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1881명의 축구팬들이 찾아와 즐긴 DGB 대구은행파크의 K리그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토요일 저녁 대구 날씨는 예상했던 것처럼 섭씨 31도를 찍었지만 6골이나 터져나온 박진감 덕분에 더위를 잊을 수 있었다. 여기에 전반도 끝나기 전에 양 팀 선수 1명씩도 모자라 어웨이 팀 감독까지 퇴장당하는 사건이 일어났으니 고개를 돌릴 틈조차 없었다.

박창현 감독이 이끌고 있는 대구FC가 6일 오후 7시 30분 DGB 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2024 K리그1 포항 스틸러스와의 홈 게임에서 간판 골잡이 세징야의 극장 동점골에 힘입어 3-3으로 비겼다. 후반 추가 시간에 김진혁의 재역전 결승골이 들어갔지만 직전 연결 과정에서 에드가의 핸드 볼 반칙이 VAR 판독 시스템에 의해 드러나는 바람에 짙은 아쉬움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86분 27초, 세징야의 극장 동점골

부상을 떨치고 돌아와 위기에 놓인 대구FC의 중심을 다시 잡아나가고 있는 에이스 세징야가 묘하게도 이 게임 첫 골과 여섯 번째 골의 주인공이 됐다. 그만큼 대구FC에게 세징야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게임이었다. 

28분 18초 세징야의 오른발 첫 골이 포항 스틸러스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수비수 박진영의 헤더 패스를 포항 스틸러스 페널티 에어리어 반원 안에서 받은 세징야가 돌아서자마자 오른발 감각을 뽐낸 것이다. 포항 스틸러스 수비수들이 자리를 잡기 전에 끝내는 타이밍이 압권이었다.

그리고 전반 끝나기 직전에 레드 카드가 세 번이나 연거푸 나오는 사건이 이어졌다. 먼저 포항 스틸러스 공격수 허용준이 42분에 김종혁 주심에게 거센 항의로 단 몇 초 사이를 두고 옐로 카드를 두 장이나 받으며 쫓겨났다. 이 퇴장 판정에 불만을 품은 포항 스틸러스 박태하 감독도 곧바로 벤치에서 쫓겨났다. 

이로 인해 전반 추가 시간이 길게 이어졌는데 여기서도 또 하나의 퇴장 사건이 나왔다. 45+3분, 골문 바로 앞에서 수비하던 대구 FC 미드필더 요시노가 난폭한 뿌리치기 행동으로 다이렉트 퇴장 조치를 받은 것이다.

참아야 했던 순간을 그냥 넘기지 못한 이유로 양 팀 선수들은 각각 10명으로 줄었고, 어웨이 팀 벤치에 감독 자리도 빠지게 된 셈이다. 상대적으로 더 큰 충격을 당한 포항 스틸러스의 전반 추가 시간 동점골도 놀라웠다. 오베르단의 스루패스를 받은 홍윤상이 대구FC 오승훈 골키퍼까지 따돌리는 반 박자 빠른 컷 백 크로스로 빈 골문을 만들어줘 정재희의 오른발 밀어넣기 동점골이 쉽게 들어갔다.

최근 포항 스틸러스 역습의 중심에 서 있는 홍윤상은 54분 53초에 어정원의 스루패스를 받아놓는 첫 터치 이동 컨트롤 실력을 자랑하며 오른발로 짜릿한 역전 골을 터뜨렸다. 하지만 포항 스틸러스의 역전 기쁨은 오래 못 가고 탄식이 터져나왔다. 대구 FC의 에드가가 좋아하는 득점 공식을 잘 알고도 당한 셈이다. 박용희의 오른쪽 크로스 궤적을 확인한 에드가가 마중 나가며 기막히게 헤더 골(61분 25초)을 돌려넣었다.

