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걸그룹 핑클이 활동을 중단한 후 막내 성유리는 국군홍보 드라마 <막상막하>에서 여군장교 이강현 소위를 연기했다. 하지만 가수활동을 끝내자마자 곧바로 연기자로 변신한 성유리는 부정확한 발음과 군생활을 전혀 해보지 않은 게 티가 나는 어색한 말투 등을 지적 받으면서 시청자들에게 혹평을 받았다. 사실 연기자가 되기 위한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곧바로 드라마의 주연을 맡았기 때문에 연기가 어색한 것은 당연했다.

성유리뿐 아니라 1세대 또는 1.5세대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은 대부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그래도 최근에는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춤과 노래뿐 아니라 연기 트레이닝을 함께 받으면서 연기의 기본을 배우고 배우로 데뷔하는 경우가 많지만 당시만 해도 전혀 훈련이 되지 않은 상태로 실전에 투입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물론 <궁>의 윤은혜나 <내 이름은 김삼순>의 정려원처럼 데뷔 초부터 자신의 이미지와 딱 맞는 캐릭터를 만나는 이들도 있었다).

평범했던 시청률과 별개로 10~20대의 젊은 시청자들로부터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던 tvN 월화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가 지난 5월28일 종영했다. 오는 3일부터는 지난 2018년 OCN에서 인기리에 방송됐던 액션 사기극 <플레이어>의 두 번째 시즌이 tvN으로 채널을 옮겨 방송한다. 그리고 <플레이어2: 꾼들의 전쟁>에는 하차한 정수정 대신 걸그룹 프로미스나인 출신의 연기자 장규리가 차아령의 동생 차제이를 연기할 예정이다.

배우활동 전념 위해 걸그룹 탈퇴
 
 장규리는 프로미스나인 활동 당시 <사이코지만 괜찮아>에 출연하며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장규리는 프로미스나인 활동 당시 <사이코지만 괜찮아>에 출연하며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 tvN 화면 캡처

 
고교 시절 미국 유학을 떠났다가 2015년 서울예술대학 공연학부에 입학해 연기를 전공한 장규리는 지난 2017년 M.net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아이돌학교>에 참가했다. 장규리는 <아이돌학교> 참가 당시 2000년대 인터넷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던 귀여운 강아지 개죽이를 쏙 닮은 외모와 육군대령이었던 직업군인 아버지를 둔 참가자로 화제가 됐고 최종순위 9위에 오르면서  데뷔그룹 프로미스나인의 멤버가 됐다.

장규리는 프로미스나인 멤버로 활동하던 2018년, 갑자기 <프로듀스101>의 세 번째 시즌 <프로듀스 48>에 참가했다. 다른 멤버들에 비해 연습생 기간이 부족했던 만큼 서바이벌 프로그램 출전을 통해 경험을 쌓으면서 가능성을 확인해 보라는 취지였다. 장규리는 이미 데뷔를 했던 가수였던 만큼 방영 초반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회차가 거듭될수록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최종순위 25위를 기록했다.

<프로듀스48> 종영 후 다시 프로미스나인에 합류한 장규리는 팀의 리드보컬로 꾸준한 활동을 이어갔고 2019년에는 웹드라마 <필수연애교양>에 출연하면서 배우로 데뷔했다(<필수연애교양>에는 현재 솔로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이달의 소녀 출신의 츄도 함께 출연했다). 장규리는 황정민과 류승룡,정재영,신하균 등 명배우들을 배출한 서울예대 출신답게 안정된 연기로 또 한 명의 걸그룹 '연기돌'로 자리 잡았다.

장규리의 소속그룹 프로미스나인 역시 2021년 <Talk&Talk>으로 3년 만에 음악방송 첫 1위를 차지했고 2022년 초에도 <DM>으로 음악방송 2관왕에 오르며 전성기를 달렸다. 하지만 장규리는 2020년 케이블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괜찮은 (정신)병원의 3년 차 간호사 선별 역을 맡으며 배우로서 입지를 넓혔다. 결국 장규리는 프로미스나인이 <Stay This Way>로 첫 지상파 1위에 오른 2022년 7월 팀을 탈퇴했다.

