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으로 임명된 용호성 전 국제문화홍보정책실장.

지난 4일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으로 임명된 용호성 전 국제문화홍보정책실장. ⓒ 문화체육관광부

  윤석열 정부가 박근혜 정권 당시 블랙리스트 책임자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으로 임명한 데 대해 영화계를 비롯한 문화예술단체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대통령실은 앞서 4일 윤석열 대통령이 용호성 문화체육관광부 국제문화홍보정책실장을 문체부 제1차관으로 내정했다고 공지했다. "30여 년간 문화예술, 콘텐츠 및 홍보 등 문체부 업무 전반에서 정책 경험을 두루 쌓은 관료"로 "1차관 소관인 문화예술 정책 분야에 풍부한 실무경험과 이론적 기반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 및 업무 추진력이 탁월하다고 내정 이유를 밝혔다.
 
용호성 차관은 문체부에서 문화예술교육과장, 예술정책과장, 문화여가정책과장,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 주영한국문화원장, 국무총리 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사무처장 등을 역임했다.
 
문제는 박근혜 정권 당시의 블랙리스트 실행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는 점이다. 한국독립영화협회, 영화계 블랙리스트 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모임, 블랙리스트 이후 등 문화예술계 단체들은 "용호성은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블랙리스트를 주도한 상징적인 인물이다"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문화예술인들을 만나 '블랙리스트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블랙리스트 국가범죄 가해자를 옹호하는 등의 2차 가해가 심각하게 반복되어 왔다"며 "대표적으로 이명박 정부 블랙리스트 책임자 유인촌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임명했고, 지난 4일에는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실행의 핵심적인 책임자인 용호성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으로 임명한 것은 대한민국 정부, 법원 그리고 문화예술계를 노골적으로 조롱하고 모욕하는 인사 범죄다"라고 규탄했다.

영화 <변호인> 출품 배제 전력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블랙리스트 조사위)'의 발표에 따르면, 용호성은 2014년 박근혜 정부 청와대 행정관 재직 중 영화 <변호인>의 파리 한국영화제 출품 배제를 지시했다. 또한, 2015년 국립국악원 기획운영단장으로 파견돼 박정희 풍자극 <개구리>를 만든 특정 연출가를 문제 삼아 배제를 지시했다.
 
당시 블랙리스트 조사위는, 2015년에 문화체육관광부의 배제 지시 정황이 드러나지 않았고, '기획운영단장(용호성)'의 주도적 판단으로 블랙리스트 작동이 행해진 특이 사항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화단체들은 "문체부가 지난 2018년 12월 31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책임규명 권고안 이행방안 최종 확정안'을 발표하면서 블랙리스트 작성의 핵심 인물이었음에도 징계를 받지 않았으나 용호성을 포함한 수사 의뢰자들을 검찰이 불기소하더라도 중징계를 요구하겠다고 공식화했다"며 "하지만 수사 4년이 지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22년 3월 10일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통보했고, 문체부 장관은 국무총리실 인사혁신처에 중징계를 요청했으나 전직 장관 12명이 중징계를 재고해달라는 청원서를 제출로 '불문경고'라는 솜방망이 수준의 징계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들 단체는 "용호성은 진상조사로 밝혀진 모든 범죄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블랙리스트 책임 공무원들이 처벌과 징계, 사과도 없이 문화예술계에 활개 친다는 것은 블랙리스트의 적폐 청산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라고 지적했다.
 
문화단체들은 "국회가 윤석열 정부의 '이명박 정부 블랙리스트 책임자 유인촌 장관 임명',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책임자 용호성 차관 임명'과 관련하여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블랙리스트 특별법>을 제정하고 윤석열 정부의 장차관 임명을 포함한 블랙리스트 사태 전면 조사를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용호성 문체부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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