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 방송 화면 갈무리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 방송 화면 갈무리 ⓒ 채널A


'부모의 역할'과 관련해 양육관이 출동하는 경우가 많다. 그때 다툼의 지점은 '어디까지'이다. 다시 질문하면, 과연 부모가 어디까지 해줘야 하는 걸까. 어떤 이들은 자율을 강조하며 자녀가 스스로 해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어떤 이들은 자녀가 아직 어린다는 이유로 하나부터 열까지 챙기기도 한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과도한 개입을 하는 건 아닌지 돌이켜 봐야 한다.

23일 방송된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에는 초등학교 4학년과 6학년(금쪽이) 형제를 키우고 있는 엄마와 외할머니가 출연했다. 금쪽이는 낯선 사람을 극도로 경계했다. 사람을 거부하고 집안으로 숨어들어 스스로 고립을 선택했다. 마스크를 쓰고 입을 꽁꽁 닫은 채 살아가고 있었다. 엄마는 이대로는 교우 관계나 사회 생활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오은영 박사의 도움을 요청했다.

움직임이 어색한 아이... 오은영이 발견한 의외의 원인

금쪽이는 등교 준비를 하는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엄마는 금쪽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코로나 팬데믹으로 온라인 수업을 하던 중 얼굴을 가리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몸을 숨기는 행동이 계속되자 병원 상담을 받았는데, '선택적 함구증' 진단을 받았던 것이다. 선택적 함구증은 아동기 불안 장애의 일종으로, 언어 발달에 문제가 없음에도 특정 상황에서 말이 나오지 않는 증상을 뜻한다.

오은영은 "대부분의 선택적 함구증은 편한 가족 앞에서는 청산유수인 경우가 많"은데, "금쪽이는 가족 앞에서도 말을 않"는다며 매우 걱정스러워 했다. 한편, 금쪽이는 후드 모자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우산으로 얼굴을 가린 채 하교를 했고, 마트에서 장을 볼 때도 엄마 등 뒤에 달라붙어 몸을 숨겼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모습이었다.

정형돈은 2015년 방송 활동을 중단하기 전에 자신도 저렇게 다녔다며 "아무도 날 모르면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꽁꽁 싸맨 채 자신을 보호했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엄마는 금쪽이의 불안이 심해지자 도시를 떠나 한적한 전원 마을로 이사를 했는데, 지금은 사람과 너무 접촉이 없어서 그런가 싶어 이사를 고민 중이라고 털어놓았다. 과연 올바른 해결 방법일까.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 방송 화면 갈무리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 방송 화면 갈무리 ⓒ 채널A


오은영은 금쪽이의 어려움은 내면의 문제라며, 이사로 인한 환경 변화는 의미 없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금쪽이는 현재 '사회 공포증'의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사회적 관계를 맺을 때 극도의 두려움을 느끼는 불안 장애의 일종이다. 대개 타인의 시선에 민감해지는 청소년기에 시작된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나의 능력, 외모, 반응에 대해 자기 확신이 없다고 분석했다.

"이거는 수치심이에요. 얘는 그냥 수치스러워." (오은영)

동네 아이들과 함께 축구를 하자는 이웃 주민의 방문에 엄마는 금쪽이를 억지로 축구장으로 데려갔다. 모두가 즐겁게 뛰어오는 동안 금쪽이는 한쪽 구석에서 구부정하게 앉아 있었다. 친구들의 권유로 겨우 운동장에 들어섰지만, 경직된 채 어쩔 줄 몰라했다. 좀처럼 공을 쫓아가지 못했고, 제대로 뛰지도 못했다. 몸을 쓰는 게 어색해 보였다. 무슨 까닭일까.

금쪽이는 중력을 잘 다루지 못했다. 발이 바닥에서 떨어질 때마다 넘어지는 것에 대한 강한 두려움을 품고 있었다. 기본적인 걷기마저도 불안하니 야외 활동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오은영은 금쪽이는 몸이 허약한 게 아니라 중력을 다루는 훈련과 연습이 안 돼 있는 것이라며, 기질적으로 불안이 높은 아이를 키울 때는 불안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게 해야 하는데, 그 부분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양육자의 '건강염려증'... "애한테 도움 안 돼"

한편, 양육과 관련한 엄마의 특이한 고집이 포착됐다. 오로지 건강식을 추구하며, 아이들에게 인스턴트 음식을 절대 먹이지 않았다. 또, 아이들 건강 때문에 에어컨을 없애고 무더위를 그냥 버티자고 강요했다. 오은영은 엄마의 '건강 염려증'을 우려했다. 엄마는 의사나 전문가의 말을 신뢰하지 않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얻은 섣부른 지식을 적용시키며 살고 있었다.

"애가 바뀌지 않을까봐 걱정하지 않아요. 엄마가 걱정이에요. 왜냐하면 아주 뼈저린, 뼈아픈 인식이 없으면 안 바뀐단 말이에요. 그러면 결국 애한테 도움이 안 돼요." (오은영)

금쪽이는 초등학교 6학년까지도 혼자 화장실을 가지 못해 엄마를 다급히 호출했고, 엄마는 그런 금쪽이에게 유산균을 먹이는 방법으로 대처했다. 근본적인 원인을 고치려 하지 않고, 변죽만 울린 것이다. 동생과 함께 남겨진 금쪽이는 배달 음식이 도착하자 식탁 밑으로 몸을 숨겼다. 낯선 상황에 부딪히자 초조해하며 아무런 말도, 아무런 반응도 못하고 쩔쩔맸다.

엄마라는 대리인이 없을 때, 홀로 남겨진 금쪽이는 불안에 떨었다. 끝까지 혼자 해본 경험이 없기에 스스로의 가능성을 알지 못했다. 엄마라는 우산에 숨는 악순환은 자신감 결여, 낮은 자존감, 자긍심 부재를 낳았다. 오은영은 어린 금쪽이보다 오히려 엄마가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과도한 건강 염려, '무균실 육아'에 대한 뼈저린 문제 의식이 동반되지 않으면 변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옷을 사러 쇼핑을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말이 없는 금쪽이가 직접 바지를 골랐지만, 그 의견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엄마가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이 결정됐다. 오은영은 이를 '다정한 강요'라 정의했다. 공격적이지도 강압적이지도 않고 사랑으로 대하는 듯하지만, 행동의 본질은 강요라는 것이다. 입장 차이를 이해하고 스스로 결정하는 법을 경험하지 못한 금쪽이의 성장은 꽉 막혀 있었다.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 방송 화면 갈무리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 방송 화면 갈무리 ⓒ 채널A


오은영은 무균실의 안전함보다 거친 세상에 적응할 면역력이 필요하다며, 건강한 성장을 위한 '자극이 필요해' 솔루션을 제시했다. 불안이라는 감정을 스스로 견뎌낼 수 있도록 옳은 길로 인도한다면 금쪽이도 한결 편안해질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심리극으로 마음 속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졌다. 엄마도 과잉 보호했던 자신을 떨쳐냈고, 금쪽이도 스스로 해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변화는 쉽사리 찾아오지 않았다. 성과는 더디고 갈등은 증폭되니 솔루션은 위기에 봉착했다. 모든 것을 거부하는 금쪽이는 불안한 듯 눈물을 흘렸고, 이를 지켜보는 엄마도 지쳐갔다.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으리라. 그것이 익숙하니까. 보다 못한 외할머니가 나섰지만, 상황은 걷잡을 수 없어졌다. 과연 변화가 가능할까. 다음 주 방송이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금쪽같은내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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