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30일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열린 출입 기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자료사진) ⓒ 연합뉴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이 관련 예산 삭감으로 큰 타격을 입고 있는 독립영화인과 지역 영화인들을 만났다.

한국독립영화협회(아래 한독협)에 따르면, 해당 영화인들은 지난 21일 유 장관을 비롯해 관계부처 직원들과 약 2시간가량 비공식 간담회를 진행했다.
 
장관이 취임 2년 차에 독립영화인과 지역 영화인들을 만난 건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한국영화산업 침체 일로에서 특히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화계의 고충을 파악해보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백재호 한독협 이사장은 SNS를 통해 간담회 사실을 알리며 "독립영화인과 문체부의 인식 차이를 확인하고, 그 간극을 좁혀가는 시간이었다"고 전한 바 있다.
 
유 장관이 먼저 제안... 영화인들, 예산 원상회복 등 요구

이번 만남은 유인촌 장관이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말 문체부 담당 공무원과 몇몇 영화인의 회동 후, 독립영화계 상황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인지한 유 장관이 실태 파악 차원에서 업계 당사자들을 만나고 싶다고 해 성사된 자리였다는 후문이다.
 
간담회엔 백재호 한독협 이사장, 권현준 대구영상미디어센터장, 김진유 정동진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찬실이는 복도 많지> 김초희 감독, <우리들> 윤가은 감독, 박영완 전북독립영화협회 이사장 등 6명이 참석했다. 문체부에선 국장 및 보좌관, 영화진흥위원회(아래 영진위)에선 본부장급 이상 실무진 등 10여 명이 동석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영화계 인사들은 문체부의 관련 예산 삭감에 대한 직접적 피해와 현장의 우려를 전달하며 기존 정책의 회복과 보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재호 이사장은 "독립영화 및 지역 영상 문화 정책 현실에 대해 할 이야기가 많았지만 시급한 건 큰 변화가 있었던 지역 영상 문화 예산, 영화제 예산을 원상복구 시키는 것"이라며 "당사자들이 직접 얘기해야 유의미한 변화가 있을 듯해 참석자를 수소문했고, 가능한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 제시했다"고 말했다.
 
영화인들이 요구한 건 크게 ▲ 올해 예산안에서 전액 삭감된 지역 영화문화 활성화 지원사업 복원 ▲ 절반으로 삭감된 영화제 지원 예산 회복 ▲ 제작과 배급 유통 지원에서 일부 불합리한 내용 수정 등이다. 영진위 2024년 예산안을 살펴보면, 2023년 지역 영화문화 활성화 지원사업 8억 원, 지역영화 기획개발 및 제작지원 사업 4억 원 전액이 사라졌다. 영화제 지원 예산도 52억 원에서 24억 원으로 삭감됐다. 또한 독립영화 제작 배급 지원 유통사업에 자부담을 필수 사항으로 명시했고, 결산 또한 당해연도에 마치는 등 일부 요건을 수정했다.
 
이를 두고 영화인 사이에서는 문체부와 영진위가 영화계 현실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정부 방침만을 고수한 탁상 행정을 펼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국영화의 요람이자 보루와도 같은 영화제 지원을 줄이고 지역 영화 지원 사업을 폐지한 것은 영비법에도 명시된 영상문화의 다양성과 공공성 증진, 지역영상문화 증진 등 관련 조항에 어긋난다는 것. 결과적으로 한국영화의 다양성과 성장 동력을 해친다는 우려다.

백재호 이사장은 "정부 방침으로 지자체가 전담하게 하거나 영화제 예산이 줄어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쳐도 지원 대상을 10개로 줄이는 건 문제고, 국내영화제와 국제영화제가 서로 지향하는 바가 다른데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는 게 문제"라며 "제작 등 지원 제도도 올 6월에 대상자를 발표해놓고 11월에 정산하라는 등 행정 편의주의적 수정 등을 문제 삼았다"고 말했다.
 
 폐막식 레드카펫에 선 (왼쪽부터)박영완 전북독립영화협회 이사장,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지난 5월 진행된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식 레드카펫에서 피켓을 들고 정부의 영화 관련 예산 삭감을 비판했던 박영완 전북독립영화협회 이사장(왼쪽),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오른쪽) ⓒ 전주영화제 제공

 
"문체부 측, 비교적 열린 자세" "진정성 느꼈다"
 
이밖에 이날 간담회에서 영화인들은 지역 영화와 영화제의 중요성과 운영 현실을 설명하면서 관계 당국의 적극 협조를 요청했다. 백 이사장은 "국제영화제를 두고 장관은 상업영화 중심의 행사로 오해하고 있더라"며 "장관은 이미 정해진 예산을 늘릴 수는 없고 지자체를 잘 설득하겠다는 입장이었는데 영화제 평가 기준이나 제작, 배급 지원 제도는 검토 후 즉각 수정 및 내용 재검토를 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고가 투입되지 않아 지자체가 지원을 안 하는 경우가 있다는 사례들도 전달했다"며 "그래서 장관이 협력하고 설득할 수 있는 건 해보겠다는 건데, 우리 영화인들 또한 주시하면서 국회의원이나 기획재정부를 압박하겠다"고 덧붙였다.
 
영화인들은 간담회에서 유 장관이 비교적 열린 자세로 의견을 수용하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권현준 센터장은 "실무자들이 다 나온 걸 보고 이 사안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느꼈다"라며 "보수 정권 쪽이라 걱정은 했는데 대화가 아예 안 될 정도의 인식은 아니었다. 여러 의견을 듣고 검토해보겠다고도 했고 이후 만남도 약속했으니 진정성이나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고 평했다.

백 이사장은 "장관과 문체부, 영진위 직원은 독립영화인들과 같이 모인 게 처음이고 시작이 절반이니 자주 소통하자고 했다. 이후 검토하거나 수정된 내용을 가지고 모임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영진위 쪽에서 예산 부족을 호소했는데 유 장관이 오히려 '영화인들에게 서비스하는 기관이 자기 직원들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거냐'며 바꿔볼 수 있는 건 바꾸자고 하더라"며 "독립영화제에도 장관이 직접 참석하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백 이사장은 "좌우를 따지지 않더라도 문화계가 힘든 건 모두가 인정하는 현실이니, 우린 우리대로 정책을 개발하고 적극 제안하면서 실무적으로 만나는 자리를 이어가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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