 영화제의 한 부분을 담당하면서 좋은 작품들을 만나고 문화를 더 깊이 알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했다.

피터 캐시(Peter Casey) 오케스트레이터(Orchestrator)는 자신이 직접 경험한 한국의 놀라운 문화 수준을 설명하며 "한국은 대단한 역사를 가진 나라다. 그 문화를 현대에도 적절히 접목시킨다" 라고 말했다. 그는 뮤지컬 '캣츠(CATS)'의 첫 한국 공연이 열린 1994년부터 인연이 닿아 박칼린씨, 작곡가 김희갑씨와 협업으로 '명성황후'를 무대에 올리는 등 한국의 음악·연극계와 작업한 경험이 있다.

이준익 감독 "한국영화에 대한 반응, 6년 전 비해 더 큰 호감으로 발전한 듯"

 개막작 <왕의 남자> 상영에 앞서 관객들과의 대화를 가진 이준익 영화감독. 많은 비한국인 관객들을 위해 통역 서비스가 함께 제공됐다.

개막작 <왕의 남자> 상영에 앞서 관객들과의 대화를 가진 이준익 영화감독. 많은 비한국인 관객들을 위해 통역 서비스가 함께 제공됐다. ⓒ 김은경 스텔라


개막식 후 극장 안으로 자리를 옮긴 참석자들은 <왕의 남자> 관람에 앞서 '이준익 감독과의 대화'에 참여했다.

이준익 감독은 "<왕의 남자>가 올해로 제작 20주년이 됐다"면서 "5백 년이라는 시간 저편의 이야기가 배경인 영화이니 20년이란 세월은 비교 대상이 이미 아닐 수도 있다. 그러니 오늘도 지루하지 않게 보실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준익 감독은 기자에게 "한국영화에 대한 반응이 6년 전에 비해 더 큰 호감으로 발전했다는것을 느꼈다"고 했다. '이곳에서 영화감독을 꿈꾸는 2세, 3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조언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냥 '영화를 만들겠다'에서 그치면 제대로 된 감독, 영화인이 될 수 없을 것"이라며 "'어떤 영화를, 어떻게 만드는, 어떤 감독이 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한 "호주에서도 '호주판 미나리' 같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 감독, 배우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왕의 남자>를 비롯해 <자산어보>, <공조2>, <천박사 퇴마연구소>, <명당>, <택시운전사>, <미씽, 사라진 여자>, <아이 캔 스피크>, <굿바이 싱글>, <은밀하게 위대하게>, <범죄와의 전쟁> 등이 상영됐다.

관객들은 "조금 오래 된 영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영화관의 대형 스크린에서 다른 음향과 더불어 보는 건 확실히 달랐다", "오래 됐다고 해서 감동이 다른 건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느낌이었다", "한국의 옛날뿐 아니라 지금의 역사를 소개하는 영화도 선정돼 좋았다" 등의 소감을 밝혔다.

특히 이번 영화제에선 비한국인 관객들이 참여가 눈에 띄게 많았다. 이들은 관람을 마친 뒤 인터뷰에 흔쾌히 응하며 '다음 영화제가 열리면 반드시 다시 오겠다'고 한목소리고 말했다. "<기생충>, <오징어게임>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 영화를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는 반응도 있었다.

 Nick Staikos 총리 및 다문화 담당 국회 비서관

Nick Staikos 총리 및 다문화 담당 국회 비서관 ⓒ 김은경 스텔라


 팀 케인(Tim Kane) 외교통상부 빅토리아 주 총괄

팀 케인(Tim Kane) 외교통상부 빅토리아 주 총괄 ⓒ 김은경 스텔라


 피터 캐시(Peter Casey) 오케스트레이터(Orchestrator)

피터 캐시(Peter Casey) 오케스트레이터(Orchestrator) ⓒ 김은경 스텔라


 ACMI 대표 브릿 롬스타드(Britt Romstad) 박사

ACMI 대표 브릿 롬스타드(Britt Romstad) 박사 ⓒ 김은경 스텔라


 이준익 감독

이준익 감독 ⓒ 김은경 스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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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이민 45 년차. 세상에 대한 희망을 끝까지 놓지 않고 그런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기사를 찾아 쓰고 싶은 사람. 2021 세계 한인의 날 대통령 표창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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