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부산 세계 탁구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중국의 왕추친을 누르며 승리하는 기적을 거둔 장우진 선수.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조직위 제공
특히 이번 대회가 한국 탁구에 긍정적인 분기점이 된 이유는 홈, 부산에서 펼쳐졌기 때문이다. 선수들 개개인과 대표팀이 한국 관중들의 응원으로부터 힘을 받기도 했고, 스포츠 팬들 역시 홈에서 펼쳐져 지상파 방송으로 생중계된 경기였던 덕분에 많은 관심을 보내고 선수들의 성과를 축하할 수 있었다.
남자 대표팀 주세혁 감독은 대회 종료 후 "한국이 희한하게 한국 홈경기에서는 정말로 잘했다. 서울·부산 아시안게임, 서울 올림픽 때도 성적이 좋았다"라며, "많은 관심도 보여주시고 기도 살려주신 데다 응원도 많이 해 주시는, 단합이 잘 되다 보니까 이렇게 좋은 경기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요한 점도 있다. 이번 대회 한국이 중국을 상대로 출전국 중 유일하게 좋은 성적을 거둔 데에는 단순히 선수들의 투혼만이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상대 선수의 약점과 효율적인 공격 방법 등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선수와 코치진 모두가 입을 모아 이야기한 부분도 '분석'이었다.
주세혁 감독은 "선수들이 경험이 많은 덕분에 지시나 작전에 변화를 줬을 때 잘 따라와주고 실행해 주었던 것이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던 변화 요인이었다"라고 설명하는가 하면, 장우진 선수 역시 "왕추친 선수를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는지 연구를 많이 했다"며 톺아봤다.
선수들의 투혼과 정신력이 중요하지만,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로 하여금 승리를 따낼 수 있는 정확한 전략이었다. 남자 탁구 대표팀은 중국과의 경기 내내 파악한 상대의 경기력 면에서의 약점, 멘탈 면에서의 단점을 내내 건드리며 승리를 따냈다. 명확한 전력 분석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결과였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았다. 딱 '한끗 차이' 패배를 거둔 요인에 대해 주세혁 감독이 "마지막에 상대를 더욱 긴장시키고 몰아붙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렇지 못했다"라고 했듯, 막판으로 갈수록 중국의 강점이 부각되었다는 점이 패인이었다.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도 "20년 동안 세계 누구도 중국을 상대로 이렇게 좋은 경기를 한 적이 없었다"며, "이렇게 우리 선수들이 잘하는데도 힘들이지 않는 중국을 보면서 소름이 돋았지만, 빈틈은 보이더라. 감독과 코칭스태프와의 미팅을 통해서 어떻게 빈틈을 파고들어야 하는지 깊이 논의해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 [결산 ②] 흥행도, 실리도 잡았다... 부산 탁구 세계선수권이 남긴 것☞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