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광주독립영화제 상영관인 광주독립영화관 앞에서 매표를 위해 줄 서 있는 관객들

28일 광주독립영화제 상영관인 광주독립영화관 앞에서 매표를 위해 줄 서 있는 관객들 ⓒ 성하훈

 토요일인 29일 광주독립영화제 열리는 광주독립영화관을 찾은 관객들

토요일인 29일 광주독립영화제 열리는 광주독립영화관을 찾은 관객들 ⓒ 광주독립영화제 제공

 
하루 전부터 매진된 폐막작은 광주독립영화제의 흥행을 상징하고 있었다. 매진이나 좌석판매율 90%를 넘긴 상영이 3회 이상에 달했고, 나머지 상영 역시 극장의 절반 이상을 관객들이 채우고 있었다. 개막전 만석을 기대하던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지난 6월 27일 개막한 광주독립영화제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나타내며 30일 4일간의 행사를 마무리했다. 처음 온 관객들은 높은 열기에 뜻밖이라는 반응을 보였고, 지역의 독립영화제를 처음 찾은 영진위 관계자 역시도 극장을 찾는 많은 관객 모습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서울을 비롯해 인천, 대구, 전주, 군산 등에서도 영화인과 관객이 찾을 만큼 지평도 넓어졌다(관련기사 : '광주 똑순이'가 맡은 영화제 "올해는 만석 꿈꿔도 되겠죠?").
 
광주독립영화제는 지난해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며 발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올해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은 당연한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외부 여건 변화로 걱정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정부의 영화제 지원 삭감과 지역영화 지원 폐지다. 사실상 윤석열 정권의 '독립영화 죽이기', '제2의 블랙리스트'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올해 광주독립영화제는 지역 독립영화제 중 유일하게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지원 대상에 선정됐으나, 이 여파로 상영작과 상영 횟수가 20~30% 줄었고,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무료상영을 유료로 전환했다. 개막식과 5.18 영화 상영을 제외하고는 5000원의 관람료를 받았다.
 
부득이한 상황에서 결정된 유료화가 관객 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광주독립영화제는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6월 28일(금요일) 평일임에도 오후 상영이 매진에 다가서는 순간 광주독립영화제 측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였다.
 
'광주영화' 창작 열기 후끈
 
 13회 광주독립영화제 5.18 영화를 소개하는 5월이야기 섹션 <1980, 로숑과 쇼벨>, <디-데이, 프라이데이>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13회 광주독립영화제 5.18 영화를 소개하는 5월이야기 섹션 <1980, 로숑과 쇼벨>, <디-데이, 프라이데이>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 성하훈

 광주 제작 영화를 소개하는 '메이드 인 광주' 섹션 상영작 관객과의 대화 모습

광주 제작 영화를 소개하는 '메이드 인 광주' 섹션 상영작 관객과의 대화 모습 ⓒ 성하훈

 
올해 광주독립영화제 흥행에서 도드라진 것은 '광주영화'였다. 개막작과 폐막작이 모두 광주에서 제작된 장편 영화였다. 개막식과 개막작 상영은 예년보다 늘어난 관객으로 북적였고, 마지막 5.18 수배자 윤한봉 선생을 소재로 한 폐막작 <진달래꽃을 좋아합니다>는 상영 하루 전부터 매진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한정된 좌석에 그 이상의 관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돼 통로에 보조 의자 설치를 고민할 정도였다. 지역영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광주영화'에 대한 관객의 집중도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5.18 영화는 광주독립영화제의 상징과도 같다. 한 해 광주뿐만 아닌 다른 지역에서 제작된 5.18 영화를 선보였는데, 민중항쟁의 도시로서 5.18 광주의 정체성을 영화제가 계승하고 있는 것이다. KBS 광주가 제작해 지역에서 상영된 다큐멘터리 < 1980, 로숑과 쇼벨 >은 1980년 광주를 취재했던 외신기자들에 대한 이야기로 미공개된 5.18 사진들을 공개한 영화였다. 연출을 맡은 김무성, 김재형 감독은 GV(관객과의 대화)에서 TV상영과는 다르게 관객들의 직접적인 반응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광주독립영화협회 오태승 대표는 "대부분의 상영작이 우리 지역 작품으로 채워진 게 뿌듯했다"라고 말했다. 최지원 집행위원장도 "지역 영화인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체 상영작 중 광주 영화가 70% 이상을 차지할 만큼 광주의 창작 열기는 눈에 띌 정도였다.

대학에 영화전공 학과가 없어 창작 기반이 약한 현실에서 이뤄낸 기적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지역 영화인들의 노력도 컸다. 개막작인 송원재 감독의 <내 이름>이 대표적이었다. 기초생활 수급자가 어려운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친구의 이름을 빌려 일을 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을 담았다. 광주독립영화제에 따르면 광주광역시의 제작 지원으로 받은 4천 500만 원으로 완성한 영화였다. 
 
배우 캐스팅비도 안 되는 예산이다 보니 모든 것을 지역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광주지역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이 주·조연으로 열연했다는 것도 특별하다. 이는 최지원 집행위원장이 이끄는 시민극단 원테이크 단원들이 참여하면서 문제가 해결됐다.
 
'영화인의 밤' 행사 때 여러 배우가 감독들을 찾아다니며 프로필을 돌리는 모습은 다소 이색적이었다. 지역 영화에 대한 갈망을 엿볼 수 있는 풍경으로, 지역 독립영화제의 역할을 보여주고 있었다.
 
지역영화 성장의 바탕은 영진위 지원사업
 
 영진위 지역영화 지원사업을 통해 영화를 공부한 청년들이 제작한 단편영화 <첫 출동>

영진위 지역영화 지원사업을 통해 영화를 공부한 청년들이 제작한 단편영화 <첫 출동> ⓒ 광주독립영화제 제공

 
사실 '광주영화'의 약진에는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의 지역영화 지원사업을 바탕으로 한다. 오태승 대표는 "2~3년 전부터 지역에서 만들어진 단편들이 굉장히 많이 나오고 있다"며 "영진위가 지역영화 네트워크 사업을 지원해 왔는데, (그것이) 청년들의 창작 활동에 투입되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말했다. 
 
올해 광주독립영화제는 신진 감독전을 새로 마련했다. 영진위 지원사업을 통해 배우고 성장한 젊은 창작자들의 역량이 달랐기 때문. 영화제에 내놔도 손색없을 작품을 고른 신작전은 새로운 감독의 출현으로 주목받았다. 
 
영진위의 지원사업은 그간 광주뿐만 아닌 지역영화 발전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 최근 지역영화가 관심을 받고 지역독립영화제들이 주목받는데 적지 않게 기여한 것도 영진위의 좋은 정책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래 공들였던 지역영화 지원사업 예산이 아예 사라지면서 광주지역 영화인들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하나둘 싹을 틔우는 시점에서 자양분 공급을 끊어 고사시키려는 것과 다름없는 이중적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올해 광주독립영화제는 지역영화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의 필요성과 중요함을 다시 한번 확인한 시간이었다. 
광주독립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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