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막식이 열리고 있는 수영만 요트 경기장 안으로 게스트들이 입장하고 있다
ⓒ PIFF
9일간 부산을 뜨겁게 달구었던 PIFF가 마지막 불꽃을 토해내듯 15일 화려한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폐막식과 폐막작 <주홍글씨>를 보기 위한 관객들의 행렬은 이날도 어김없이 계속됐다.

곳곳에 흩어져있던 관객들은 오후 2시30분이 되자 구석구석에서 나와 대오를 만들기 시작하더니 입장에 맞춰서는 100m가 넘는 긴 줄을 만들었다. 6시 입장과 맞추어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시작됐다.

사고를 우려한 자원봉사자들이 천천히 걸어가 줄 것을 거듭 부탁했지만 마음 급한 관객들을 멈추게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어 게스트들의 입장이 시작됐다. 이는 폐막작 <주홍글씨> 출연진의 등장으로 정점에 달했다.

오후 7시 15분경부터 시작된 공식 행사의 사회를 맡은 영화배우 김태우, 배종옥씨는 “9일간의 마지막을 함께 하게 되어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김동호 PIFF 집행위원장이 9회 PIFF의 경과를 보고했다.

폐막식의 하이라이트 시상식에서는 <여자정혜>가 PIFF의 유일한 극영화 경쟁부문인 뉴커런츠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외에도 선재펀드에 <단속평형> 손광주, <금붕어> 박신우 공동수상, 운파펀드 수상에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경순, PSB 관객상에는 <서바이브 스타일5+>세키구치 겐이 선정됐다.

▲ 폐막작 <주홍글씨>의 출연진이 무대로 올라와 영화 소개를 하고있다
ⓒ PIFF

PIFF 수상작 명단

▲최우수 아시아 신인작가상 (뉴커런츠 상) : <여자, 정혜> 이윤기
▲특별언급(스페셜 멘션) : <안식처> 호 유항
▲한국영화공로상 : 야노 카즈유키(일본, 야마가타국제다큐멘타리영화제 집행위원장) 필립 쉐어(싱가포르, 싱가포르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 : 허우 샤오시엔(대만, 영화감독)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 (FIPRESCI) : <비누극> 우 얼샨
▲아시아 영화진흥기구상 (NETPAC) : <빈집> 김기덕
▲특별 언급(스페셜 맨션) : <귀여워> 김수현
▲선재펀드 : <단속평형> 손광주 / <금붕어> 박신우 공동수상
▲운파펀드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경순 수상
▲영산펀드 : <에로틱 번뇌 보이> 최진성
▲PSB 관객상 : <서바이브 스타일 5+> 세키구치 겐
▲CJ 컬렉션 작품 선정 : <아름다운 세탁기> 제임스 리 , <드랙퀸 가무단> 제로 추 , <대결> 아흐마드 레자 다비쉬 , <구름의 남쪽> 주 웬 , <사냥꾼> 세릭 아프리모프
<여자정혜>의 이윤기 감독은 “몇 년 전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얼굴을 보러 PIFF를 찾았다가 이번에는 영화를 들고 와서 기분 좋았다. 그냥 들고 온 것도 영광이라고 생각했는데, 상까지 받아 영광”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폐막사를 맡은 허남식 PIFF 조직위원장은 “마치 영화가 끝나고 은막을 비추던 영사기가 꺼지는 것처럼 아쉬운 작별을 해야 한다”며 “이번 성원을 밑거름 삼아 내년 10회 PIFF 준비에 만전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팝페라 가수 정세훈의 축하공연에 이어 변혁 감독과 배우 한석규, 이은주, 성현아 등 폐막작 <주홍글씨>의 출연진들이 무대에 올랐다. 변혁 감독은 “많이 와 주셔서 감사하다”며 “끝날 때 이 정도의 관객만 남아 있어준다면 대단한 격려가 될 것”이라고 소박한 바람을 관객들에게 전했다.

한석규씨도 “일반 관객들에게 보이는 것은 처음인 만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며 “혼신을 다해 만들었으니 재미있게 즐겨달라”고 부탁했다. 이은주씨는 동명의 소설 <주홍글씨>의 문구를 빌어 “가슴 속에 오래 새겨지는 한국영화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8시부터 본격적인 폐막작이 상영되었다. 하지만 부쩍 날씨가 추워진 탓에 두터운 외투를 준비하지 못한 대다수의 관객들이 추위에 떨어야 했다.

“예매 취소 분 400장을 노려라”
닷새간 노숙, 한쪽 다리 깁스한 채로 폐막식 표 구하기

가진자와 못 가진자-현장 판매분을 사기 위해 누워서 기다리고 있는 관객과 일찌감치 표를 구해 넉넉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 관객들이 대비된다.
ⓒ정민규

폐막작 <주홍글씨>는 한석규, 이은주, 성현아 등 그 케스팅 만으로도 관심을 끌어모은 작품. 15일 현장에서 발매되는 표는 취소분 400장, 이를 잡기 위한 관객들의 노력은 가히 필사적이다.

맨 먼저 와 수영만 요트경기장 임시매표소에서 진을 잡은 김덕상(25)씨는 인천에서 내려온 전형적인 ‘PIFF 폐인’. 10일 부산에 도착한 이례로 해운대 메가박스 매표소 앞에서 노숙으로 생활하며 견뎠다고.

“지금까지 몇 번 보셨어요?”라는 질문에 한참을 손가락으로 셈을 한 후에야 “한 20편 쯤”이라고 말했다. 김씨 역시 전형적인 피프 폐인답게 PIFF가 좋은 이유를 “이유 없이 좋다”고 답했다.

김씨가 꼽는 PIFF의 특징은 스타감독이 많다는 것, 하지만 뉴커런츠 분야를 강화시키고 신임감독과 저예산 독립영화를 활성화시켜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씨 옆에 나란히 앉아있던 임현진(24)씨는 단연 돋보이는 PIFF폐인. 오른쪽 다리에 깁스를 한 채 목발을 놓고 앉아있었다. “어떻게 이 몸으로 여기까지 왔냐”는 기자의 질책성(?)질문에 “진짜 안 올려고 그랬는데 8년 동안 오다보니 도저히 안 올 수가 없었다”며 “집에서 개막식을 보고 참을 수 없어 뛰쳐 왔다”고 말했다.

“집에서는 이미 포기한지 오래”라는 임씨는 “이 몸으로 다니다 보니 혜택도 많고 나중에는 배우들도 만나면 아는 척 해줬다”며 도리어 기뻐했다. / 정민규 기자
2004-10-16 11:58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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