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 이적이 확정된 K리그1 강원FC 양민혁이 7월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비타500 콜로세움에서 열린 'eK리그 서포터즈컵 4강 및 결승전' 이벤트 매치에 참석하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 이적이 확정된 K리그1 강원FC 양민혁이 7월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비타500 콜로세움에서 열린 'eK리그 서포터즈컵 4강 및 결승전' 이벤트 매치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 축구는 역사상 최고의 황금기를 맞았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 다수의 선수가 유럽 빅리그 빅클럽에서 활약하는 시대가 도래했고, 유망주 또한 유럽 러시를 시도하고 있다.

 

2024년에는 K리그에서 역대급 인재가 탄생했다. 2006년생 강원FC의 윙어 양민혁이다. 손흥민, 이강인 등이 10대 시절 보여준 엄청난 천재성과 흡사해 축구팬들의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

 

데뷔 반 시즌 만에 K리그 평정한 괴물 신인

 

K리그 역사상 이토록 괴물같은 활약을 보여준 10대 선수가 있었을까. 18살의 양민혁은 현재 강릉제일고 3학년이다. 오전에는 학교, 오후에는 팀 훈련에 참가하는 고교생이다. 양민혁은 고등학교 2학년이던 지난해 12월 강원과 준프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미 양민혁은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2023 AFC 아시아축구연맹 U-17 아시안컵, 2023 FIFA U-17 월드컵에서 주전 윙어로 출전하는 등 공격의 핵심 자원으로 활약하며 미래의 기대주로 평가받았다.

 

제 아무리 10대 시절 잘나가는 유망주라도 성인들이 뛰는 프로 레벨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피지컬이 약해 강한 몸싸움과 압박에 고전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런데 양민혁은 달랐다. 지난 1월 튀르키예 전지훈련에서 윤정환 감독의 눈에 들어왔다. 러시아 명문 디나모 모스크바와의 연습 경기에서 1골 1도움을 올리는 등 엄청난 잠재성을 발휘하자 결국 이번 시즌 윤정환 감독의 플랜A에 포함됐다.

 

양민혁은 제주와의 K리그 개막전에 선발 출전하며 만 17세 10개월 15일(6530일)의 나이로 구단 역대 최연소 출장 기록을 세웠다. 이 경기에서 시작한 지 35초 만에 도움을 올렸고, 2라운드 광주전에서는 K리그 데뷔골을 터뜨려 스타 탄생을 알렸다.

 

올 시즌 25경기에서 8골 3도움으로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를 돌파했다. K리그 4, 5, 6월 영플레이어상을 받으며 사상 최초의 3회 연속 수상의 영예를 안았을 뿐만 아니라 K리그 최연소 멀티골, 최연소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 고등학교 재학 선수로 최초의 라운드 MVP, 최다 라운드 베스트11 선정 등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 시즌 강등권에서 허덕인 강원은 올 시즌 리그 2위를 내달리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양민혁 효과에 힘입어 창단 첫 우승까지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유럽 눈에 띈 양민혁, 행선지는 토트넘

 

 7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4 쿠팡플레이 시리즈 토트넘과 팀 K리그의 경기 종료 후 토트넘 손흥민과 팀 K리그 양민혁이 이동하고 있다.

7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4 쿠팡플레이 시리즈 토트넘과 팀 K리그의 경기 종료 후 토트넘 손흥민과 팀 K리그 양민혁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러자 유럽 빅클럽들이 양민혁의 잠재성을 높게 보고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의 최종 행선지는 손흥민이 뛰고 있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훗스퍼였다.

 

토트넘은 지난달 28일 양민혁과 6년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양민혁은 올 시즌까지 강원에서 활약한 뒤 내년 1월부터 토트넘에 합류한다. 한국 대표팀의 주장이자 역사상 최고의 선수인 1992년생 손흥민과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2006년생 양민혁이 한 팀에서 뛰게 된 것이다.

 

양민혁의 토트넘 이적은 한국 축구사에서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K리그에서 불과 반 시즌 활약만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했기 때문이다.

 

10대 나이에 프리미어리그로 진출한 사례는 최초가 아니다. 2002년생 정상빈이 수원 삼성에서 기량을 인정받은 뒤 2022년 1월 19살의 나이에 울버햄튼으로 이적했다. 하지만 울버햄튼은 곧바로 스위스의 그라스호퍼로 임대를 보냈다. 정상빈은 1년 임대 생활을 마치고 미국 MLS 미네소타로 임대됐다.

 

성남FC에서 1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낸 2004년생 김지수는 지난해 여름 프리미어리그 브렌트포드로 입단했으나 A팀이 아닌 2군격인 B팀에서 경기를 뛰었다.

 

양민혁이 더욱 주목받을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프리미어리그의 홈그로운 제도다. 21세 이전에 잉글랜드 또는 웨일스 구단에서 최소 3년간 훈련을 받은 선수는 홈그로운으로 분류되는데, 프리미어리그는 1군 선수단의 25명 중 8명을 홈그로운 선수로 채워야 한다. 해외 출신 유망주들에게 더욱 눈을 돌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양한 장점·개성 갖춘 만능형 윙어

 

 7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4 쿠팡플레이 시리즈 토트넘과 팀 K리그의 경기. 팀 K리그 양민혁이 슛을 하고 있다.

7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4 쿠팡플레이 시리즈 토트넘과 팀 K리그의 경기. 팀 K리그 양민혁이 슛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양민혁은 좌우 윙어 위치에서 모두 활약할 수 있어 활용가치가 높다. 시즌 초반부터 5월 중순까지는 주로 왼쪽에서, 그 이후부터는 오른쪽에서 자신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했다. 측면에만 국한되지 않고 중앙까지 넘나들며 영리한 포지셔닝을 가져간다.

 

176cm의 신장으로 큰 키는 아니지만 아직 성인이 아님에도 피지컬적으로 강인하다. 상대 수비수들과의 몸싸움에서 버텨내고 공을 간수하거나 공간을 창출하는 데 탁월하다.

 

또한 대담하고 자신감 있게 경기를 운영한다. 어린 나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침착한 플레이를 펼치는 게 양민혁이다. 뿐만 아니라 좁은 공간에서 좋은 판단력으로 드리블과 터치의 방향, 패스의 선택지를 내리는 데 매우 탁월하며, 빠른 주력과 높은 기술적 완성도를 겸하고 있다.

 

슈팅력도 인상적이다. 강한 임팩트와 정확도를 갖고 있으며, 먼거리에서 골문 구석을 찌르는 슈팅 코스 역시 예리하다. 양민혁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던 장면은 지난달 전북과의 리그 25라운드였다. 박스 밖에서 반 박자 빠른 벼락 슈팅으로 전북 골망을 흔들었다. 18살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플레이였다.

 

지난달 31일 팀 K리그 소속으로 5개윌 뒤 자신의 팀 동료과 될 토트넘과의 쿠팡시리즈 친선 경기에서도 몇 차례 좋은 상황을 연출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양민혁은 올 시즌 후반기 동안 강원과 함께 리그 우승을 달성하고 토트넘에 합류하겠다는 각오다. 양민혁은 "리그 우승은 충분히 자신 있다. 강원에서 우승하고 기분 좋게 떠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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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혁 토트넘 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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