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배 감독
서울독립영화제 제공
<방충망>은 학내 경찰이 상주하고 투신으로 군사독재의 저항한 서울대의 풍경을 담고 있다. 학내 상주하는 경찰을 희화화했다. <상흔>은 분단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고 <그날이 오면>은 6월 항쟁이 펼쳐지던 해 민중가요 '그날이 오면'을 애니메이션으로 형상화하는 작품이다. 하나같이 독재정권 치하에서의 사회 비판 의식이 새겨져 있었다.
1983년 만들어진 첫 번째 애니메이션 <방충망>은 가내 수공업처럼 골방에서 어렵게 8mm 카메라로 담았기에 투박하게 보였으나 담겨 있는 메시지는 뚜렷했다. 학생 시위를 막기 위한 독재의 행태를 조롱하며 비웃고 있었다.
이용배 감독은 "반쪽이의 <방충망>(1983)은 다시 봐도 치열한 대학 생활과 미술활동을 한 상황이 느껴진다. 전에 듣기로는 예전에 하숙방에서 8mm 필름을 작업했다 했는데, 확실히 어렵사리 한 흔적이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세 작품을 한꺼번에 보니 기술적인 완성도가 눈에 띈다. 특히 세 번째 작품 <그날이 오면>(1987)을 보면 페이퍼로 완벽한 화면을 구성하는 게 아니라, 움직이는 것과 움직이지 않는 것을 분리해서 작업한 것이다. 초창기 재주이기는 하지만, (애니메이션의) 셀 작업을 개인 작업으로 처리했다는 게 다시 한번 감동스럽게 다가온다"고 덧붙였다.
"이름 넣었으면 모두 잡혀갔을 것"
이들 세 편 애니메이션의 특징이자 공통점은 엔딩 크레디트가 없다는 점이다. 한 편의 영화가 끝나면 마지막으로 영화에 관계했던 모든 이들의 이름이 올라가는 엔딩 크레디트는 영화의 필수적인 요소지만 단 한 사람의 이름도 존재하지 않는다.
최정현 감독은 "그 당시는 크레디트 안에 이름을 넣으면 잡혀가던 시대라 '반쪽이'라는 예명만 넣었다"고 말했다.
이어 "언젠가 이런 자리가 마련되면 꼭 밝히고 싶었던 게 있다. 1980년대엔 내 이름조차도 크레디트에 못 넣었고 실제로 마포경찰서에 잡혀 들어가기도 했다"고 회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