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승 광주독립영화협회 대표

오태승 광주독립영화협회 대표 ⓒ 성하훈

 
"최근 2~3년 사이에 광주에서 젊은 친구들이 늘어난 건 사실이고, 이걸 계속 영화학교가 받아주고 있었는데, 올해 이제 예산이 확 줄면서 거기에 대한 요구를 다 못 받아준다는 것이 고민입니다."

지난 6월 27일~30일까지 개최된 13회 광주독립영화제에서 가장 주목받은 건 광주 영화였다. 광주에서 제작된 영화에 관객의 관심이 높았고, 매진된 영화는 모두 광주 영화들이었다. 영화진흥위원회 지역영화 지원사업이 일궈낸 성과였다.
 
하지만 올해 윤석열 정부에서 지역영화 예산이 사라져 광주독립영화제의 성공을 바라보는 광주 영화인들의 마음에는 고민이 가득했다. 이는 비단 광주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지역영화 성장의 든든한 기반이 사라진 데 대한 고민은 편차가 조금은 있을지언정 대부분이 비슷했다.
 
비 오는 날씨에도 매진을 기록하던 6월 29일, 광주독립영화제를 주최하고 있는 광주독립영화협회 오태승 대표를 만나 영진위 지역영화 사업의 중요성과 광주독립영화제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화제 성공에 안도하면서도 지역영화 사업 운영에 대한 걱정이 커 보였다.
 
"예산 없어 못 한다는 말 하기가 미안"
 
- 올해 독립영화제 중에 유일하게 영진위 예산을 지원받았습니다.
 
"영진위 지원은 사실 올해 전혀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저희 같은 영화제가 들어갈 거라 누가 예상했겠습니까? 소식 듣고 제가 그랬어요. '우리를 왜 줬대요?' 그냥 명분상 독립영화제 하나 줬다, 제일 적은 액수인 우리 하나 주는 거 아니냐, 이렇게 생각했었습니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고, 광주광역시는 영화제 예산을 동결시켜줬어요. 전체 시 예산이 전체적으로 다 떨어졌는데 시청 담당 직원들이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여기서 더 줄이는 건 이제 영화제 그만하라고 하는 거랑 똑같다. 그냥 이대로 동결시켜줘야 된다'라는 의견을 냈다고 합니다. 저희로서는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광주영화학교 수업 모습

광주영화학교 수업 모습 ⓒ 광주영화영상인연대 제공

 

- 지역영화 지원사업은 폐지가 돼서 예산이 사라졌는데, 그동안 이와 관련해 어떤 사업을 해 왔나요?

"광주영화영상인연대가 영진위에서 받아오는 '지역영화 네트워크 사업'인데, 그동안 꾸준히 받아왔던 겁니다. 영화학교도 만들고 다른 지역과 네트워크 사업도 하고."
 
- 올해는 아예 사업을 못 하게 되는 건가요?

"광주시가 일부 지원을 해주기로 해서 영화학교를 유지를 할 것 같은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안 나왔으나 규모를 줄여야 할 것 같습니다. 입문반 2개하고 심화반 1개를 꾸렸는데 올해는 그냥 딱 한 개 반만 꾸리기로 했습니다. 외부 강사도 오시고 했는데 지금은 이제 강사 수도 확 줄이고, 기간과 강사·교육생의 수도 3분의 1 정도로 축소될 것 같습니다."
     
오태승 대표는 이 대목에서 지역 청년들에게 상당히 미안하다고 말했다.
 
"광주에서는 청소년들이 영화를 배울 수 있는 유일한 창구가 사실 영화학교밖에는 거의 없는 상태예요. 올해 규모가 줄어버리면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고, 받을 수 있는 인원이 줄어들면 신인 감독 감독들이 나와 영화를 만들고 하는 기회가 사라지는 거잖아요.
 
젊은 친구들이 되게 욕구가 많아요. 2년 전까지는 영화학교를 촬영, 조명, 프로듀서, 연출, 시나리오반 등으로 나눠서 끝났는데, 이들이 하나를 만들어가는 과정도 우리는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 지난해부터는 결과물로서 단편 영화를 만들어내게 했어요. 그걸 올해도 하려고 했는데 아예 예산이 없어져 버리니... 저희도 그렇고 기다리던 젊은 친구들도 당황스러워지는 거죠. 지난해 입문반이면 올해 이제 심화반을 들어갈 수 있는 건데, 이제 입구가 좁아진 거고.
 
요즘도 계속 문의가 옵니다. 올해 언제 시작하냐고, 규모가 줄 것 같다고 하면 몇 명 뽑냐고 물어요. 저희가 정확히 말을 못 해요. 지난해 이 정도 운영할 거라 말한 게 있는데, 예산 없어 못 한다고 하기가 미안한 겁니다."

