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용 한국예술영화관협회장 "예술영화관은 공공의 영역에서 반드시 지원되어야 합니다."
권지현
김형탁 : 우리나라는 영화관이라고 하면 멀티플렉스밖에 떠오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다른 나라도 그런지 궁금한데, 혹시 해외 사례 가운데 우리가 조금 벤치마킹하면 좋겠다 하는 곳이 있을까요?
주희 : 막연하게 해외 극장들이 다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런 부분은 부럽다 싶은 곳을 꼽으라면 프랑스와 일본의 경우인데요, 프랑스는 우선 예술영화와 예술영화관에 대한 지원책이 아주 잘 되어 있는 나라거든요. 모든 시민이 예술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공적인 부분에서 지원합니다. 학생들에게는 카드 같은 것을 발급해서 예술영화관 관람비의 일정 부분을 지원해주거든요. 공짜다, 싸다는 개념이 아니라 나라가 문화생활을 지원해준다고 의식하는 거죠. 우리나라도 지원책이 있지만, 정권과 상황에 따라 정책이 자주 바뀐다는 아쉬운 점이 있어요. 문화 지원책의 결과는 단기간에 나오는 게 아니거든요. 일관성 있게 꾸준히 끌고 나가다 보면 5년, 10년 뒤에 성과가 나오는데, 그 기간을 기다려주지 않는 거죠.
그리고 일본 같은 경우는 지원책보다는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영화관에 가는 문화를 만들어 가더라고요. 일본에는 작은 마을에도 영화관이 있는데, 정말 특이한 영화관이 많아요. 아흔이 넘은 할머니가 앉아서 표를 받는 극장도 있고 딱 한 명이 운영하는 극장도 있고 아빠, 엄마, 아들이 극장에 살면서 살림과 운영을 같이 하는 곳도 있어요. 우린 사실 그러고 싶어도 못 하거든요. 현실적으로...
최낙용 : 영화관이라는 것이 만들기가 굉장히 까다로워서 그렇습니다. 법제도 측면에서 영화관을 설립하기가 참 어려워요. 연극 공연하는 소극장은 마음먹으면 쉽게 만들 수 있지만, 그게 극장이 되면 소방법부터 적용받는 것들이 너무 많아지죠. 그러니까 멀티플렉스에 적용되는 법이 작은 극장에도 그대로 적용되다 보니까, 개인이 하기에는 어려운 거죠.
사실 은퇴 후에 작은 극장을 만들어서 주민과 공유하고 싶다는 분들이 꽤 계세요. 그런 문의가 저희 협회로도 많이 오거든요. 의자 가져다 놓고 함께 보면 되지 않나 싶지만 막상 하려고 하면 소방법이라는 벽부터 부딪히니까 좌절하는 거죠. 그러니까 예술영화관 설립에 대한 특별법 같은 걸 만들어서 법은 적용하되 최소한 관객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정도로만 문턱을 낮춰준다면 민간에서도 영화관들이 활성화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형탁 : 그런데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극장이 꼭 더 있어야 하나, 지금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최낙용 : 지금 창작자가 제작하는 영화와 수입하는 영화를 다 합치면 연간 500편 가까이 될 거예요. 그런데 그걸 상영할 곳이 없는 거죠. 그러니까 멀티플렉스에서 상영하지 않으면 관객과 만날 수가 없는 거예요. 창작자 입장에서는 막막한 거죠. 그러면 거대 자본이 투자된 상업 영화 말고는 보기가 힘들어요. 노벨상 받은 소설, 책 같은 건 우리나라에서도 바로 출판되고 사서 볼 수 있잖아요. 도서관마다도 다 입고될 겁니다. 그런데 유수 영화제에서 큰 상을 받았다는 영화들을 우리가 다 볼 수 있나요? 그렇지 않잖아요. 그래서 도서관처럼, 혹은 민간의 동네 책방처럼 영화관이 곳곳에 있어야 사람들의 볼 권리를 충족시겨 줄 수 있는 거죠.
김형탁 : 그렇게 영화에 목말라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다는 말씀인가요?
최낙용 : 얼마 전에 부산에서 열린 '영화 상영자대회'라는 곳을 다녀왔는데요, 그게 뭐냐면 커뮤니티 시네마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단체나 모임들이 있어요. 옥상에서 영화를 튼다거나, 그때그때 마련되는 공간에서 영화를 틀고 함께 보는 모임인데, 예술영화를 보고 싶어도 상영하는 극장이 없다 보니 그냥 모여서 보자고 만들어진 거죠. 그런데, 그날 50여 개 단체에서 100명이 넘는 분들이 온 거예요. 연령대가 거의 20~30대이더라고요. 거기에서 예술영화관의 희망을 본 거죠. 이 사람들이 앞으로도 이렇게 활동할 수 있도록 우리가 길을 닦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주희 : 지금 전국 예술영화관에서 일하는 프로그래머(어떤 영화를 상영할지 프로그램을 짜는 사람)도 거의 30대일 거예요. 너무 재미있게 일을 하고 있어요. 예술영화관이 활성화된다면 영화를 전공하고 관련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거죠.
"왜 지금 '6411영화제'인가"
▲주희 예술영화관 '아트나인' 이사 "영화제는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유일한 통로입니다."
권지현
김형탁 : 6411영화제가 단지 투명 노동자의 삶을 스크린 속에서 본다는 것도 있지만, 그것을 넘어서 한국의 예술영화와 독립영화 생태계를 다시 살피는 데 우리가 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주희 : 후원이라든지 또 지원이라든지 이런 문제를 넘어서 예술영화관에 대한 비전이 제시될 수 있도록 주체적인 역할을 해 준다면 도움이 될 거 같아요.
최낙용 : 노회찬 의원을 상징하는 말 중에 '자유인, 문화인, 평화인'이라는 말이 있죠. '모든 국민이 악기 하나쯤 다룰 수 있는 나라'라는 말이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자유롭고 평등하고 문화적인 활동들이 '6411영화제'를 계기로 확산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김형탁 : '6411영화제'의 고유한 의미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최낙용 : 세상이 어둡고 힘들어질 때 오히려 그동안 안 보이던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하잖아요. 그게 6411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뭔가 비주류고 소외되고 억눌린 투명노동자를 6411이라고 본다면 사실 그런 분들이 우리 사회의 대다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6411이라고 하는 의미를 한정하기보다는 오히려 대다수였던 우리의 삶을 다 같이 들여다 보고 공감하고 위로할 수 있는 계기를 영화제를 통해서 마련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주희 : 그런데 '왜 영화제인가' 하는 물음을 주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그 부분에 대해서 말씀을 좀 드리면 영화제도 예술영화관, 독립영화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스크린 수가 한 3000개 정도 되거든요. 그런데 일본이나 프랑스 같은 경우는 우리보다 10배 혹은 100배의 스크린을 가지고 있어요. 그러면 그만큼의 영화를 소화할 수 있다는 얘기고, 칸 영화제에 출품작들도 다 볼 수가 있는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으니까 영화제를 통해서 세계 다양한 영화를 초청하고 보고 그러는 거예요.
최낙용 : 영화제가 참 많아요. 철도영화제, 산악영화제, 음식영화제, 등등 테마로 된 영화제가 참 많아요. 신문도 하나만 보면 안 되듯이 영화도 여러 다양한 영화를 봐야 하는데, 그걸 영화제를 통해서 하게 되는 거죠. 영화제가 지나치게 많다, 난립한다는 개념은 옳은 표현은 아닌 것 같아요. 영화제는 많으면 많아질수록 좋습니다.
노회찬재단 X 한국예술영화관협회 주최 '6411영화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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