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더 강하게 키워야 한다는 남편 vs. 대화와 칭찬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아내. 같은 운동선수 출신임에도 교육관이 극과 극을 달리는 복싱 챔피언 부부의 이야기는 과연 누가 더 정답일까.

지난 2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에서는 '당근 vs. 채찍, 챔피언들의 마지막 승부, 스파링 부부' 편이 다뤄졌다.

배영길·유희정 부부는 경남 김해에서 거주하는 결혼 16년차 40대 동갑내기 부부였다. 놀랍게도 두 사람 다 복싱 세계 챔피언 출신으로, 운동을 하다가 인연을 맺은 스포츠 커플이었다. 결혼 후 부부는 양육관의 차이로 심각한 다툼을 벌이며 갈등을 빚고 있었다.

운동 그만둔다는 아들에게 "그럴 거면 나가라"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 방송화면 갈무리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 방송화면 갈무리 ⓒ MBC


부부의 일상이 영상으로 공개됐다. 남편은 현재 선수 은퇴 이후 복싱 체육관을 운영하는 중이다. 두 아들도 '복싱수저'답게 학교 복싱 엘리트 선수로 정식등록 돼 활동 중이었으며 지역 대회 수상경력도 여러 차례 있는 유망주였다.

챔피언 출신인 남편은 아들의 운동이 성에 차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학교에서 훈련을 마치고 나온 아들을 자신의 체육관으로 데려와 추가 훈련을 시켰다.

남편은 아들이 집중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이자 연이어 불호령을 내렸다. 첫째 아들과 스파링을 진행할 땐 실전처럼 안경이 날아갈 정도로 얼굴을 때리는가 하면, 내내 욕설까지 섞어가며 강하게 몰아붙였다. 일반 관원들에게 한없이 자상한 반면, 아들에게는 시종일관 엄격한 모습으로 일관하며 긴장감을 자아냈다.

전형적인 헝그리 복서 출신인 남편은 "아들들은 전문적으로 복싱을 하는 선수들인 만큼 더 힘들게 열심히 해야만 최고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아내는 "남편은 아이들이 무조건 대회에 나가면 1등을 해야 하고, 엄마아빠가 챔피언이니까 너희도 잘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며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압박을 준다고 봤다.

맹훈련을 받던 아들은 결국 설움에 눈시울을 붉혔지만, 남편은 아들의 그런 모습조차도 혹독하게 질타했다. 영상으로 지켜보던 아내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아들의 진짜 속마음은 어떨까. "처음엔 아빠한테 칭찬을 듣고 싶어서 운동을 시작했다. 지금은 재미가 살짝 사라졌는데 그런 이야기를 솔직히 하면 바로 '운동하지 마'라는 말이 나온다"라고 고백한 아들은 "중2 때 전학을 가면서 운동을 안하겠다고 이야기했더니, 아빠가 '그럴 거면 집을 나가라'고 하더라"며 마음에 상처가 됐던 순간을 털어놓았다.

아내는 "아이들도 사춘기라 예민할 때인데 남편은 사람들 많은 데서도 욕하면서 이야기하니 아이들이 얼마나 부끄럽고 창피하겠나. 아빠가 다정다감하지 못하니까 나라도 아이들에게 그렇게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부부는 귀가 후 자녀 교육 문제로 또다시 충돌했다. 아빠가 돌아오자마자 아이들은 눈치를 살피며 긴장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가족이 모두 모여앉아 아들의 진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남편은 아들이 운동하는 모습에 절실함이 없다고 야단치더니 "XXX 파이터로 챔피언이 될 거냐"며 독설을 쏘아붙였다.

보다못한 아내는 "아이를 당신 레벨에 맞추려고 하지 마라. 아이는 천천히 올라가고 있는 중이다. 주변에서도 다들 잘한다고 한다"라며 아들을 보호했다. 그러자 남편은 "칭찬해줄 것이 없으니까 안하는 것"이라면서 아들이 열심히 하지 않기에 엄격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맞섰다.

급기야 남편은 "네가 이러니까 아이가 저러는 거다"라면서 "(감싸주기 때문에) 아이들이 자립심이 없고 핑계만 대는 것"이라고 아내의 교육 태도를 비난했다. 이에 아내는 "남편과는 대화도 안될 뿐더러 아이들을 너무 무시한다"고 했다. 결국 반복되는 입장 차이에 부부는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지 못했다.

