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1이 묘사한 시대로부터 7년의 시간이 지났다.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전쟁 막바지, 조선을 떠나 일본에 정착한 이들의 삶을 다룬 대서사극 <파친코> 시즌2가 지난 23일 애플TV+에서 순차적으로 공개되고 있다.

전쟁의 광풍 한복판에서 두 아들을 품고 피난처를 찾은 선자(김민하)와 함께 시즌2에선 그의 언니 경희(정은채)와 이들을 돌보게 된 창호(김성규)를 주목해야 한다. 창호는 일본에서 무기도매상으로 세력을 키워온 한수(이민호)의 심복이다. 선자와 아이를 가진 뒤 선자네를 외면하지 못한 한수의 부탁으로 피난처에서 선자네 가족을 돕는 역할을 한다.

피난길에 남편과 생이별하게 된 후 남편을 그리워하면서도 자신에게 헌신적인 창호에게 본능적으로 끌리는 경희는 혼란에 빠진다. 부잣집 딸로 살아온 인생 전반기와 달리 일본에서의 삶은 흔들림 그 자체였기 때문. 지난 23일 서울 삼성동의 한 호텔에서 배우 정은채와 김성규를 만나 관련 이야기를 더 들어볼 수 있었다.

 애플 TV+ 시리즈 <파친코>에서 경희 역을 맡은 배우 정은채(우)와 창호 역을 맡은 배우 김성규(좌).

애플 TV+ 시리즈 <파친코>에서 경희 역을 맡은 배우 정은채(우)와 창호 역을 맡은 배우 김성규(좌). ⓒ apple TV+


시즌2 새로 합류한 김성규, 분량 늘어난 정은채

그간 영화 <노량 : 죽음의 바다>, <악인전> 등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김성규는 수개월의 오디션을 거쳐 시즌2에 전격 합류하게 됐다. 시즌1에서 보조적 역할을 했던 경희 역의 정은채는 시즌2 들어 이야기의 한 축을 책임지며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감흥을 전하게 됐다. 두 배우 모두 남다른 소회가 있어 보였다.

"시즌1에선 어떻게 보면 순진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캐릭터로 소개됐다면, 시즌2에선 지난 세월을 겪은 경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표현하려 했다. 시즌1 때 어떤 답답함을 해소해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다양한 인물의 자화상을 보여주며 그 시대를 연상할 수 있도록 시즌2가 연출됐더라. 매일 전쟁으로 사람이 죽어나가지만 그 안에서 내일을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연기했다." (정은채)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작품이었으면 한다. 시즌1의 힘을 잘 이어갈 수 있을까 부담도 많았는데 기존에 참여한 배우분들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임했던 것 같다. 실제 역사를 찾아보기도 하면서, 김창호라는 인물을 표현했다. 그를 따라가다 관심이 생기면 시청자분들이 그때의 역사를 찾아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김성규)

정은채는 오디션 과정에서 우연히 김성규와 스치게 됐고, 그가 창호 역을 맡을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전했다. 정은채는 "이미 전작들에서 그분의 연기를 잘 알고 있었다. 케미스트리 오디션(배우끼리 호흡을 보는 오디션)을 하면서 준비한 걸 담담하게 하시는 걸 보는데 아 이분이 되겠구나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말했다.

두 배우가 표현한 캐릭터들은 선자나 한수만큼 풍부하게 예전 이야기가 등장하진 않지만, 냉전 시대 안에서 인생이 급변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경희를 두고 정은채는 온실 속 화초 같던 사람이라 표현했고, 김성규는 과거 경험 때문에 분노로 가득하지만 그걸 제대로 풀어낼 곳을 찾지 못했던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선자가 야생화나 들꽃이라면 경희는 세상 물정 모르는 화초였다. 미성숙했고, 스스로를 믿지 못했던 그가 선자를 만나면서 일부 변하기도 한다. 하지만 살아온 방식이 안전지향적이지 않나. 창호를 만나면서 두 마음이 공존했던 것 같다. 선자와 한수의 사랑 방식과 달리 경희는 또다른 선택을 한다. 크게 보면 <파친코> 속 캐릭터는 두 가지로 나뉜다. 생존가냐 몽상가냐 차이다. 제가 봤을 때 경희는 생존가에 가까웠다. 하지만 인간은 늘 양면성이 있기에 다른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 또한 이번 시즌에 담겨있다고 생각했다." (정은채)

