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유포자들> 관련 이미지.
KBS
* 이 글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능력과 미모를 모두 갖춘 '선애(김소은)'와 결혼을 앞두고 있던 고등학교 교사 '도유빈'(박성훈). 그는 약혼자가 유럽 출장을 떠난 사이 절친 '공상범(송진우)'과 함께 클럽으로 향하고, 클럽에서 만난 여성들과 잊지 못할 하루를 보낸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집에서 눈을 뜬 유빈은 좀처럼 전날 밤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고, 핸드폰마저 사라지자 불안해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의문의 전화가 걸려 오고, 수화기 너머 범인은 3천3백만 원을 구해오지 않으면 그날 밤 찍힌 유빈의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기 시작한다. 이에 유빈은 범인의 요구를 맞춰주면서도 그를 찾아내려는 계획을 짜기 시작하고, 자신의 과거와 직장을 오가며 숨겨져 있던 진실에 다가서기 시작한다.
디지털 성범죄는 지난 몇 년간 한국 사회에서 가장 공론화가 많이 된 유형의 범죄라고 할 수 있다. 뉴스에서 접한 굵직한 사건만 해도 2018년 '버닝썬 게이트', 2020년 'N번방 사건'에 이어 '제2 N번방 사건'까지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다. 디지털 성범죄의 급격한 증가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작성한 '2021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접수된 피해 사례만 총 18만 8,083건에 육박한다.
디지털 성범죄의 위험성은 그 속도와 친숙함으로부터 기인한다. 현대인들과 떼어 놓을 수 없는 스마트폰과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이루어지는 만큼, 누구든 당할 수 있으며 피해 규모도 순식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대중이 불안해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럽다. <유포자들>은 바로 이 불안감을 전면에 내세워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영화다. 디지털 공간에서 암약하는 유포자들이 누구이고, 그들의 범죄 행각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인지를 낱낱이 파헤치려 한다.
<유포자들>의 목적은 분명하다. 디지털 범죄의 피해를 관객이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게 목표다. 주인공 도유빈의 설정만 봐도 의도가 명확히 드러난다. 고등학교 교사인 그는 두 학생을 체벌하면서 등장한다. 서울대를 노릴 정도로 성적이 뛰어난 학생과 곧 처남이 될 학생의 핸드폰에서 불법 촬영 사진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빈은 학생들을 몇 대 때린 후에 교실로 그냥 되돌려 보낸다. 그저 비슷한 짓을 반복하지 말라고 지적할 뿐이다. 해당 촬영물이 어디까지 유포됐는지, 공범은 더 없는지, 왜 그런 범죄를 고등학생들이 저질렀는지를 더 묻지도 않고 징계 절차도 밟지도 않는다.
영화는 이처럼 불법 동영상 이슈에 대해 꽤 무감각한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핸드폰을 해킹당한 도유빈은 불법 동영상 유포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된다. 그는 금전을 갈취당하며, 경력과 결혼이 깨질 위기에 처한다. 심지어 그가 (비록 의도는 아니었다고 하지만) 전 여자 친구와 성 동영상 촬영을 했다가 해당 영상이 유출된 적이 있다는 과거사가 드러난다. 그 난리를 겪고도 약혼자와 섹스 영상을 찍었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