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조세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브이로그(자신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영상) 콘텐츠의 댓글창은 실망으로 가득했다. 신혼집 공개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영상 처음부터 끝까지 '광고'였다는 거다.

조세호는 지난 16일 게시한 '여자친구 선물 사러 가요'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자택의 침실과 옷방 등을 공개했다. 그런데 일상을 공개한다는 취지와 달리 15분 내내 패션 브랜드 코치의 옷과 가방을 끊임없이 소개했다. 영상 더보기란에 '광고' 표기를 했기에 뒷광고는 아니었음에도 반응은 싸늘했다. 시청자들은 유튜브 개설 초기부터 개인 채널을 광고 창구로 활용하는 모습에 화가 난 듯 보였다.

논란이 일자 조세호 유튜브 채널 측은 다음 날인 17일 고정 댓글을 통해 "댓글을 남겨주신 모든 구독자분들의 말씀을 깊이 새기며, 향후 채널 조세호 콘텐츠 제작에 충실히 반영하도록 하겠다"라고 고개 숙였다. 

구독자 반감 사는 요즘 유튜브 광고?
 
 조세호가 집소개 브이로그에서 광고받은 제품을 소개하는 모습

조세호가 집소개 브이로그에서 광고받은 제품을 소개하는 모습 ⓒ 조세호 유튜브 캡처

 
사람들은 궁금하다. 최상의 상태로 매체에 노출되는 연예인의 모습도 물론 좋지만 방송 이면의 '사람'이 알고 싶다. 자주 쓰는 물건, 애착을 가진 대상, 요즘 쓰는 향수 같은 질문이 빠지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유튜브를 중심으로 연예인 술방송이 인기를 끈 것 역시 공중파에선 볼 수 없는 새로운 모습을 만날 수 있어서다.

그런 의미에서 연예인의 개인 유튜브는 대중과의 소통을 넓히는 역할로 받아들여졌다. 가장 만족감 높은 콘텐츠는 역시 '브이로그'다. 연예인의 일상을 따라가면서 집 인테리어, 자주 가는 카페와 식당, 친한 사람 등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니 말이다. 

조세호의 브이로그는 이러한 기대를 어느 하나 충족시키지 못했다. 침실을 지나 옷방 문이 열리자 모자, 가장, 티셔츠가 종류별로 깔끔하게 정리된 수납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패션에 관심이 많다고 익히 알려진 사람이니 구독자 입장에선 옷 관리 방식, 수납장 정보 등이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조세호는 광고 받은 브랜드의 제품만을 보여줬다. "너무 편해서 이것만 입어"라는 말에 촬영자도 "운동할 때도 많이 입으시고"라고 덧붙였다. 코치 반팔티를 스팀 다림질하거나 코치 백팩을 메며 제품을 자세히 소개했다. 노골적인 광고였다. 조세호가 코치 매장으로 이동하면서 영상은 점입가경으로 치달았다. 결국 "요즘 누가 광고를 이렇게 하냐? 정떨어지게"라는 댓글이 달렸다. 

사실 연예인은 유튜브 생태계의 교란자다. 기성 미디어에서 입지를 다진 인물이 유튜브에 뛰어들기에 다른 유튜버들과는 출발선이 다르다. 인지도로 구독자를 쉽고 빠르게 모으고 수십 명의 베테랑 인력을 붙여 채널을 키운다. 수많은 연예인이 대중과 소통한다는 목적으로 너도나도 유튜브를 시작하는 와중이다. 기획력도 없이 단지 수익 채널을 확장하는 모양새로 운영한다면 구독자는 돈벌이에 이용당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다. 

핵심은 '수위 조절'이다. 100만 유튜버들도 광고 콘텐츠에는 심혈을 기울인다. '자체 콘텐츠 4개당 광고 콘텐츠 1개' 등 비율을 정해 유지하거나, 자체 콘텐츠에 광고를 자연스럽게 녹여 구독자의 호의적인 반응을 얻는 사례도 많다. 광고에 의존해 콘텐츠에 영향을 주는 일을 경계하고, 무엇보다 구독자와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진정성과 영리함, 고현정 유튜브을 보라
 
 고현정 브이로그 홈화면

고현정 브이로그 홈화면 ⓒ 고현정 유튜브 캡처

 
배우 고현정은 연예인 유튜브의 모범답안을 보여준다. 이 채널에는 '연예인의 진정성'과 제작진의 '영리한 연출'이 만드는 시너지가 가득하다. 물론 '진정성'은 행위, 말의 농도로 추측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기류를 만들어 사람의 마음을 바꾼다. 고현정의 채널 개설 이유를 듣고 구독 버튼을 누른 것처럼 말이다.

고현정은 '요정재형'에 출연해 수많은 응원을 받고 모두가 날 싫어한다는 선입견을 깼다고 전했다. 보답으로 시작한 채널이라는 말에 사람들은 크게 환영했다. 이에 배우 이미지와 어울리는 고급스러운 영상미를 브이로그로 구현하면서 차별성까지 챙겼다. 채널 개설 2개월 만에 30만 구독자가 생긴 비법이다. 

구독자와 소통하려는 노력이 먼저여야 한다. 아무리 연예인이라도 광고하려고 유튜브에 뛰어든 낌새가 보이면 구독자는 서운할 수밖에 없다. 끈끈한 신뢰관계를 만든 후라면 구독자의 이해도 가능하지 않을까.

한편,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홍보팀 관계자는 "유튜브 영상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대상이긴 하지만, 앞광고 혹은 광고상품에 대한 내용은 제재 규정이 없다"며 "TV정도로 심의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다면 그에 맞게 심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튜브광고 조세호 고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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