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장르영화의 황무지인 한국영화계에 장재현 감독은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다. 서양 엑소시즘을 한국에 복각해 놓은 <검은 사제들>에서 시작된 그의 영화세계는 사이비 종교를 탐색하다 믿음에 관한 탄식을 남긴 <사바하>까지 이어졌다. 황무지를 외로이 개간하고 있는 장재현 감독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한국 사람들에게 익숙한 무당, 풍수지리를 살피며 땅을 파는 지관까지 자신의 영화세계에 데려와 <파묘>를 만들었다.
<파묘>는 그의 작품 중 가장 한국적인 오브제들이 대량으로 배치된 작품이다. 무당과 씻김굿, 조상의 묫자리를 점지해 주는 지관은 한국문화권에서는 그리 낯선 존재가 아니다. 비단 소재뿐만 아니라 캐릭터 간 관계와 설정들도 한국적이다. 소위 MZ스러운 무당들과 이전 세대 지관-장의사 간 직업의식 차이, 그럼에도 결국 사람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일을 하려는 직업윤리, 가늠할 수 없는 부를 지닌 재벌가 집안의 실체까지.
한국 사람들에게는 이미 미디어에서 여러 번 재생산을 통해 목격한, 꽤나 일상적인 장면이다. 6장으로 구성된 영화는 3장까지 이르러 가장 한국적인 엑소시즘을 선보이며 장르 영화의 쾌감을 십분 발휘하는데 성공해낸다.
영화가 말하는 단점과 한계, 그럼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