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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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12살 딸아이의 성화로 피자를 시켜 먹었다. 해당 브랜드의 어떤 메뉴를 콕 집어서 이야기하기에 정말 먹고 싶었나 생각했는데, 정작 배달 온 피자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딸려온 광고 모델의 '포카'(포토카드)를 확인하며 무척이나 행복해했다.
내가 농담으로 그 아이돌을 희화화하면 불같이 화를 내고 삐진다. 딸아이의 용돈은 대부분 아이돌의 소속사로 입금되고 아이가 수집한 아이돌 굿즈는 보물이나 다름없다. 10대들에게 아이돌이란 과연 무엇인가. 거의 '신' 급이다.
그래서 어떤 공인보다 아이돌의 말과 행동이 중요하다. 그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영향을 받는 10대들이 수천, 수만 명일테니 말이다. 좋은 얘기도 엄마가 얘기할 때는 귓등으로 안 듣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얘기하면 즉각 행동으로 옮긴다.
담배는 '노담'이라면서, 왜 술은 괜찮나요?
최근 유튜브에서 '술방'이 많이 눈에 띈다. 이영지의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 <신동엽의 짠한 형> <조현아의 목요일밤> <슈취타>(슈가와 취하는 타임), 지상렬의 <술먹지상렬>, 풍자의 <풍자애술>, 다나카의 <다나카세> 등. 이름을 읊자면 숨이 찰 정도로 다양한 술방이 인기다. 술방 그 자체로도 아슬아슬해 보이는데 아이돌이 게스트로 출연해 술에 취한 모습을 보이는 장면들은 더욱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BTS부터 아이브 유진, 에스파 카리나 같은 아이돌이 음주를 하며 대화를 나누는 유튜브의 조회수는 백만이 훌쩍 넘어선다. 방탄소년단 진이 출연한 이영지의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 영상은 현재 조회수 2178만 회를 넘었고, 블랙핑크 지수 편은 1970만 회 조회수에 육박한다.
물론 아이돌도 성인이면 술을 마실 수 있다. 하지만 어린 아이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지 않을 순 없다. 특히나 담배는 그렇게 '노담'(노 담배)이라고 외치면서 술은 아무렇지 않게 '예스 술'이라고 하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술과 담배는 똑같이 발암물질 1급으로 규정되어 있고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런데 미디어에서 이를 다루는 방식이 너무나 상이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TV에선 술을 마시는 장면이 나올 때, 화면의 우측 상단에 15세나 19세의 시청 등급이 표시된다. 하지만 유튜브에선 연령 제한이 없다. 어린 아이들도 제약없이 술 방송을 볼 수 있다. 그뿐 아니다. 국내의 주류광고에 아이돌을 기용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최근 카리나가 맥주 광고를 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딸을 통해 전해 들었는데 솔직히 썩 달갑진 않았다.
점차 늘어나는 음주 청소년 비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