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 원정에서 승점 3점을 획득한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아시아축구연맹
- 해설위원님이 팔레스타인전을 역대 최악이라고 평가하셨던데 오만전은 어땠나요? 오만이 피파 랭킹 76위로 우리와는 53계단 차이 나는데 3대 1로 승리한 거잖아요.
"사실 팔레스타인 경기는 최악이었고요. 오만전은 3대 1로 이기긴 했지만, 사실 손흥민 선수의 앞서가는 골이 나오기 전까지는 굉장히 힘든 경기였죠. 한마디로 얘기하면 전술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죠.
예를 들면 가까운 일본이 중국을 7대 0, 그다음에 5대 0으로 연속 두 경기 이겼죠. 그 경기에서 골 넣는 장면을 보면 선수들이 약속돼 있는 움직임과 패스, 패턴 속에서 상당히 유기적으로 결과를 만들어 내요. 그런데 우리는 이번에 골 장면들을 보면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 집중됩니다. 선수들이 정말 잘했고 특히 이강인, 손흥민 선수의 개인적인 능력을 극대화시켜서 골이 들어갔죠. 여전히 팀으로서의 전술 같은 건 부족했다고 봐야죠."
- 축구는 개인플레이로 하는 게 아니고 팀플레이로 하는 거 아닌가요?
"그렇죠. 근데 여기서 두 개를 이분법적으로 자르면 안 되겠죠. 개인플레이도 필요합니다. 그 두 가지가 잘 묶여야 되겠죠. 개인의 능력 그다음에 그들을 묶어내는 팀에 대한 능력, 전술에 대한 능력이 필요한데 중요한 건 결국 팀 전술이 제대로 돼 있지 않으면 아무리 개인이 뛰어나도 지워져 버리죠. 제가 얘기하는 건 개인도 중요하고 팀도 중요한데 전술이 더 훨씬 더 의미가 있는 건 뭐냐면 그런 개개인들을 살려내냐 죽이느냐도 결국 팀 전술이 결정한다는 거죠. 그래서 전술이 중요하고 감독이 중요하다는 거죠."
"대한축구협회 문제는 무능력과 불공정"
- 홍 감독이 부임한 지 얼마 안 돼 그럴까요?
"이건 시간의 문제도 어느 정도는 있겠지만 저는 본질적으로 홍명보 감독이 전술적으로 뛰어난 감독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번에 홍 감독 선임을 두고 아직도 많은 사람이 비판하는 이유는 두 가지 아닙니까? 근본적으로는 선임 과정이 공정했느냐는 공정 이슈죠. 두 번째는 그간 거론됐던 감독들보다 전술 능력이 더 뛰어나느냐는 점이에요. 저는 홍명보 감독이 이전에 거론됐던 외국인 지도자들보다 더 전술적으로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 K리그에서 울산 현대가 잘 하지 않나요?
"그렇죠. 최근에 연속해서 우승도 했고 잘했는데, 울산의 힘은 그야말로 뛰어난 선수들이죠. 선수에 대한 능력치가 워낙 압도적이었고요. 그 선수들을 데리고 전술적인 능력 같은 것보다 매니저형으로 선수들에게 동기부여하고 집중시키는 것들을 해냈기 때문에 된 거죠."
- 지금 국가대표 선수들도 뛰어나지 않나요?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이 국제 무대에서 다른 팀에 비해 월등하게 압도적인가 생각해 봐야 돼요. 긜고 우리가 오만을 팀 전술로 이긴 게 아니라 선수의 능력으로 이긴 거잖아요. 선수 능력으로 오만을 잡을 수는 있겠죠. 하지만 우리는 어쨌든 월드컵 본선을 목표로 하는 팀인데 더 강한 상대를 만났을 때 지금 정도의 전술로는 좋은 결과를 못 낸다는 거죠."
-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과 홍명보 감독을 비교해 보면요?
"기본적으로 전술 능력이 뛰어나지 않다는 게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아시안컵 때도 클린스만 감독을 두고 '좀비 축구'라는 표현을 썼던 걸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요. 경기적으로 되게 답답한데 어쨌든 마지막에 그냥 선수들의 힘으로 이겼죠. 이번에 팔레스타인과 오만 경기도 결과적으로 어렵게 가다가 80분 정도 돼서야 손흥민 선수가 골 넣고 마지막에 또 골 넣어 이긴 거잖아요."
- 감독 선임 과정에서 잡음이 있었잖아요. 이게 선수들의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쳤을까요?
"당연히 좋지 않은 상황이 선수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죠. 실제로 팔레스타인 경기할 때 경기장에 간 분들이 감독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얼굴이 비치거나 이름이 소개될 때마다 굉장히 반대하고 야유하는 목소리를 많이 냈다고 해요. 그런 분위기가 당연히 어떤 식으로든지 선수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죠. 하지만 팬들이 이번에 선수들을 뭐라고 한 게 아니잖아요. 문제가 있으면 비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