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방송된 채널A '요즘 육아 - 금쪽같은 내새끼'에는 5세 딸(금쪽이)과 8개월 아들을 키우고 있는 30살 동갑내기 부부가 출연했다. 엄마의 고민은 금쪽이와 하루에도 10번은 싸운다는 것이었다. 밀치고, 때리고, 품에 안으면 목을 조르는 등 반복되는 '모녀 전쟁'에 엄마는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반면, 아빠는 자신 앞에서는 전혀 떼를 쓰지 않는다며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

관찰 영상에서 금쪽이는 어린 동생 주위로 물건을 던지고, 엄마 위에 올라타는 방법으로 신경을 긁었다. 엄마의 말은 못 들은 척 무시했다. 잠시 후 금쪽이가 엄마에게 말을 걸었지만, 화가 난 엄마는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어린 딸에게 지지 않고 똑같이 했다.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말에도 엄마가 대꾸하지 않자, 금쪽이는 다시 물건을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묘한 기싸움 중이라고 할까.

 방송 장면 갈무리

방송 장면 갈무리 ⓒ 채널A


엄마와 딸, 감정의 밑면

오은영 박사는 싸움으로 표현되는 감정의 밑면에 짚어봐야 할 문제가 있을 거라며 그 원인을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캠핑장을 찾은 금쪽이는 개미가 무섭다며 겁에 질려 울었다. 그 모습을 보고도 엄마는 무덤덤하게 반응하며, 오히려 울지 말고 기다리라며 다그치기까지 했다. 결국 금쪽이는 30분 내내 혼자 울어야 했다. 엄마는 왜 달래줄 생각을 하지 않는 걸까.

"엄마와 아이는 동급이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완전히 다른 생각을 하고 오해하고 상처를 주는 과정에서 누가 가장 상처를 받을까요?" (오은영)

엄마는 보호해 달라는 금쪽이의 요구를 안아달라는 것이라 오해했다. 또, 지금까지 일부러 자신을 괴롭히려 한다고 여겨 괘씸하게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모녀의 동상이몽은 아직 어린 금쪽이에게 큰 상처가 되고 있었다. 오은영은 사랑과 보호가 충족되지 않으면 금쪽이의 마음에 결핍의 구멍이 생길 테고, 얼마 가지 않아 마음의 문을 닫을 거라 경고했다.

비슷한 양상들이 계속 발생했다. 금쪽이가 장난감을 휘두르자, 엄마는 이를 뺏어버렸고 금쪽이는 통곡했다. 아빠가 돌아오자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엄마는 자신의 품에 안기며 사과하는 금쪽이에게 잘못한 부분에 대한 대답만 강요했다. 아이와의 갈등을 이기고 지는 싸움으로 해석하고 있는 엄마는 자신이 양보하면 금쪽이가 만만하게 볼 것이라 여겼다.

아빠는 엄마의 태도가 답답했는지 변화를 요구했지만, 엄마는 금쪽이에게 질 수는 없다며 철저히 선을 그었다. 육아관 차이로 옥신각신하던 부부의 대화는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났다. 오은영은 이 장면을 어떻게 봤을까. 그는 엄마를 '금지 엄마'라 규정하며 금쪽이의 마음은 알아주지 않은 채 '안 돼', '하지 마', '그만해 ' 등 금지만 남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평소에 금지와 거절을 남발하면 훈육도 안 먹힙니다." (오은영)

 방송 장면 갈무리

방송 장면 갈무리 ⓒ 채널A


금지 엄마

엄마의 말이 금쪽이에게 먹히지 않는 까닭도 같은 맥락이었다. 오은영은 금지와 거절의 남발이 훈육의 효과를 떨어뜨린다고 설명했다. 또, 아이 입장에서 부모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받지 못하면 부정적인 반응이 무반응보다 낫다고 생각해 일부러 문제를 일으킨다고 조언했다. 어린 딸에게 온종일 쌀쌀맞은 냉정하고 차가운 엄마의 표정과 말투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한편, 유치원에서 단짝 친구와 놀던 금쪽이는 다른 친구가 다가오자 함께 어울리지 못하더니 자리를 떠났다. 문제는 계속해서 단짝 친구를 의식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잠시 후, 단짝의 옆으로 다가가 앉고서 블록을 건드리며 관심을 끌려 했지만, 반응이 없자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금쪽이는 상황 변화에 대처 방법을 몰랐고, 지나치게 눈치를 봤다.

