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HD가 광주 FC를 상대로 4게임 연속 패배의 불편한 기억을 끊어내며 결승 문턱 앞으로 한발짝 더 올라섰다. K리그1 일정이 아니라 코리아컵에서 이룬 것이지만 울산 HD가 광주 FC를 실로 오랜만에 이긴 것이다. 2023년 7월 2일에 광주전용경기장에서 1-0으로 이긴 뒤 416일 만에 같은 곳에서 이겼다. 그 사이 두 팀은 무려 네 번 만나 광주 FC가 4승(6득점 1실점)을 싹쓸이했기에 이번 결과가 더 놀랍다.

김판곤 신임 감독이 이끌고 있는 울산 HD가 21일(수) 오후 7시 광주 축구전용구장에서 벌어진 2024 코리아컵 4강 첫 게임에서 광주 FC를 1-0으로 물리치고 결승행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이적생 '야고'의 결승골

 21일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 준결승 1차전 울산 HD 대 광주FC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은 울산 야고가 기뻐하고 있다.

21일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 준결승 1차전 울산 HD 대 광주FC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은 울산 야고가 기뻐하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제공


홈 팀 광주 FC의 이정효 감독은 부산 아이파크 선수 시절 수석코치로 깊은 인연을 맺었던 김판곤 감독과 사제 대결로 주목받은 이 게임에서 완전히 새로운 멤버들을 내세웠다. 직전 K리그1 강원 FC와의 강릉 어웨이 게임(8월 18일)에서 2-0으로 앞서 나가다가 2-3으로 역전패 당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광주 FC의 간판 골키퍼 김경민까지 포함해서 8월 18일 스타팅 멤버 11명 모두를 바꾼 것은 정말로 모험이었다. 특히 김경민 대신 글러브를 끼고 골문을 지킨 노희동 골키퍼는 2002년생 막내 골키퍼로 2022년 프로 데뷔 게임이 K리그 유일한 출장 기록일 정도.

게임 시작 후 10분도 안 되어 노희동 골키퍼는 아찔한 빌드 업 패스 미스로 절체절명의 실점 위기를 겪었다. 같은 팀 동료로부터 패스를 받은 것처럼 공을 가로챈 주인공은 울산 HD 가운데 미드필더 고승범이었는데 누가 봐도 이른 골 장면처럼 보였다. 하지만 고승범의 오른발 노마크 슛을 노희동 골키퍼가 기막히게 쳐내는 바람에 그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다.

광주 FC의 후방 빌드 업이 불안하다는 것을 간파한 울산 HD 선수들은 더 적극적으로 압박 축구를 펼쳤고 결국 후반 시작 후 10분 만에 결승골을 그렇게 뽑아냈다. 가운데 미드필더 정우영이 슬라이딩 태클로 광주 FC 노희동 골키퍼의 전진 패스를 끊어냈고 이 공을 받은 야고가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한 노희동 골키퍼 다리 사이를 정확하게 노려 굴려넣은 것이다.

최근 K리그1 맞대결 기록에서 4게임을 내리 이긴 광주 FC 선수들은 그 기운을 이어가고자 더 달려들었지만 끝내 동점골을 뽑아내지는 못했다. 이강현의 왼발 감아차기(75분)는 울산 HD 골문 왼쪽 기둥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났고, 후반 교체 멤버 하승운의 오른발 중거리슛(90분)은 조현우가 날아올라 기막히게 쳐냈다.

추가 시간이 8분이나 표시된 다음 절반 정도 흘렀을 때 광주 FC 홈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아사니의 패스를 받은 문민서가 침착한 드리블 실력까지 발휘하며 오른발 동점골을 꽂아넣은 것이다. 하지만 VAR 시스템으로 검증한 결과 문민서의 오프 사이드였다.

오랜만에 울산 HD의 승리로 끝난 게임이지만 두 팀은 일주일 사이를 두고 곧바로 두 번 더 만나는 일정이다. 일요일(8월 25일) 오후 7시에 같은 장소에서 K리그1 일정으로 다시 만나야 하며 그로부터 3일 뒤에는 장소를 문수경기장으로 옮겨 코리아컵 준결승 2차전을 뛰게 된다.

한편 30분 뒤에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또 하나의 준결승 첫 게임에서 제주 유나이티드와 포항 스틸러스가 2-2로 비겼다. 다음 주 수요일 스틸야드에서 열리는 두 번째 게임에서 결승 진출 팀 윤곽이 드러난다.

2024 코리아컵 4강 1차전 결과(8월 21일 수요일 오후 7시, 광주 축구전용구장)

광주 FC 0-1 울산 HD [골, 도움 기록: 야고(55분,도움-정우영)]

광주 FC 선수들(4-4-2 포메이션)
FW : 베카(79분↔하승운), 신창무(66분↔문민서)
MF : 정지훈(46분↔오후성), 박태준, 이강현, 김한길(76분↔아사니)
DF : 이으뜸(66분↔이민기), 안영규, 김경재, 조성권
GK : 노희동

울산 HD 선수들(4-2-3-1 포메이션)
FW : 야고(66분↔주민규)
AMF : 루빅손(79분↔이청용), 고승범(79분↔원두재), 엄원상
DMF : 정우영, 이규성(66분↔아라비제)
DF : 이명재, 임종은, 김기희(80분↔김영권), 최강민
GK : 조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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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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