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 연주, 기타 연주, 스노우 보드 타기. 박소담이 스무살을 넘기며 배우고 싶었던 것들이다. 학창시절 보컬로 밴드 활동을 잠시 했던 그는 "여자가 드럼치는 모습이 정말 멋있는 거 같다"며 한껏 들뜬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희훈
앞서 말한 '즐거움'은 박소담이 품고 있는 인생 화두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 출신인 그는 동기인 김고은 등이 학교수업과 연예활동을 병행할 때 학교생활에만 몰두했다. "선후배들과 무대 연기를 하고 단편을 찍다보니 어느새 휴학도 안 하고 졸업을 혼자 일찍 하게 됐다"며 "이젠 그 연기가 즐거우면서도 쉽지만은 않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예가 <검은 사제들>이었다. 배우로서 필요하다면, 역할이 그러하다면, 삭발은 충분히 할 수 있었으나, '자연인 박소담'으로서는 분명 어려운 결정이었다. "촬영을 다 끝낸 뒤 영신(극 중 이름)이에서 박소담으로 돌아와 머리를 길러가며, 과연 뭔가를 보여줄 상태가 될 수 있을지 생각이 많았다"며 그는 "같은 여자로서의 생각을 구하기 위해 엄마에게 물어보게 됐다"고 전했다.
"'머리는 자라니까 또 기르면 되지. 역할에 맞는 거고 우울해하지 않을 자신이 있으면 잘라도 괜찮을 거야'라고 좋게 얘기해주셨어요. 제가 왜 머리를 밀어야 했는지 엄마는 그 이유를 정확히 모르셨지만, 그 말에 마음이 좋아졌어요. 제 성격상 마냥 우울해할 거 같지도 않았고요."애초부터 배우를 꿈꿨던 건 아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땐 그의 민첩함을 본 한 교사가 육상을 권유했고, 재미로 몇 달 연습한 뒤 나간 송파구 대회에서 덜컥 2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중학교 때는 록밴드에 합류해 보컬로 활동하기도 했다. 수학여행 때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곧잘 하던 모습을 본 친구가 스카우트한 것이다. 또한 수학에도 남다른 흥미가 있었다. 서너 시간을 책상에 앉아 문제 풀이에 빠져있을 정도였다. 왜 그랬을까? 박소담은 "정답이 딱 하나로 떨어지는 게 좋아서요"라고 명쾌하게 말했다.
어? 정답이 딱 떨어지는 게 좋아서? 그럼 배우는?
"그러게요. 이젠 정답이 정확히 떨어지지 않는 연기를 하고 있네요(웃음). 그땐 어떤 진로를 정했던 게 아니라 이것저것 좋아하던 걸 하는 수준이었어요. 그러다 고1 때 학교에서 뮤지컬 <그리스> 단체 관람을 보냈고, 그걸 보고 막연하게 연기하고 싶다 생각하게 됐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하루 종일 기분이 좋더라고요. 무대 위 배우들처럼 땀 흘리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낼 수 있다면 즐겁게 살 수 있을 거 같았어요. 이건 누가 시켜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잖아요. 즐겁지 않으면 못 할 일이죠."즐겁지 않으면 못 할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