오은영의 돌직구 "남편 성취 위해 아들 운동 시키는 것"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방송화면 갈무리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방송화면 갈무리 ⓒ MBC


남편은 "아내가 천사, 자신은 악역"을 맡은 것이라고 해명하며, 이미 엄마가 지나치게 잘해주고 있는데 자신까지 아이들에게 칭찬만 해주고 너그럽게 대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밝혔다. 또한 남편은 지역 대회 수상 정도에 만족하지 않고 아들을 자신처럼 세계적인 챔피언으로 키우고 싶다는 열망을 드러냈다.

아내는 "세상이 바뀌었다. 맞으면서 운동하는 시대가 아니지 않냐"면서 엄한 교육방식보다 대화로 풀어나가기를 원했다.

부부의 이야기를 경청한 오은영은 "제가 보기에는 이 아이가 옳고 그름을 잘 아는 아이라고 생각한다. 엄마가 무조건 아이를 오냐오냐 하는게 아니라, 사춘기 아이의 특성을 고려해 너그럽게 봐주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남편이 제일 많이 쓰는 표현이 '열심히', '절실함이 없다'는 것이다. 인간이 기왕이면 열심히 해야 하는 건 맞다. 그런데 남편이 원하는 '열심히'의 기준은 아이가 숨이 차고 지쳐 쓰러질 만큼 극한의 상태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편은 오은영의 지적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며 "그게 당연한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그러자 오은영은 진지한 표정으로 남편이 관원들에게는 평소 그토록 잘하는 '격려와 칭찬'을 오직 아들에게만 못한다는 것을 꼬집으며, 이는 "남편의 성취를 위해 아들에게 운동을 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뼈를 때리는 지적을 날렸다.

또 "남편이 아이들을 대하는 말투는 대부분 거친 표현과 부정적인 결과를 예단하는 방식이다. '너는 이따위로 해서는 아무것도 못해' '그럴거면 그만둬' 같은 식으로는 아이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오은영은 "못하는데 무조건 칭찬을 하라는 게 아니다. 감정을 덜고 객관적으로 말해줘야 하는 게 피드백이다. 그런데 남편은 항상 강한 지적, 무시, 비난으로 일관한다"고 꼬집으며 "배우는 과정에 있는 아이들에게 결과만 가지고 야단을 치면 중간 과정을 배울 동기와 의욕을 잃게 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남편의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아이들을 다그치기만 하는 것은, 아이의 '성장'이라는 중요한 과정을 놓치게 된다는 진단이었다.

그럼에도 남편은 "그게 과연 부모의 욕심일까. 아이들이 잘되라고 그러는 건데"라며 여전히 쉽게 납득하지 못했다. 오은영은 "물론 전제는 부모의 사랑이다. 그런데 형체가 없는 사랑을 사람에게 전달할 때는, 그 표현하는 방법과 방식도 중요하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내 마음만 강요한다면, 오해가 생기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오은영은 "아이는 부모와 다른 사람이다. 이것을 고려하지 않으면 부모는 '내가 사랑했던 마음'만 기억에 남는다. 나중이 돼 부모는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라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부모에게 질책과 비난을 듣고 상처를 받았던 기억만 남는다"라고 했다. 본인은 아이를 위한다고 생각했던 교육방식이 정말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지 돌아보라는 권유였다.

"행복은 '전국대회 1등' 같은 목표 도달 아니다"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방송화면 갈무리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방송화면 갈무리 ⓒ MBC


한편, 현역 세계 챔피언인 아내는 내심 복싱선수 생활을 더 이어가고 싶었지만, 양육과 집안살림, 체육관 관리까지 병행하느라 운동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아내는 "이제 챔피언 자리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게 서글프다"라는 속내를 밝혔다. 그런 아내에게 남편은 "선수 생활을 더 이어가고 싶다는 건 욕심"이라고 선을 그으며 마음을 이해해주지 못했다.

'가부장적인 사고방식' 역시 남편의 또 다른 문제였다. 그는 아내와 달리 체육관 이외의 집안일에 아예 무관심했으며, 대놓고 "집안일은 남자가 하는 게 아니다"라는 망언으로 모두를 경악케 했다.

