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감독

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감독 ⓒ 연합뉴스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31·토트넘 홋스퍼)의 아버지로 유명한 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감독이 아동 학대 혐의로 피소당했다(관련 기사: 손흥민 부친 손웅정 아동학대 피소 "수사 적극협조" https://omn.kr/2973x). 부친의 아카데미에서 일하는 손흥민의 형 손흥윤 수석코치 등도 연루됐다.

자세한 폭행 상황은 피해 아동과 손 감독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지만, 훈련 과정에서 손 감독이 욕설을 한 것, 그리고 코치진이 체벌한 점은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이다. 사건을 수사한 강원경찰청은 손 감독 등 3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아동을 상대로 한 폭력은 분명한 아동복지법 위반이다. 지난 6월 27일 YTN 뉴스에 출연한 박성배 변호사는 '손 감독 등의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손 감독은 피소 사실이 보도된 6월 26일 서울국제도서전에 예정대로 참석해 작가 사인회를 열기도 했다. 그는 언론에 공개한 입장문을 통해 "마음의 상처를 받은 아이와 그 가족분들께 깊은 사과의 뜻을 전하고, 이런 논란을 일으키게 된 점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송구스럽다"고 했는데, 자숙의 기간은 따로 가지지 않은 모습이다.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피해 아동과 부모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도 보인다. '손 감독 지도 스타일에 따르지 않으려면 자식을 왜 맡겼냐', '강인한 선수로 육성하려는 열정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등의 내용이다. 이같은 의견의 공통된 전제는 손흥민처럼 인성과 실력이 모두 뛰어난 축구선수가 되려면 체벌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아닐까. 실제로 손 감독은 아들인 손흥민 선수도 "많이 팼었다"고 이야기했다. 2021년 발간한 자서전인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에도 "체벌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라고 적었다.
 
하지만 체벌은 어떤 경우에도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 현대 문명사회의 논리다. 그것이 옳지도 않을뿐더러, 효과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맞아야 사람 된다', '맞아야 말을 듣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정은경 영산대 경찰행정학과 조교수가 분석한 대검찰청 2008년도 '범죄백서'를 보면, 학교에서 체벌이 사라지기 시작한 2000년대 학교를 다닌 사람들의 범죄율보다 체벌이 횡횡하던 베이비붐 세대에 태어난 사람들의 범죄율이 더 높다. 
 
범죄자를 다루는 교도소에서조차 엄벌주의가 재범률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지 않음을 깨닫고 기존의 기조를 바꾸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의 높은 재범률에 비해 노르웨이 등 인권 친화적 교도소의 재범률이 현저히 낮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관련 기사: 소년원 방을 '헬로키티'로 꾸미자 벌어진 일 https://omn.kr/1u4pb).

이에 오바마 전 대통령은 교정 개혁에 큰 관심을 표했고, 뒤를 이은 트럼프 전 대통령도 수감자 처우를 개선하고 수감자들에게 교육‧직업훈련‧자기계발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퍼스트 스텝' 정책을 추진했다. 
 
더 이상 사랑의 매는 없다
 
우리 사회에서 체벌을 비롯한 폭력을 퇴출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폭력이 폭력을 낳아서다. 2017년 최은희 충북연구원 연구위원이 청소년들의 사례를 분석해 발표한 '학교 밖 청소년의 가정폭력 피해와 또래 폭력 가해와의 관계' 보고서에 따르면, 가정폭력에 노출되면 공격성이 강해지고 또래 폭력 가해 가능성을 높인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폭력에 얽힌 수많은 사건이 떠오른다. 전 국민에게 충격을 준 양천구 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일명 정인이 사건) 등 가정폭력, 수많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평생의 상처를 남기는 학교폭력, 최근 연이어서 다시 발생하고 있는 군대폭력까지. 사회가 폭력을 '이런 때엔 괜찮아'라고 용인한다면, 사각지대를 인정하기 시작한다면, 안일한 방심이 위와 같은 끔찍한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 또한 그 대상은 나와 내 가족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불만을 표하려면 왜 아카데미에 들어왔냐는 비난도 쏟아진다. 그러나 짧은 치마를 입었다고 성폭력을 당해도 되는 것이 아니듯, 축구학원에 갔다고 체벌을 당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체벌 등이 정말 축구 실력에 도움이 된다면 강한 군기 문화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 순대로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는 것은 우리 모두 아는 사실이다. 박지성 전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과 그의 아버지 박성종씨도 그들의 자서전에서 체육계의 구타 관습을 비판하며 "맞지 않고 축구를 배웠다면 지금보다 훨씬 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감독 측은 훈련에 참여한 유소년 선수들도 동의했다고 밝혔지만, 그 상황에서 '나는 맞기 싫다'고 말할 수 있는 학생이 과연 누가 있을까. 손 감독은 성인 감독이고, 학생들은 미성년 선수다. '위력'이 작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사랑이 전제되지 않은 언행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그의 말을 사실로 받아들이더라도 욕설과 폭행은 잘못이다. 이제 더 이상 사랑의 매는 없다.
 
"시대의 변화와 법에서 정하는 기준을 캐치하지 못하고 제 방식대로만 아이들을 지도한 점 반성하겠다"는 손 감독의 마음이 부디 진심이었으면 좋겠다. 잘못에 대해선 책임지고, 앞으로는 그 반성에 따라 지도법을 바꾸어 주기를 희망한다. 그렇게 손흥민이라는 세계적 축구선수를 키운 손 감독의 경험이 새로운 시대에서도 계속 빛날 수 있기를 바란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손웅정 아동학대 체벌 SON축구아카데미 손흥민
댓글2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학에서 언론정보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교육언론[창]에서도 기사를 씁니다. 제보/취재요청 813arsene@naver.c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