장규리가 프로미스나인에서 탈퇴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그녀가 첫 지상파 드라마인 SBS 드라마 <치얼업>에서 준주연으로 캐스팅됐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데뷔 첫 지상파 드라마인데다가 이전 작품들에 비해 비중도 더욱 커진 만큼 캐릭터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가수활동과 병행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프로미스나인의 '연기돌'이었던 장규리는 연기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전업 연기자가 됐다.

'하차' 정수정 공백 메울 수 있을까
 
 장규리는 첫 지상파 드라마 <치얼업>에서 터프한 응원단 부단장 역으로 걸크러시 매력을 뽐냈다.

장규리는 첫 지상파 드라마 <치얼업>에서 터프한 응원단 부단장 역으로 걸크러시 매력을 뽐냈다. ⓒ SBS 화면 캡처

 
장규리의 첫 지상파 드라마 <치얼업>은 2022년10월에 첫 방송됐다. 한지현과 배인혁,이은샘,이민재 등 젊은 배우들이 주축이 된 <치얼업>에서 장규리는 연희대 응원단 부단장 태초희를 연기했다. <치얼업>은 드라마 화제성 순위와 OTT 시청률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기록했지만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화요일은 밤이 좋아> 등 동시간대의 교양 및 예능프로그램에 밀려 2~3%의 낮은 시청률에 머무르며 아쉬움을 남겼다.

<치얼업> 이후 작년 한해 동안 활동이 뜸했던 장규리는 올해 SBS 드라마 <재벌X형사>에서 김신비가 연기한 최경진 형사의 여자친구 역으로 특별출연했다(두 사람은 <치얼업>에서도 선후배에서 커플로 발전했다). 이어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피라미드 게임>에서는 드라마의 엔딩을 장식하는 미료 여자 고등학교로 전학 온 미료그룹의 후계자인 쌍둥이 자매 역할로 출연하며 피라미드 게임이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암시했다.

그렇게 올해 들어 다시 활동에 박차를 가한 장규리는 오는 3일 첫 방송되는 tvN 새 월화드라마 <플레이어2: 꾼들의 전쟁>에서 꾼들의 새로운 드라이버 차제이를 연기한다. 공교롭게도 선배 걸그룹 f(x) 출신의 정수정이 연기했던 차아령의 숨겨진 동생 역할이다. 차제이는 겉으로는 차갑고 틱틱거리지만 누구보다 따뜻하고 여린 심성을 가진 인물로 제프리를 처단하기 위해 복수의 칼날을 갈고 플레이어에 합류한다.

<플레이어2: 꾼들의 전쟁>에는 차아령 역의 정수정만 하차했을 뿐 주인공이자 팀의 리더 강하리역의 송승헌을 비롯해 압도적인 피지컬에 기술까지 겸비한 '플레이어의 마동석' 도진웅 역의 태원석,천재해커 임병민 역의 이시언까지 전편의 배우들이 대거 빠짐없이 출연한다. 여기에 오연서가 묘령의 의뢰인 정수민을 연기하고 <스토브리그>와 <펜트하우스>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하도권이 FM을 추구하는 곽도수 검사를 연기할 예정이다.

사실 방영당시 OCN 드라마 역대 최고시청률 기록을 세웠던 <보이스2> 정도를 제외하면 시즌1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나쁜 녀석들>이나 <경이로운 소문>도 시즌2에서는 좋은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따라서 <플레이어2: 꾼들의 전쟁> 역시 첫 방송을 앞두고 시청자들의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 합류하는 '젊은 피' 장규리가 드라마에 활기를 넣어 준다면 시즌1의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장규리는 <플레이어2: 꾼들의 전쟁>에서 팀의 새로운 드라이버 차제이를 연기한다.

장규리는 <플레이어2: 꾼들의 전쟁>에서 팀의 새로운 드라이버 차제이를 연기한다. ⓒ <플레이어2: 꾼들의 전쟁> 홈페이지

 
장규리 플레이어2 차제이 프로미스나인 송승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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