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영웅> 공연사진
에이콤
법정에서 "누가 죄인인가"라고 소리치는 안중근에 분한 배우 정성화의 이미지는 대중에게 이미 익숙하다.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그린 뮤지컬 <영웅>이 어느덧 15주년을 맞이했고, 2022년 말에는 영화로도 제작되어 스크린에 오른 바 있다. 더불어 2023년 뮤지컬 <영웅>이 국내 창작 뮤지컬 가운데 두 번째로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것은 그간 얼마나 큰 사랑을 받아왔는지 짐작케 한다.
초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안중근 의사를 연기하고 있는 정성화뿐 아니라 수많은 스타 배우들이 <영웅>을 거쳐갔다. 초연 당시에는 류정한이 정성화와 함께 <영웅>의 시장 안착을 이끌었고, 이후로도 신성록, 민영기, 안재욱 등이 작품에 참여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15주년을 맞은 이번 공연에는 정성화와 양준모, 민우혁이 안중근 의사에 분한다.
이어 김도형, 서영주, 이정열, 최민철 등 베테랑 배우들이 '이토 히로부미' 역에 캐스팅되었으며, 궁녀 출신의 항일운동가 '설희' 역에는 유리아, 정재은, 솔지가 이름을 올렸다. 외에도 올해로 데뷔 62주년을 맞은 배우 박정자가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역에, 아이돌 그룹 I.O.I 출신의 최유정이 '링링' 역에 캐스팅되며 화제를 모았다.
뮤지컬 <영웅>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8월 11일까지 공연되며, 서울 공연 종료 후에는 지방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영웅'이라는 이름 뒤에 감춰진 '인간' 안중근
우리는 안중근을 식민주의적 야욕을 드러낸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독립운동의 영웅으로 기억한다. 누군가를 영웅으로 인식하며 그의 업적을 기리는 건 분명 중요한 일이지만, 동시에 영웅으로만 기억될 경우 그의 고뇌와 두려움이 모습을 감출 수 있다는 딜레마에 봉착한다. 영웅이라는 이름은 선천적 비범함을 풍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뮤지컬 <영웅>은 그 이름과는 달리 안중근의 영웅적 면모보다 인간적 면모를 부각시킨다. 공연 내내 안중근은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안고 간다. 도처에 도사리는 죽음에 두려워하고, 거사의 성공을 확신하지 못한 채 두려워하며, 설령 거사가 성공한다 하더라도 자신이 꿈꾸던 독립과 동양평화가 실현되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특히 동지의 죽음을 보고는 "조국이 무엇입니까?"라고 소리치며 울부짖는 장면은 안중근의 고뇌를 여실히 드러낸다. 안중근은 이어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넘버 '십자가 앞에서')
"떨리는 제 두 손을
천주여, 부디 꼭 잡아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