 
지역영화 지원 예산은 청년들에게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부여한 소중한 사업이었는데, 예산 전액 삭감으로 청년들이 꿈을 이룰 기회가 사실상 날아가 버렸다는 것.
 
"영진위가 지역영화 네트워크 사업으로 지원해 준 게 청년들의 활동에 투여가 된 거죠. 이제 좀 더 활발하게 된 거고, 영화학교 규모도 커진 거고... 그런데 이제 올해부터 그게 안 되니까 안 되니까 계획이 전부 어그러진 겁니다."
 
지역 영화인들 재능기부로 광주영화 완성
          
 광주독립영화제 '광주 신진 감독전'에 선정된 단편영화 <첫 출동>. 광주영화학교를 통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광주독립영화제 '광주 신진 감독전'에 선정된 단편영화 <첫 출동>. 광주영화학교를 통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 광주독립영화제 제공

 
- 올해 광주독립영화제 상영작 중에는 광주영화학교에서 제작된 영화가 있나요?

"'광주 신진 감독전'에 2편이 포함돼 있습니다. 아무래도 지금은 영상 세대들이니까 유튜브도 많이 하고 하니 두려움이 없어요. 광주 신작 공모전을 하는데, 그 친구들 작품을 보니 상영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 거예요. 그래야 이 친구들한테는 동기부여가 되는 거고 또 다음 작품도 만들 수 있고..."
 
- 전반적으로 광주 영화 제작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1년에 장편 한 편이 나오기 힘든데, 올해 3편이나 나왔습니다. 광주독립영화제 개막작 <내 이름>은 광주시의 제작지원사업으로 4500만 원을 받았는데, 장편 제작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감독이 고민했어요. 그래서 우리가 '안 만들고 반납하면 안 된다', '어떻게든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어떻게든 도와주겠다'고 했고, 동시녹음 기사 빼고는 스태프와 배우, 촬영장소 등등 모두 광주에서 해결했습니다."
 
- 배우들도 최지원 집행위원장이 운영하는 시민극단 배우들이던데, 광주 영화인들이 재능기부해서 만든 거네요?
 
"그렇죠. 그렇게 해결이 안 되면 제작이 어려웠어요. 스태프들 여럿이 가서 뭐든 하자고 했고, 엄청 많이들 신경 썼어요. 시나리오 자체도 결과물이 좀 잘 나왔습니다."
 
- 올해 광주 영화의 성과가 적지 않아 보입니다.

"광주문화재단의 지원이 큰 힘이 됐습니다. 원래는 광주시의 지원 사업이 있으니 별도 지원을 안 했는데, 올해 단편지원사업을 신설했고, 큰 효과를 봤죠. 대표적으로 이경호 감독 <혼자>가 전주영화제에 초청됐습니다. 이렇게 지원해 주니 서로가 좋은 결과를 얻게 된 것 같습니다."
 
영진위의 지원 사업을 통해 개관한 광주독립영화관은 광주 독립영화 중흥의 중요한 발판 역할을 하고 있다. 극장 관객 감소 속에서 광주독립영화관은 전보다 관객이 늘어나는 중이다. 이를 통해 광주독립영화제와 광주영화학교를 향한 관심도 같이 상승하고 있다.
 
"광주독립영화관이 2018년에 개관했으나 독립영화관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뭐 하는지도 몰랐다가, 이제 관객들이 존재를 알아가면서 관객 수가 조금 더 늘었어요. 광주독립영화제를 하면 그때서야 여기에 독립영화가 있다는 걸 알고, 그중에서 일부가 영화학교로 오는 식이죠."
 
- 예산을 늘리면 광주 영화가 더 늘어나고 발전할 여지가 충분히 있는 거네요?

"물론입니다. 제작지원사업과 광주영화학교가 활발해지면 제작도 당연히 늘어납니다. 올해 시나리오 피칭도 제작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를 선정했습니다. 창작이 중요하니까요."
 
올해 사라진 영진위 지역영화 예산은 12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지역영화 기획개발 및 제작 지원 사업 등으로 지역당 1억 안팎 정도 혜택을 받았던, 가성비가 아주 좋은 지원사업이었던 셈이다. 많지도 않았던 예산에 지역 영화가 위협을 느끼고 있다. 지역 영화인들이 관련 예산 복권을 한목소리로 요구하는 이유다.
 
 13회 광주독립영화제 개막작 <내 이름> 상영 후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 광주 영화인들이 힘을 합쳐 만든 '광주 영화'다.

13회 광주독립영화제 개막작 <내 이름> 상영 후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 광주 영화인들이 힘을 합쳐 만든 '광주 영화'다. ⓒ 광주독립영화제 제공

지역영화 광주독립영화협회 광주독립영화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