즉, 거절이 두렵다는 애기였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평소 거절당한 경험이 많기 때문이라 분석했다. 이어서 스스로의 마음을 살필 수 있도록 공감과 수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키즈 카페에서도 금쪽이는 좀처럼 친구와 잘 어울리지 못했다. 트램펄린에서 재미있게 놀다가 몸을 던져 친구를 덮쳤고, 놀란 친구를 따라가서 목을 껴안아 괴롭게 했다. 친구에게 다가서는 방법을 모르는 듯했다.

오은영은 상황에 따라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어느 정도로 표현하는 게 적당한지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이라며, 솔직히 말해 "엄마가 안 가르친 거"라 따끔히 지적했다. 이제부터라도 올바른 감정 표현법을 가르쳐야 할 텐데, 그 전에 선행되어야 할 게 바로 엄마의 변화였다. 오은영은 아이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진심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식사 중에 신경전을 벌이며 각자 소주를 들이켜는 부부의 모습도 포착됐다. 하염없이 눈치를 보다가 다리를 떠는 금쪽이의 모습이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부부의 대화는 점점 격아됐다. 사소한 일로 점점 언성이 높아졌고, 금쪽이는 불안한지 식탁을 화급히 떠나 소파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숨어버렸다. 그 모습을 본 오은영은 한숨을 품 내쉬었다.

엄마의 따뜻한 눈길

오은영은 만 5세 이전에 부부 싸움을 경험하며 자란 아이들이 성장해서 부모가 됐을 때 자신의 아이를 학대할 가능성이 5배 높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전달했다. 그렇다면 엄마가 금쪽이와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무엇일까. 엄마는 돌아가신 친정엄마와 갈등이 심했다며, 잔소리가 너무 심해 10년 정도 집에 들어가지 않은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어린 시절 부모와 어려움이 많았다면 어른이 된 후에도 똑같이 행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3대에 걸친 모녀 관계의 난점이 이해됐다. 엄마는 어린 시절의 결핍을 금쪽이에게 투영해서 이 나이에 표현할 수 있는 정상적인 모습마저도 받아들이지 못했다. 양육 문제에 직면하면 회피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였다. 오은영은 어릴 적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볼 것을 권유했다.

엄마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것 같냐는 질문에 "모르겠어"라며 자신 없이 고개를 젓던 금쪽이는 엄마가 좋아하는 게 뭐냐고 묻자 해맑게 청소 도구를 챙겨왔다. 이 어린아이에게 도대체 얼마나 큰 상처를 주고 있었던 걸까. 엄마는 변화를 다짐했다. 오은영은 육아를 회피하는 기제로 활용했던 청소를 1일 1회, 그도 시간을 지정해서 하라고 해법을 전달했다.

또, 아이들이 엄마의 뒷모습만 기억하지 않도록 남은 시간에 따뜻한 눈길 한 번 더 주라고 당부했다. 오은영의 해법을 받은 후 부부는 변화를 약속했고, 식탁 위에 소주 대신 해독 주스를 올렸다. 술이 사라진 자리는 긍정어 대화로 채워나갔다. 엄마는 금쪽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했고, 금쪽이는 "앞으로는 화 안 내고 사랑해 주면 좋겠어"라며 엄마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이제 금쪽이네는 부정어가 가라지고 긍정어가 가득해졌다. 권위적이고 억압적인 금지보다는 구체적인 가르침으로 명확한 지침을 줬다. 더불어 금쪽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감정을 수용했다. 이처럼 올바른 육아를 위해서는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같은 문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이 노력은 단지 개인의 몫이 아니라 가족의 몫, 사회의 몫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금쪽같은내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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