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한 배우 최민식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한 배우 최민식 ⓒ MBC


"극장 가격 많이 올랐잖나. 좀 내리라."

배우 최민식의 발언이 연일 화제다.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배우가 "나라도 비싸서 영화관에 안 가겠다"고 하자 관람객들도 적극 호응하는 분위기다. OTT 한 달 구독료보다 영화 티켓값이 더 비싸지면서 영화 관람은 더 이상 만만한 취미가 아니게 됐다.

일각에서는 천정부지로 뛴 '배우 개런티'를 지적하며 멀티플렉스 3사와 같은 극장 사업자가 폭리를 취하는 것으로만 비판할 순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배우 몸값 vs. 극장 티켓값' 구도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그렇다면 티켓값이 낮아진다고 영화 산업이 살아날까? 팬데믹 이후 영화 산업이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얘기는 익히 들었지만 영화 산업 종사자와 관람객의 체감은 다를 것이다. 시대가 변했다. 영화가 더 이상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라면 가격 경쟁력을 갖춰도 살아남기 어려울 테다. 최민식이 던진 질문이 한탄에서 멈추지 않고 '영화 부흥책'으로 뻗어가길 바라는 이유다.

선뜻 예매 못하는 현실... 그럼에도 여전히 영화관 찾는 이유

티켓값은 소비자 물가다. '내 월급만 빼고 다 올랐다'는 자조가 현실인 만큼 사람들은 즉각적으로 변화를 체감한다. 나조차도 그랬다. 학교 끝나고 바로 집으로 가기 싫은 날마다 영화 상영표를 뒤적이고 개봉작을 모두 봤던 분기도 적지 않았는데, 지금은 꿈같은 얘기다.

영화를 대하는 내 태도도 달라졌다. 시놉시스는커녕 영화 제목이 끌리면 예매하는 모험도 주저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신중하게 '영화관에서 볼 작품'과 'OTT에서 개봉하면 볼 작품'을 엄선한다. 스포일러를 아슬아슬하게 피해가며 만족도가 높을 법한 영화를 골랐는데 막상 기대 이하면 허망함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기회비용이 높아지면서 한동안 영화업계는 그 어떤 마케팅보다 관람객 혹평에 휩쓸렸다. 여기에 집을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은 영화 관람에 '편리함 포기 비용'도 포함된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집에 편히 누워 보고 싶은 영화를 고르고, 보다가 놓친 부분은 돌려보고, 화장실이 급하면 정지 버튼을 누르고 다녀올 수 있는 자유를 잠시 내려놓아야 해서다.

콘텐츠 소비가 파편화된 만큼 모르면 일상에서 대화가 어려운 콘텐츠도 점점 사라지니 흥행작에 휩쓸리는 일도 줄었다. 티켓값이 오르고 OTT라는 대안이 생기며 영화 관람 문화가 취약해졌다고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영화관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영화관 ⓒ 연합뉴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영화관을 찾는다. 영화관에서만 가능한 체험 때문이다. 커다란 화면과 압도적인 음향, 낯선 사람들과 함께 같은 시간·장소에서 같은 영화를 보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경험은 소중하다. 지금도 좋은 영화라면 OTT 개봉을 기다리기보다 일단 영화관에 간다.

최민식도 "결국 콘텐츠의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유행을 따라가는 작품보다 창작 의도가 분명한 작품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파묘>도 오컬트 장르로서 장벽이 높았지만 결국 '메시지'가 있었기에 관객을 움직였다는 얘기다.

극장이 위기일수록 창작자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말,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창작자를 흔드는 영화 산업 구조도 함께 봐야지 않을까. 대중성이 중요한 가치지만 '사이다 서사', '재난물', '좀비물' 등의 획일적인 콘텐츠만 투자받는다면 각자의 취향은 OTT로 채울 수밖에 없다. 다양한 영화가 나오려면 중견급 영화가 안정적으로 투자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영향력 있는 배우의 한마디가 논란보다 영화 산업의 활기를 불어넣는 시작이 되면 좋겠다. 관람객은 자신의 경험을 끌어오고, 정치인이 관련 정책을 언급하는 모습을 보며 한국 영화는 앞으로 도약할 일만 남았다는 기대를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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