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히카리> 스틸 사진.
KINO FILMS
시각장애인 남성과 그를 도우려던 한 여성과의 사랑. 제 70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오른 영화 <히카리>를 이렇게 한 줄로 정리할 순 있지만 뭔가 아쉽다. 감독을 보자. 가와세 나오미로, 꾸준히 칸의 부름을 받은 일본의 중견 여성 감독이다. 이미 지난 2007년 <모가리의 숲>으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바 있다.
한국어로 '빛'을 뜻하는 <히카리>의 가장 큰 특징을 꼽자면 화면을 공감각적으로 제시하는 데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영상물 내레이터를 주업으로 삼는 미사코(미사키 아야메)는 자신의 작업을 감수해주는 여러 장애인들을 정기적으로 만난다. 그 중 매번 뭔가 못마땅한 듯 독설을 던지는 나카모리(마사토시 나가세)가 늘 마음에 걸린다. 중년의 사진작가 나카모리는 서서히 시각을 잃어가고, 그의 조각난 감정이 궁금한 미사코는 조금씩 그에게 다가간다.
감정의 치환이야기는 전형적인 일본 신파, 즉 무뚝뚝한 남성의 마음을 품는 여성의 대비로 극적효과를 노린다. 음악 역시 그에 맞게 적절히 기능적으로 따라붙는다. <히카리>가 만약 여기에 그쳤다면 칸영화제에서 이 작품을 경쟁작으로 꼽은 것에 전 세계 관객들이 조소를 금치 않았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감독은 익스트림 클로즈업을 이용해 시각을 잃어가는 남자와 그 시각을 마음으로 대체해보려는 여자의 애타는 마음을 교차하며 제시한다. 단순히 자신의 작업에 시비를 거는 줄 알았던 나카모리를 미사코가 조금씩 이해할수록 시각장애인을 위한 자신의 내레이션이 더욱 풍부해지는 경험을 한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건 사실 단순한 하나의 감각을 잃은 게 아닌 우리 몸 절반 이상의 감각을 잃은 것과 마찬가지다. 시각 정보가 우리 인지 능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 왜곡된 다른 감각 정보로 공포감이 극대화되기도 하고, 어설픈 경험치를 확신하다가 크게 다치기도 한다. 영화 속 나카모리가 딱 그 과정을 거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