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탐사보도팀 'BBC Eye'가 제작한 새 다큐멘터리 '버닝썬-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하다'

BBC 탐사보도팀 'BBC Eye'가 제작한 새 다큐멘터리 '버닝썬-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하다' ⓒ BBC 유튜브 갈무리

 
5년 전 한국 연예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K팝 스타들의 성 추문 사건, 일명 '버닝썬 게이트' 다큐멘터리가 19일 유튜브에 공개됐습니다. 

BBC 탐사보도팀 'BBC Eye'가 제작한 '버닝썬: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하다'에는 사건을 보도한 박효실, 강윤경 기자의 취재 과정과 함께 비밀 대화방에 올라온 메시지와 동영상들이 적나라하게 공개돼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살아 있는 여잘 보내줘"... 추악하고 끔찍한 비밀 대화방 
 
 비밀 대화방에 나온 대화 내용

비밀 대화방에 나온 대화 내용 ⓒ BBC 유튜브 갈무리

 
강윤경 SBS 기자가 제보받은 카카오톡 채팅은 정준영씨가 2015년부터 2016년에 걸쳐서 나눴던 내용입니다. 채팅방에는 정씨가 여성에게 술을 권하고 성추행하는 장면이 영상으로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또한 승리가 여자에게 소리를 지르며 때리려고 하거나 강제로 끌고 나가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단톡방에는 정씨와 친구들이 벌인 성범죄 모의도 있었습니다. 특히 "살아 있는 여잘 보내줘"라는 말은 그동안 이들이 의식을 잃은 여성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음을 암시합니다. 단톡방에는 피해자 모르게 촬영된 성관계 영상도 올라와 있었습니다. 

실제로 버닝썬에 근무했던 직원들은 "버닝썬에서 XX을 먹고 정신이 나간 여자들을 거의 매일 봤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다큐에서 공개된 CCTV 화면에선 한 여성이 머리채를 잡혀 끌려가면서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이 나왔지만, 직원들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다큐는 가드가 문을 막고 서 있던 VIP룸에서 불법 촬영이 이루어졌고, 영상은 온라인을 통해 유포됐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의 부실 수사는 유착관계 때문?
 
 피해자 고소 취하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준영씨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피해자 고소 취하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준영씨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 BBC 유튜브 갈무리

 
다큐는 버닝썬 게이트 관련 경찰의 부실 수사도 중점적으로 다룹니다. 2016년 '경미'(가명)라는 여성은 정씨가 성관계 영상을 유포할 것을 두려워해 그를 고소합니다. 그런데 경찰은 정씨가 핵심 증거인 휴대폰을 사설 포렌식 업체에 맡겼다고 하자 직접 조사하는 대신 보고서를 요청합니다. 정씨의 변호사는 포렌식 업체에 전화를 걸어 "경찰은 별거 아닌 고소 사건이라 차라리 복원 불가를 원한다"고 말합니다.

경미씨는 증거가 없으면 무고죄로 더 크게 처벌받을 수 있다는 변호사의 말에 고소를 취하하고, 정씨는 이틀 뒤에 기자회견에서 "둘 사이의 장난이었다. 나만 떳떳하면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라는 말을 하고 빠져나갑니다. 

경찰이 직접 포렌식을 하지 않아 고소취하됐던 사건의 핵심 증거는 누군가에 의해 제보됐고, 파일에는 정씨와 그 친구들의 범죄 사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버닝썬 게이트를 취재한 기자들은 정씨 사건 이외에도 FT아일랜드 출신 가수 최종훈씨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됐지만 무혐의로 풀려나거나 버닝썬 클럽 관계자들이 경찰에게 현금을 건네는 사례 등을 언급하며 경찰과의 유착관계를 의심합니다. 강경윤 기자는 "이들 주변에 굉장히 힘 있는 경찰이 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버닝썬 고객이 클럽 직원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CCTV 영상

버닝썬 고객이 클럽 직원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CCTV 영상 ⓒ BBC 유튜브 갈무리

 
다큐는 "승리가 경찰과 투자자의 인맥을 이용해 고수익을 내는 강남 클럽 사업의 주요 인사가 됐다"며 "'경찰총장'이라 불리는 사람이 그들의 사업을 보호해주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2019년 버닝썬을 찾은 한 고객이 클럽 직원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CCTV 영상에 담겼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때린 직원이 아니라 오히려 맞은 고객을 체포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승리는 경찰 조사를 받고 버닝썬은 문을 닫습니다. 경찰총장으로 불리던 윤아무개 총경은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1심 판결에서 무죄를 받고 풀려납니다. 

폭로한 여성들... 젠더 이슈가 아닌 '범죄' 
 
 강경윤 기자에게 비밀 대화방 속 경찰총장의 존재를 확인시켜 준 가수 구하라씨

강경윤 기자에게 비밀 대화방 속 경찰총장의 존재를 확인시켜 준 가수 구하라씨 ⓒ BBC 유튜브 갈무리

 
'BBC뉴스 코리아'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버닝썬 다큐에는 '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한 여성들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려있습니다. 다큐에는 성범죄 피해자와 가수 구하라씨, 박효실 <스포츠서울> 기자와 강경윤 SBS 기자가 등장합니다. 

박 기자와 강 기자가 주요 인물이지만, 이들 못지않게 가수 구하라씨도 경찰과의 유착 관계 의혹을 사실로 확인시켜 준 결정적인 제보자였습니다.

강 기자는 구하라씨를 가리켜 "구씨는 도움을 요청하자 최종훈에게 전화를 걸어 그 부분(경찰 유착관계)을 대신 물어봤다"면서 "본인도 리벤지 포르노 피해자였지만 굉장히 용기 있는 여성"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 구하라씨는 2019년 11월 24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버닝썬 게이트 성범죄 피해자는 "가해자가 평생 죄책감을 느끼며 살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버닝썬 게이트 성범죄 피해자는 "가해자가 평생 죄책감을 느끼며 살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BBC 유튜브 갈무리

 
다큐 '버닝썬: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하다'는 불법 촬영물-성범죄가 젠더 이슈로 바뀌면서 본질이 흐려졌다고 지적합니다. 

박효실 기자는 2016년 정준영 몰카 촬영 의혹을 보도한 후 피해 여성이 고소를 취하하자 온갖 악성 댓글과 비난 문자와 전화를 받았습니다. 박 기자는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두 차례의 유산을 겪기도 했습니다. 

강경윤 기자는 "보도 이후 이름 앞에 '좌파 페미' 등의 별명이 자연스럽게 붙었다"면서 "사건 이후 3년 동안 계속 괴롭혔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성범죄 피해자는 "가해자가 평생 죄책감을 느끼며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최종훈은 징역 2년 6개월을 승리는 징역 1년 6개월을 최종 선고받았습니다. 그리고 정준영은 2024년 3월 19일 만기 출소했습니다.  

BBC 월드 서비스는 탐사보도팀 'BBC Eye'가 제작한 새 다큐멘터리 '버닝썬: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하다'가 오는 6월부터 BBC 뉴스 TV 채널에서 시리즈로 방영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덧붙이는 글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버닝썬 정준영 승리 BBC다큐멘터리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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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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