패널들의 따가운 질타가 이어지자 남편은 당황한 기색을 드러내며 "저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 아내를 부려먹기만 하는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오은영은 남편의 모습에 웃음을 터뜨리며 "열심히 사신다는 건 저도 동의한다. 하지만 남편은 가부장적인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오은영은 아이들을 올바르게 키우고 싶다는 남편에게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통적인 성역할에 벗어나 '여성의 역할을 편안하게 하는 아빠' 밑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더 창의적이고 리더십과 사회성이 더 발달했다고 한다"며 "남편은 전통적인 남성 성역할에는 충실하지만, 집안에서는 엄마와 아빠의 역할이 많이 분리돼 있더라.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남편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이들 교육은 제가 잘 시키고 있다"고 자신하는 남편에게, 오은영은 "시키는 게 아니라, 아빠가 모범이 돼서 보여주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남편은 남편대로 말못한 아픔이 있었다. 그는 어릴 적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나며 친부모의 애정어린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 재혼 가정에서 16세의 어린 나이에 독립을 해야 했던 남편은 폭력사건에 휘말려 교도소까지 다녀오는 등 우여곡절이 많은 삶을 살아왔다. 남편의 전과 사실도 기꺼이 이해하고 포용해준 아내는 남편에게 삶을 이어갈 수 있는 동기부여가 돼 줬다고.

그러나 남편은 현재 그토록 원하던 가정을 꾸렸지만, 정작 가족들 안에서 언제부터인가 소외받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혼까지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고백했다. 또한 한때 우울감이 심했던 시기도 있었다고 밝혀 모두를 놀라게 했다. 겉으로는 한없이 강인해보였던 남편도 마음속으로는 "이 집에서 내가 없어져도 괜찮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서운함을 털어놓았다.

남편은 자신의 전과사실 등 어쩌면 가족에게도 영향이 갈 수 있는 치부까지 솔직히 털어놓은 이유에 대해 "교도소 복역 이후 인생을 포기하는 사람들에게 '열심히 바르게 살면 할 수 있다. 포기하지 말고 꿈과 목표를 가지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오은영은 어린 시절 소중한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남편과 관련해 "작은 일상의 스트레스에도 자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 사람"이라고 분석하며 "남편의 자존감을 견고히 해줄 가족과의 긍정적인 교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도 "행복은 '전국대회 1등' 같은 목표의 도달이 아니다. 좀 더 행복할 수는 있지만, 그래야만 행복한 것은 아니다. 행복도 형체가 없지만, 일상에서 짧은 순간마다 문득 가슴이 벅차오르며 좋다고 느끼게 되는 순간이 바로 행복이다. 이런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면 그냥 흘러보내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아내가 남편의 신발을 대신 챙겨주던 모습, 혹은 남편이 미처 신경쓰지 못하고 지나치던 아내의 소소한 배려·헌신·사랑은 모두 일상에서 남편이 느끼지 못하던 행복의 기억들이었다.

"집에선 관장님 아닌 아빠로 돌아오라"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방송화면 갈무리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방송화면 갈무리 ⓒ MBC


부부를 위한 최종 솔루션이 내려졌다. 오은영은 먼저 남편에게 "집에서는 '관장님'이 아니라 '아빠'로 돌아오시라"는 솔루션을 전했다. 두 번째로는 "집안에서는 민주적으로 소통하고 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가족회의'를 통해 규칙을 정해보시라. 그 나이대의 아이들에게 게임을 '하지 마'라며 강제로 못하게 하는 것보다,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게 더 중요하다. 그래야 남편이 원하는 자립적이고 주도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모든 솔루션을 마친 남편은 아내에게 "고맙고,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열심히 살자"며 그동안 못보여준 속마음을 전했다. 이어 아이들에게도 변화를 약속하며 함께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비로소 미소를 되찾은 아내 역시 "나도 더 생각하면서 이야기할 테니, 당신도 이제는 아이들에게 칭찬을 좀더 해달라. 그렇게 해주면 우리 집안이 더 행복하고 아름다울 것 같다"고 전했다.

패널들은 부디 앞으로는 날선 말과 날선 주먹보다는 사랑의 행복펀치만 나누는 가족이 되기를 바란다는 응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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