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만큼 하는 건 노력이 아니다. 남들보다 1분, 5분이라도 더 제대로 하는 게 노력이다. 자신을 이기지 못하면 남을 이기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를 사로잡은 월드클래스 사격 스타 김예지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선사했다. 지난 4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파리올림픽 대한민국 사격 국가대표 김예지가 출연해 자신만의 독특한 인생 이야기를 전했다.

최근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과로로 실신하는 해프닝도 있었던 김예지는, 다행히 몸 상태를 회복해 정상 훈련을 소화했다. 또 올림픽을 마치고 불과 2주 만에 열린 전국 사격대회 개인전-단체전 2관왕을 석권하며 '역시 김예지'라는 찬사를 자아냈다.

파리올림픽 10대 스타 된 김예지

 방송 장면 갈무리

방송 장면 갈무리 ⓒ tvN


김예지는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NBC가 선정한 '파리올림픽 10대 스타'에 당당히 선정되며 세계가 주목하는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인기를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김예지는 "평소에는 훈련만 하니까 실감을 잘 못한다. 가끔 휴게소나 카페에서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있으면 그때 조금 실감한다"고 답했다.

세계적 부호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김예지의 경기를 보고 댓글로 극찬한 사실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작 김예지는 "그냥 그랬다"고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머스크를 두고는 "돈 많은 아저씨"라고 언급하면서도 그 때문에 더욱 화제가 된 것과 관련해 "(일론 머스크에)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김예지의 활약상에 대하여 누리꾼들의 재치 있는 응원 댓글도 쏟아졌다. 김예지는 "총으로 쏴달라는 댓글이 가장 많더라"고 웃으며 "우리 편이어서 다행이라는 댓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최근 루이뷔통 화보 출연과 배우 매니지먼트사의 계약 체결 소식 등 파격적인 행보를 놓고 김예지가 연예 활동을 하려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김예지는 "저는 앞으로도 계속 사격을 할 거다. 다만 매니지먼트사와 계약한 건, 사격을 좀 더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정체성이 사격 선수라는 걸 분명히 했다.

김예지는 첫 올림픽 출전 소감에 대해 "좀 아쉬웠다. 제가 해내고 싶었던 것을 하지 못한 시합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항상 저 자신을 이겼을 때 가장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 금메달이면 좋겠지만, 메달 색깔이 꼭 중요하지는 않다. 제가 스스로를 이기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은 올림픽"이라고 회상했다.

마누 바케르와 접전을 벌인 여자 10미터 공기권총 결승은 불과 0.1점 차로 승부가 갈렸다. 김예지는 "함성을 듣고 상대 선수가 잘 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잘 쐈나 보다. 내가 집중해서 더 잘 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들어맞았다"며 특유의 강철 멘탈을 드러냈다.

김예지는 은메달을 딴 후 유쾌하고 자신감 넘치는 인터뷰로도 화제가 됐다. 김예지는 딸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엄마가 좀 유명해진 것 같아"라는 소감을 전하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또한 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에서는 "남은 경기에서는 금메달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여러분이 믿어주신다면 무조건 금메달 간다"라는 호언장담과 함께 한쪽 눈썹을 치켜 올리는 표정으로 연일 화제가 됐다.

아쉽게도 금메달을 장담했던 주 종목인 25미터 권총에서, 김예지는 0.01초 차이로 한 발을 시간 내 격발하지 못해 0점 처리가 돼 결선진출에 실패했다. 이를 두고 김예지는 호쾌하게 웃으며 "0점쐈다고 인생이 무너지는 건 아니다. 올림픽이 큰 무대이지만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라며 뼈아픈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었다.

변함 없는 실력

 방송 장면 갈무리

방송 장면 갈무리 ⓒ tvN


김예지는 "그동안의 성적을 보면 분명히 금메달을 따야 했는데 제가 큰 실수를 했다"고 아쉬워하면서도 그 실수 때문에 금메달을 못 딴 것뿐이지, 제 실력에는 변함이 없다"며 특유의 자존감을 잃지 않았다.

한편으로 올림픽에서 했던 발언 때문에 많은 비난을 듣기도 했다고. 많은 DM과 댓글로 '올림픽이 장난이냐'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나간 사람이 저런 말을 하냐"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김예지는"저는 '말의 힘'을 믿는다. 부정적인 말만 하면 내 기분도 부정적인 되니까. 긍정적인 말로 저 스스로를 달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예지는 어린 시절 부모님의 반대를 설득하며 사격을 시작했다. 사격의 매력에 대해서는 "몰입하기 시작하면 저밖에 없다. 지금 쏴야하는 총알만 생각한다. 총구에서 탄약이 나갈때의 반동, 제가 원하는 곳에 맞았을 때 쾌감이 정말 매력있다"라고 설명했다.

사격을 그만둘까 고민했던 순간도 많았다. 실업팀 입단 이후에는 돈을 받는 만큼 몫을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과 긴장감에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결국 실업팀을 그만두고 한때는 알바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개인적으로 시합을 뛰어야 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그는 사격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김예지를 평범한 선수에서 월드클래스로 한 단계 발전시킨 결정적인 계기는 사랑하는 아이의 탄생이었다. 이전에 올림픽 출전에 큰 욕심이 없었다는 김예지는 27살에 아이를 낳고 나서 "나중에 아이가 엄마를 봤을 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책임감이 커졌다"고 밝혔다.

그는 "아기가 6개월 때부터 떼어 놓고 훈련을 시작했다. 매일 울면서 출근했었다. 자식을 두고 운동을 하러 나왔는데, 내가 여기서 대충 운동할 거면 뭐 하러 나왔지? 마음 아프게. 내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려면, 정상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세계랭킹 1위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차근차근 기록이 오르다 보니 국가대표가 됐고, 올림픽도 나갈 수 있게 됐다.

연습벌레로 정평이 난 김예지는 전주에서 임실까지 왕복 90Km 거리를 오간다. 새벽에 기상해 두 시간 반, 자전거를 타고 사격장에 출근하는 걸 매일 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이는 체력 강화 훈련을 겸해 김예지가 스스로 찾아낸 방식이었다. 고되고 힘들었을 여정에도 김예지는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무조건 한다"며 특유의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어느 날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사고가 나서 부상을 입고 피를 흘리는 채로 기어코 출근한 일도 있었다고. 그럼에도 김예지는 오히려 "이렇게 할 수 있으면서 하지 않았던 내가 부끄러웠다. 그냥 그 자리에 안주하고 월급만 타던 지난날의 내가 부끄러웠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과거 자기 자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로 "그 따위로 총 쏠 거면 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고 했다.

김예지가 20년 만에 뒤늦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었다. 김예지는 "남들만큼 하는 건 노력이 아니다"라는 소신을 드러냈다. 가끔은 스스로를 지나치게 과하게 채찍질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도 김예지는 "내가 하겠다고 했으니까 해야지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가끔은 버겁고 힘들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내 몸이 쉬고 있고 나태해져 있으니까 그런 생각이 드는구나 싶어서, 그럴 때일수록 쉬는 시간을 주지 않고 더 몸을 일으켜서 움직이려고 했다"며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을 전했다.
유퀴즈 김예지 사격 파리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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