에드가의 헤더 동점골이 홍윤상의 역전 골 이후 6분 32초만에 들어간 것도 모자라 5분 36초만에 포항 스틸러스가 또 하나 달아나는 골을 터뜨려 경기장 더 뜨거워졌다. 67분 1초에 오베르단의 완벽한 컷 백 크로스를 받은 이호재가 역시 빈 골문 안으로 오른발 밀어넣기를 성공시켰다. 필드 플레이어 숫자가 각각 9명으로 줄어들었지만 골문 바로 앞 위험 지역에서 상대 팀 주요 공격수들을 너무 쉽게 놓치는 장면이 많았던 것이 이 경기의 옥에 티라고 말할 수 있다.

이처럼 위기에 빠진 대구FC를 구한 영웅은 역시 세징야였다. 86분 27초에 에드가의 몸싸움 효과를 믿고 바로 앞에서 공이 흘러나오기를 기다린 세징야가 세컨드 볼 집중력을 발휘하며 왼발 슛을 포항 스틸러스 후반 교체 선수 어정원 다리 사이로 차 넣었다.

여기서 만족할 수 없는 대구FC는 후반 추가 시간이 표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김진혁의 오른발 중거리슛이 멋지게 빨려들어가며 4-3 대역전승 드라마를 만든 것처럼 모두가 기뻐했다. 하지만 VAR 판독 시스템은 야속하게도 김진혁의 골이 들어가기 직전에 나온 에드가의 핸드 볼 반칙을 잡아냈다. 

결과적으로 어느 팀도 이기지는 못했지만 축구팬 입장에서 몇 번을 돌려봐도 아깝지 않을 빅 게임 명장면들을 감상한 셈이다.

이제 10위 대구FC는 9일 오후 7시 30분 조성환 감독이 떠난 9위 인천 유나이티드FC를 안방으로 불러들이며, 3위 포항 스틸러스는 10일 오후 7시 30분 4위 강원FC와 스틸야드에서 만난다.

2024 K리그1 결과
(7월 6일 오후 7시 30분, DGB 대구은행파크)

대구 FC 3-3 포항 스틸러스 [득점 : 세징야(28분 18초,도움-박진영), 에드가(61분 25초,도움-박용희), 세징야(86분 27초) / 정재희(45+5분 36초,도움-홍윤상), 홍윤상(홍윤상(54분 23초,도움-어정원), 이호재(67분 1초,도움-오베르단)]

대구 FC 선수들(3-4-3 포메이션)
FW : 세징야, 에드가, 박용희(62분↔고재현)
MF : 홍철, 요시노, 박세진(80분↔정재상), 황재원
DF : 고명석, 박진영(69분↔장성원), 김진혁
GK : 오승훈(46분↔최영은)
- 퇴장 : 요시노(45+3분, 난폭한 행위)

포항 스틸러스 선수들(4-4-2 포메이션)
FW : 이호재(82분↔조르지), 허용준
MF : 홍윤상(68분↔백성동), 오베르단, 한찬희(46분↔김동진), 정재희(60분↔김인성)
DF : 완델손, 전민광, 이동희, 신광훈(46분↔어정원)
GK : 황인재
- 퇴장 : 허용준(42분,경고 누적-항의), 박태하 감독(43분, 항의)

2024 K리그1 현재 순위
1 김천 상무 40점 11승 7무 3패 30득점 20실점 +10
2 울산 HD 39점 11승 6무 4패 39득점 25실점 +14
3 포항 스틸러스 38점 10승 8무 3패 33득점 22실점 +11
4 강원 FC 34점 10승 4무 6패 35득점 32실점 +3
5 수원 FC 34점 10승 4무 7패 25득점 27실점 -2
6 FC 서울 27점 7승 6무 8패 35득점 28실점 +7
7 제주 유나이티드 26점 8승 2무 11패 22득점 28실점 -6
8 광주 FC 25점 8승 1무 11패 29득점 30실점 -1
9 인천 유나이티드 FC 21점 4승 9무 8패 24득점 29실점 -5
10 대구 FC 21점 5승 6무 10패 21득점 29실점 -8
11 대전하나 시티즌 18점 4승 6무 10패 18득점 28실점 -10
12 전북 현대 16점 3승 7무 10패 23득점 36실점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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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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