"한수를 만나며 창규 인생 또한 변했다. 가족도 없고 믿을 만한 사람도 없을 때 만난 사람이잖나. 그러다 선자 가족, 경희를 만나면서 변하게 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창호가 더 안타깝게 느껴진다. 그의 선택이 이성적으로 더 옳고 나을 거라는 판단보단 그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판단하며 살았던 것 같다. 뭔가 운명을 받아들이기 보단 싸우면서 버티는 느낌이랄까. 본인에겐 힘든 선택이지만 그래서 더 강해지기도 한다. 창호가 마음에 많이 남는다." (김성규)

개인이 버틸 수 있게 하는 힘

 애플 TV+ 시리즈 <파친코>에서 경희 역을 맡은 배우 정은채.

애플 TV+ 시리즈 <파친코>에서 경희 역을 맡은 배우 정은채. ⓒ apple TV+


전쟁이라는 비극에서 인간은 약해지고, 무너지기도 쉽지만 어떤 면으론 유대감을 느끼고 연대하기도 한다. <파친코>는 두 배우에게 위로가 되는 작품이었다.

특히 정은채는 나이 든 경희 분장을 하며 엄마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촬영할 때 분장 테스트를 굉장히 오래 했는데 나이 든 경희를 보고 엄마를 닮았다고 생각하며, 집에 돌아오는데 신기하면서도 뭔가 울적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며 정은채는 "몽상가든 생존가든 우린 늘 어떤 선택을 한다. 현재의 내가 어디에 와 있는지 누구인지 알아가는 작품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애플 TV+ 시리즈 <파친코>에서 창호 역을 맡은 배우 김성규.

애플 TV+ 시리즈 <파친코>에서 창호 역을 맡은 배우 김성규. ⓒ apple TV+


김성규 또한 "현실에 머물거나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좌절하기 쉬운데 이 작품으로 전 많은 위로를 받았고 새로운 꿈을 꾸기도 했다"며 "극 중 누군가는 무모한 선택을 해서 안타깝게 보일 수도 있는데 그래서 제겐 더 여운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한국계 미국인인 코고 나다와 저스틴 전 감독이 연출한 시즌1과 달리 2는 영국의 리안 웰햄 감독, 대만의 진준림, 그리고 재일교포인 이상일 감독이 맡았다. 그만큼 연출 방식에서도 문화적 차이가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배우들은 독특했던 작업 과정을 설명하며, 문화적 차이로 연기가 어색하게 느껴질 땐 배우들이 적극 의견을 내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세 명의 감독님과 한다는 건 제겐 새로운 경험이었다. 해외 촬영 자체가 처음이라 전 엄청 긴장했는데 제가 현장에서 미스터 김이라 불렸거든. 어디선가 미스터 김을 찾으면 저도 모르게 귀를 쫑긋하고 쳐다보더라. 사람들이 마치 미어캣인 줄 알았다고 하더라(웃음)." (김성규)

"감독님마다 문화가 달라서 저희가 보기에 좀 놀랐던 표현도 있었다. 확실하게 배우들이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런 과정이 흥미롭고 재밌었다." (정은채)

인간 군상의 한 축을 표현한 두 배우는 시즌1보다 더욱 풍부한 이야기가 있는 만큼 많은 분들이 경희와 창호에게도 이입하길 원하는 마음을 한껏 강조했다. <파친코> 시즌2는 지난 23일부터 애플TV+를 통해 공개 중이다. 총 8개 에피소드가 나올 예정이다.
파친코2 정은채 김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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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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